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로 엔저 불붙인 다카이치 내각, 연내 금리 인상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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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소비세 1% 인하, 연간 5조 엔 세수 공백 초래 재정 불안·국채 금리 상승 겹친 엔화 매도 압력 엔저발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일은 긴축 기조 강화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연 1.0%로 동결한 가운데,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차기 회의(9월) 이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6월 금리를 올린 직후여서 이번 회의에서는 동결이 유력했지만,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식품 소비세율을 8%에서 1%로 낮추는 감세안을 공식화하면서 정책 여건이 급변했다. 연간 5조 엔(약 42조6,200억원)의 세수 공백을 초래하는 확장재정이 국채 발행과 차환 부담을 늘려 엔화 매도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에다 “금리 인상 속도 높일 수도”
3일 NHK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지난달 30∼31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현행 1%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9명의 정책위원 가운데 우에다 가즈오 총재를 포함한 8명이 동결에 찬성했고, 다카타 하지메 심의위원은 추가 금리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일본은행은 지난 6월 금리를 0.75%에서 1%로 올렸는데, 이번에는 직전 인상이 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면서 추가 인상을 보류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의 관심은 금리 동결보다 우에다 총재의 기자회견 발언에 쏠렸다. 우에다 총재는 "금융 여건이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판단하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금리를 올린 직후라는 이유만으로 추가 인상을 장기간 미루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어 그는 "경제·물가·금융 상황에 따라 정책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중동 정세와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확대, 환율 변동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환율 변동의 영향도 주요 정책 변수로 꼽았다. 우에다 총재는 "환율 변동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커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1년간 엔화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진 가운데 기조적인 물가도 2%에 접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처럼 물가가 목표치를 크게 밑돌던 시기와 달리 현재는 엔화 약세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더 밀어 올릴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에다 총재는 특히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이 일본은행 목표인 2%를 넘어설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필요한 대응이 늦어지면 물가의 상방 위험이 현실화해 이후 일본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가상승률을 2% 정도에서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융 여건이 지나치게 완화적이라고 판단하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장이 현재 예상하는 반년에 한 차례 정도의 인상 속도보다 빠르게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식료품 소비세 8%→1% 추진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경로를 가장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은 다카이치 내각의 감세안이다. 지난달 30일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임시 임원회의에서 식료품 소비세를 내년 4월부터 2년간 1%로 인하하는 방침을 밝혔다. 중·저소득층에는 소비세 1% 상당의 현금성 지원도 지급한다. 이들에게는 사실상 식료품 소비세가 0%가 되는 셈이다. 일본 정부는 이달 초 당내 의견을 정리한 뒤 각의(국무회의)에서 방침을 확정하고, 가을 임시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시행될 경우 1989년 소비세 도입 이후 첫 세율 인하가 된다.
올해 초 자민당은 중의원 선거 공약으로 식료품 소비세를 2년간 0%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유통업계의 계산대(POS) 시스템 개편에 최대 1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시행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1% 안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업계는 1%로 세율을 고치는 것은 5~6개월이면 시스템 개편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소비세 인하를 통해 고물가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회복시키겠다는 각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민간 경제연구기관을 인용해 “식료품 소비세가 1%로 인하될 경우 2027년도(2027년 4월~2028년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1.4%포인트 하락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소비세를 전면 면제하는 방안보다 세입 감소분도 일부 축소할 수 있다는 게 다카이치 내각의 계산이다.
하지만 감세에 따른 세입 공백은 연간 5조 엔으로 추산된다. 일본의 2026회계연도 예산은 122조 엔(약 1,113조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약 4분의 1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한다. 소비세 수입은 전체 세수의 22%가량을 차지하는데, 고령화로 사회보장 지출이 계속 불어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세원을 줄이면 장기 재정 운용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다카이치 총리는 적자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지 않고 국유기금과 외환자산에서 발생하는 세외수입, 지출 구조조정, 명목성장에 따른 세수 증가로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으나, 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감세 방침이 구체화된 지난달 30일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5.5bp 상승한 2.8%를 기록했다. 감세로 발생한 세입 공백이 장래의 국채 발행과 차환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표1. 엔저 장기화 배경 및 환율 반전 변수
| 구분 | 관련 내용 | 연결 논리 |
|---|---|---|
| 감세 재원 논란 | 세수 감소, 국채 발행 확대, 국채 금리 상승 우려 | 재정 부담 확대→일본 재정 신뢰 약화→엔화 매도 압력 |
| 경제 기초체력 약화 | 정부 부채 1,300조 엔, 인구·노동력 감소, 사회보장 지출 증가, 자동차 산업 경쟁력 저하 | 성장·상환 능력 우려→엔저 장기화 전망 확산 |
| 엔저 부작용 확대 | 환율 140엔대 후반→160엔대, 수입물가 상승, 실질임금 정체 | 가계 부담 확대→정부·일본은행 정책 대응 압력 구조 |
| 엔화 매도 쏠림 | 투기세력 순매도 15만5,092계약, 레버리지 투자자 매도 13만8,000계약 | 엔저 전망 편중→정책 변화 시 대규모 포지션 청산 위험 |
| 환율 반전 촉발 | 외환시장 개입, 일본은행 금리 인상, 미국 고용 둔화 | 엔화 매수 전환→매도 포지션 강제 청산→엔화 급등 |
| 2024년 선례 | 엔/달러 환율 161.96엔→141엔대, 미국 기술주 동반 급락 |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환율 급반전·글로벌 위험자산 조정 |
금리 올려도 추락하는 엔화
여기에 감세 재원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경우 국채 금리 상승(채권값 하락)과 함께 엔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일본 경제의 최대 문제는 엔화 약세다. 2010년대 초반 엔화 가치는 달러당 100엔 정도였다. 수출 주도형 국가인 일본의 경제에 엔저는 ‘순풍’으로 작용한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다. 2012년 말 출범한 제2차 아베 신조 정부는 이른바 ‘다른 차원의 금융완화’로 엔저를 부추겼다.
지난해 다카이치 정부 출범 당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40엔대 후반이었는데 최근 160엔대로 고착되고 있다. 엔저가 수출 대기업 이익을 키우고 주가 상승을 가져온 건 맞지만 그사이 노동자의 실질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기업 이익이 사회로 환원되는 구조가 무너진 것이다. 되레 식량과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 국민 입장에선 엔저로 인한 물가 상승으로 생활고만 가중됐다.
올해 엔저 속도가 더 빨라지는 건 일본 경제와 재정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정부 부채 잔액은 1,300조 엔(약 1경1,640조원)을 조금 넘는다. 일본 국내총생산(GDP) 2년치 규모다. 인구가 줄고 사회보장 지출은 늘어나고 있음에도 노동력 감소로 수익 창출 능력은 저하되고 있다. 무역 흑자의 핵심이던 자동차 산업마저 전기차에 뒤처져 고전하고 있다. 일본이 조만간 선진국에서 밀려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학자들 가운데는 ‘달러당 200엔 시대’를 점치는 이들도 있다.
이 같은 급반전 시나리오의 근거는 포지션이다. 외환시장 안팎에서는 현재의 쏠림이 2024년 여름 '레이와(令和·2019년부터 사용되는 일본의 연호) 블랙먼데이' 직전과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엔·달러 환율은 2024년 7월 3일 161.96엔으로 고점을 찍은 뒤 당국 개입, 일본은행 금리 인상, 미국 고용 둔화가 겹치며 8월 5일 폭락 속에 141엔대까지 수직 낙하했고,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미국 기술주 급락으로 번졌다.
현재의 포지션 데이터도 그때에 육박하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집계 기준 투기세력(비상업 부문)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은 6월 30일 기준 15만5,092계약으로, 2024년 7월 개입 직전 수준(18만2,033계약) 이후 최대다. 올해 4월 말 개입 직전(10만2,059계약)의 1.5배에 달한다. 헤지펀드로 좁히면 이미 기록적이다. 블룸버그통신 자료를 보면 레버리지 트레이더의 엔화 매도 포지션은 같은 날 기준 13만8,000계약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가 정점을 찍었던 2007년 6월(15만4,000계약) 이후 19년 만의 최대 규모다. 당국이 방아쇠를 당기면 이 포지션이 강제 청산되며 환율이 거칠게 되돌려질 수 있는 시한폭탄인 셈이다.
엔화발 수출 경쟁 심화
게다가 엔화 약세는 일본의 수입물가와 실질임금 문제를 악화시키는 동시에, 한국·중국과의 수출 경쟁 구도에도 직접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화학·전자 등 일본과 수출 품목이 겹치는 한국은 엔화가 더 떨어질수록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해진다. 중국 역시 일본 제품의 달러 표시 가격 하락에 대응해 위안화 절상 속도를 늦추거나 수출기업의 가격 인하를 지원할 유인이 커진다.
현재 한국과 중국 당국은 자국 통화의 급격한 하락을 억제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 외환당국은 일본의 엔화 매입과 같은 시간대에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였다. 원화와 엔화의 움직임이 밀접하게 맞물리는 만큼, 엔화 급락을 방치하면 원화와 위안화에도 투기적 매도가 확산할 수 있어서다. 중국은 달러 대비 위안화의 점진적 절상을 허용했으나 실질실효환율은 여전히 낮다. 위안화의 실질실효환율은 2025년 2.4% 하락했으며 2022년 3월 고점과 비교하면 17% 낮은 수준이다. 중국의 낮은 물가와 취약한 내수, 제조업 과잉생산이 수출가격을 낮추고 있어 엔저와 결합할 경우 아시아 수출국 사이의 가격 경쟁은 더욱 격화할 수 있다.
아시아 주요 통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서면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한국·중국 제품의 달러 표시 가격이 낮아질수록 미국 기업은 자국 시장과 제3국 시장에서 가격 압박을 동시에 받는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환율보고서에서 세 나라를 모두 관찰대상국에 올리고, 불공정한 통화 관행이 미국의 무역적자와 제조업 고용에 부담을 준다고 지적한 배경이다. 미국 경상수지는 국내 저축과 투자, 서비스·소득수지에도 좌우되지만 대규모 대미 흑자를 보유한 세 나라의 통화가 함께 약세를 보이면 미국 정부의 통상 압박은 한층 거세질 수 있다.
美, 유로화 팔고 엔화 매입
실제 미국 재무부의 대응은 미국이 엔저를 얼마나 민감하게 보고 있는지 보여준다. 지난달 31일 미 재무부는 뉴욕연방준비은행을 통해 유로화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입하는 거래를 실시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달러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수한 데 맞춰 미국 당국도 엔화 매수에 가세한 것이다. 미국은 실제 거래뿐 아니라 시장을 향한 경고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31일 복수의 은행에 “오늘 엔 매수 개입이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사전에 통보했다. 하루 전에는 개입의 전 단계로 여겨지는 ‘레이트 체크’도 실시했다. 미국이 일본의 엔화 방어를 전면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 투기적인 엔화 매도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이는 극히 이례적인 조치다.
미국이 일본의 엔화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는 자국의 이해관계도 작용하고 있다. 엔화와 일본 국채 가격이 함께 떨어지는 일본 매도가 확산하면 일본 금융회사와 기관투자가가 보유한 미 국채를 처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지난 1월 일본 금리가 상승했을 당시 일본 투자자의 미 국채 매도 규모가 최대 1,300억 달러(약 185조6,270억원)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은 외국 가운데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지만 지난 5월 보유액은 전월보다 667억 달러(약 95조2,400억원) 감소한 1조1,143억 달러(약 1,590조원)를 기록했다. 국가별로 가장 큰 감소폭이다.
미국으로서는 일본의 미 국채 매도가 확산하는 상황을 방치하기 어렵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최근 연 4.7%대로 상승했고 30년물 금리는 연 5.2%대로 19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 연방정부 부채가 40조 달러(약 5경7,116조원)에 육박하고 연간 이자 비용도 1조 달러(약 1,427조5,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국채 매도는 미 국채의 금리와 재정 부담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