[워시 연준] “포워드 가이던스 시대 막내렸다” 워시 화법 못 읽은 시장, ‘깜짝 금리 인상’ 베팅 참패
입력
수정
깜짝 인상론 확산과 함께 최대 규모로 불어난 월가 헤지 추가 지표 확인 택한 연준의 동결, 과도한 긴축 베팅도 후퇴 ‘심판 대신 공’ 보는 워시식 새 통화정책 질서 출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시장에 확산했던 ‘깜짝 인상론’에 제동을 걸었다. 위원 3명이 0.25%포인트(25bp) 인상을 요구할 만큼 물가 경계감은 높아졌지만, 다수 위원은 중동발 에너지 충격과 인공지능(AI) 투자·관세에 따른 가격 압력의 지속성을 추가로 확인하는 쪽을 택했다. 연준이 추가 데이터 확인에 무게를 둔 가운데, 연준의 침묵을 긴축 신호로 해석했던 투자자들의 베팅은 금리 동결 직후 빠르게 되돌려졌다.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이 사전 신호 제공을 줄이는 소통 원칙을 고수하면서, 의장 발언에 의존해 정책 방향을 가늠하던 시장 관행도 전환기를 맞았다.
9대 3 표결로 3.50~3.75% 금리 동결
29일(현지시간) 연준은 이틀간 진행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 12명 가운데 찬성 9표, 반대 3표로 내려졌다. 지난 6월 회의에서 12명 만장일치로 동결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닐 카슈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야 한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워시 체제에서 나온 첫 반대표다. 위원 3명이 모두 금리 인상을 주장하며 같은 방향으로 반대표를 던진 것은 2016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이러한 분열은 이란 전쟁이 격화되면서 국제유가와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전력 등의 가격 상승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맞물려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진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금리 결정 직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이번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전격 인상할 가능성은 3분의 1 수준까지 반영됐다.
연준은 통화정책 결정문에서 “중동 분쟁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경제활동은 견조한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며 “생산성 증가율과 자본 투자는 강하고, 고용 증가는 노동력에 보조를 맞추고 있으며 실업률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인플레이션은 위원회의 2% 목표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이는 에너지를 비롯한 일부 부문의 가격 상승을 초래한 공급 충격을 부분적으로 반영한다”며 “위원회는 물가 안정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시의 ‘포워드 가이던스 축소’ 본격화
워시 의장도 이번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지난 5년간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면서 일부 가계, 기업, 시장 전문가들에게 연준이 암묵적인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보다 높게 잡았다는 잘못된 인상을 남겼다"며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완화되지 않았다"고 못을 박았다. 이어 "(연준에는) 오직 2%라는 단 하나 목표만이 존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워시 의장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관해서도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연준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며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연준은 주저하지 않고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인플레이션이 내내 높게 유지된다면 금리 (인상) 역시 해결책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워시 의장이 시장에 향후 금리 행방에 대한 단서를 적게 제공하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책적인 불확실성을 투자자 스스로 소화하도록 유도하려는 정책으로 풀이된다.
표1. 7월 FOMC 직전 미국 금리 인상 전망 및 시장 대응
| 구분 | 핵심 내용 | 주요 수치 | 해석 |
|---|---|---|---|
| 금리 인상 베팅 |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과 워시 의장의 침묵으로 조기 긴축 전망 확산 | 7월 동결 68.5%, 0.25%포인트 인상 31.5%, 9월까지 금리 상승 77.4% | 시장이 깜짝 인상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반영 |
| 선물시장 헤지 | 월가 트레이더들, 7월 FOMC를 앞두고 연방기금 선물 포지션 확대 | 8월물 계약 24일 91만 건→28일 96만7,000건 | 기존 최고치 경신한 사상 최대 규모의 금리 헤지 |
| 옵션시장 헤지 | 장기 차입비용 상승 시 수익 얻는 스와프 옵션 수요 증가 | 고정금리 지급·변동금리 수취 옵션 | 장기금리 상승 위험에 대비한 방어 수요 확대 |
| 극단적 금리 시나리오 | 일부 투자자들, 10년물 스와프금리의 6% 상승 가능성에 대비 | 현행 4.23%→6%, 약 1.77%포인트 상승 | 대규모 기준금리 인상 또는 인플레이션·재정적자 우려 심화 가능성 반영 |
워시 침묵에 시장 불안감 확산, ‘깜짝 인상’ 베팅
실제 워시 의장은 지난달 취임 직후부터 연준의 과도한 사전 신호 제공이 정책 유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개별 위원의 발언과 정교한 경로 제시가 시장의 위험 인식보다 ‘연준 읽기’ 경쟁을 부추긴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 사전 안내)의 비중을 낮추고, 실제 경제지표와 금융시장 가격이 정책 기대를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을 택했다.
그럼에도 금리 결정 직전 시장에서는 깜짝 인상 가능성이 빠르게 확산됐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회의 전날 7월 금리 동결 확률은 68.5%, 0.25%포인트 인상 확률은 31.5%까지 형성됐다. 9월까지 금리가 현 수준보다 높아질 가능성은 77.4%에 달했다.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워시 의장의 침묵이 중첩되면서 투자자들은 연준이 시장의 예상보다 이른 긴축에 착수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베팅했다.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월가 트레이더들도 7월 금리 결정에 대한 헤지(위험 회피) 포지션을 사상 최대 규모로 구축했다. 8월 연방기금 선물 계약은 지난 24일 약 91만 건으로 2024년 10월 계약이 세웠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28일에는 96만7,000건으로 대폭 확대됐다. 금리 옵션시장에서는 장기 차입비용이 오를 때 수익을 얻는 스와프 옵션 수요가 늘었다. 이 옵션은 고정금리를 지급하고 변동금리를 받는 권리로, 시장금리가 오르면 가치가 상승한다.
일부 투자자들은 현재 4.23% 수준인 미국 10년물 스와프금리가 6%까지 상승할 가능성에 대비하기도 했다. 현 수준보다 2%포인트가량 높은 금리다. 10년물 스와프금리가 6%에 도달하려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대폭 올리거나,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 우려로 장기금리가 통화정책과 관계없이 크게 상승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구니트 딩그라(Guneet Dhingra) BNP파리바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시장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이전보다 확신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심판 대신 공을 보라’
그러나 워시 의장은 첫 FOMC부터 정책 신호를 사전에 제공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제시했다. 그는 당시 공식 성명에서 전망성 문구를 대폭 걷어냈고, 향후 금리 경로를 암시하는 비중도 축소했다. 통화정책을 연준 인사들의 발언 빈도와 어조로 예측하는 관행이 경제지표의 의미를 왜곡하고, 시장 가격을 중앙은행 전망의 복제물로 만든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조치였다. 이러한 침묵은 매파적 결정을 예고하는 암호가 아닌 시장의 독자적인 가격 발견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결과적으로 연준의 침묵을 금리 인상 신호로 해석한 베팅은 정책 결정 직후 빠르게 청산됐다. 워시 의장의 이번 기자회견 이후 9월 인상 확률은 전날 77.4% 수준에서 53%로 하락했고, 연내 인상 가능성도 일부 축소됐다. 회의 전 공개된 경제지표는 물가 둔화와 고용 모멘텀 약화를 동시에 가리켰지만, 시장 일부는 의장의 발언 부재에 과도한 정책적 의미를 부여했다. 데이터보다 연준의 표정을 먼저 읽으려 한 관성이 잘못된 확률 산정과 단기금리 변동성 확대로 이어진 셈이다.
시장 일부가 연준의 침묵에서 정책 방향을 읽어내려다 판단을 그르친 상황에서, 워시 의장은 자신이 요구해 온 시장의 역할을 재차 환기했다. 그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공(ball)을 보되 심판(referee)을 보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연준의 다음 행동을 추측하는 데 역량을 소진하지 말고,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직접 평가하라는 주문이다. 여기엔 정책당국이 미래 행동을 미리 약속하면 새 데이터가 등장했을 때 결정을 수정하기 어려워지고, 그 과정에서 신뢰 훼손 논란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워시 체제는 통화정책의 판단 재료도 넓히고 있다. 연준은 데이터 활용, 소통, 대차대조표, 물가 목표 체계, 인공지능과 생산성의 경제적 영향을 검토하는 다섯 개 태스크포스를 가동했다. 이는 월간 고용·물가 지표에 대한 기계적 반응을 줄이고, 자본투자와 생산성, 공급망, 금융여건을 함께 반영하는 정책 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우리가 알던 연준은 끝났다
이달 금리 동결은 ‘우리가 알던 연준’에 찍힌 마침표가 됐다. 과거 연준은 발언과 전망을 통해 시장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했지만, 워시 의장은 시장이 먼저 경제를 해석하고 가격을 형성하도록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인상 가능성을 과도하게 높인 투자자들이 워시 의장의 침묵을 불확실성으로만 받아들인 대가를 치렀다고 보고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연준 의장의 입을 좇던 시장과 메시지를 세밀하게 배분하던 연준의 공생 관계가 해체되면서 데이터와 가격이 통화정책 판단의 전면에 서는 새로운 체제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워시식 소통 체계가 자리 잡을수록 금융시장의 정책 해석 부담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연준이 향후 금리 경로를 사전에 세밀하게 제시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FOMC 회의 전후 단기금리 변동성이 확대되고, 개별 경제지표가 정책 기대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 참가자들은 의장의 표현을 해석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고용, 임금, 유가, 기대인플레이션, 국채 수익률 등을 종합해 자체적인 정책 확률을 산출해야 한다. 연준이 금리 경로를 미리 제시하던 시대가 저물면서, 통화정책 전망의 책임도 시장으로 넘어가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