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효과는 미미, 재정위험은 확대” 다카이치의 1% 소비세 승부수, 국채·환율 불안만 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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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 소비세율 1% 인하로 연간 5조 엔 세입 기반 약화 부족 재원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 및 차환비용 동반 상승 엔저와 수입물가 상승이 맞물린 재정·통화 악순환 고착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식료품 소비세율을 2년간 1%로 낮추는 파격 감세를 추진한다. 고물가와 실질임금 하락으로 위축된 내수를 되살리겠다는 취지지만, 연간 5조 엔(약 43조9,500억원)에 이르는 세입 공백과 제한적인 소비 진작 효과를 고려하면 정책의 재정 효율성은 현저히 낮다. 더구나 소비 회복 효과가 재정 공백을 상쇄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에 이른 정부부채와 30년 만의 고점에 도달한 국채 금리는 감세 비용을 곧바로 이자비용과 재정위험 프리미엄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이 부담은 엔화 약세를 심화시키고 수입물가를 다시 밀어 올리며,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도 지연되는 해외소득 환류와 엔캐리 거래 청산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엔화의 안전자산 지위까지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고물가·소비침체 돌파 파격 감세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소비세율의 한시적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주 중 세율을 내년 4월부터 1%로 낮추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27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식품 소비세 인하와 관련해 초당파적 논의를 거친 뒤 신속하게 법안을 제출하겠다는 의향을 밝히면서 "부담 경감의 효과를 가능한 한 빨리 (국민이) 실감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초 다카이치 내각의 공약은 현행 8%인 식품 소비세율을 2년간 0%로 낮추는 것이었다. 그러나 식품 소비세를 한시적으로 없애려면 슈퍼마켓 등 계산대 시스템을 교체하는 데만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기술적 제약이 지적됐다. 그러자 식품 소비세를 0%가 아닌 1%로 인하하고 이 1%에 상당하는 만큼은 소득 연동 지원을 통해 실질적인 세 부담을 0%로 만드는 대안이 부상했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4월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식료품 소비세율이 1%로 낮아져 소비자의 체감 물가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식품 가격 급등과 실질임금 감소로 소비가 위축된 만큼 국민이 즉시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감세를 통해 내수를 살리겠다는 게 다카이치 총리의 의도다.
일본 정부는 이번 1% 소비세율 적용을 오는 2029년도부터 본격 도입될 중저소득층 대상 신규 급부(현금 지급) 제도 세팅 전까지의 '한시적 징검다리' 조치로 규정하고 있다. 실무진 구상안에 따르면 2027년 4월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1%의 낮아진 세율을 적용함과 동시에, 남은 1% 상당의 범위 내에서 급부금을 선제 지급함으로써 실질적인 '소비세 0% 효과'를 거두겠다는 복안이다.
표1. 식품 소비세율 인하의 재정·경기 부양 효과
| 구분 | 추정치 | 의미 |
|---|---|---|
| 연간 세수 감소 | 4조8,000억 엔 | 감세에 따른 재정 공백 |
| 가구당 연간 부담 경감 | 8만8,000엔 | 식료품 소비세 인하에 따른 평균 혜택 |
| 개인소비 증가 | 5,000억 엔 | 감세액 상당 부분이 신규 소비보다 기존 지출 보전에 흡수 |
| GDP 증가 | 3,000억 엔 | 재정 투입액 대비 6% 수준 |
| 재정 투입 대비 GDP 증가율 | 약 6% | 비용 대비 경기 부양 효과 제한적 |
| 정책 효과의 제약 요인 | 식료품의 필수재 성격 | 가격 하락에도 구매량이 늘지 않아 소비 진작 폭 제한 |
| 재정 효율성 쟁점 | 소비 규모 비례 혜택 | 저소득층 현금지원·에너지비 보전보다 정책 승수 낮아 |
민생 명분 앞세운 재정 도박
하지만 감세에 따른 세수 감소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경우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일본의 소비세는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을 떠받치는 핵심 세원이다. 식료품 감세는 가계의 체감 부담을 빠르게 낮출 수 있으나,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소비 규모에 비례해 혜택이 배분되는 구조여서 재정 효율성은 제한적이다. 같은 재원을 저소득 가구의 현금지원과 에너지 비용 보전에 집중할 때보다 정책 승수가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감세의 비용 대비 경기 부양 효과도 현저히 낮다. 일본 양대 증권사인 다이와증권 산하의 다이와종합연구소는 식품 소비세를 0%로 낮출 경우 가구당 연간 부담이 평균 8만8,000엔(약 77만원) 줄어들고 개인소비는 5,000억 엔(약 4조3,900억원), GDP는 3,000억 엔(약 2조6,3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연간 4조8,000억 엔(약 42조1,250억원)의 세수를 포기하고도 GDP 증대분은 재정 투입액의 6% 수준에 머문다. 실제로 식품은 가격이 내려가도 구매량이 급격히 늘지 않는 필수재여서 감세액 대부분이 기존 지출을 보전하는 데 흡수된다.
원가 상승에 소비자 혜택 희석
소비자가 체감할 가격 인하 폭도 법정세율 하락분과 일치하지 않는다. 다이와종합연구소는 1% 세율이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계적으로 약 1.3%포인트 낮출 것으로 계산했다. 해외 부가가치세 인하 사례에서는 감세분 전액이 판매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 가격 전가율을 70%로 가정하면 실제 하락 폭은 약 0.9%포인트로 축소된다. 결제 시스템 개편비와 인건비, 원재료비 상승분까지 제품 가격에 반영되면 소비자가 마주할 가격표의 변화는 한층 미미해진다.
2년이라는 시한도 소비 진작 효과를 제약한다. 가계는 일시적인 가처분소득 증가를 장기소득 개선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상당 부분을 저축하거나 기존 생활비 부족분을 보충하는 데 사용한다. 2029년 세율을 8%로 복원하는 시점에는 식품 가격이 일시에 뛰고 소비가 다시 위축된다. 2028년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복원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정치 일정까지 겹치면 감세 연장 압력은 더욱 커진다. 한시 조치로 설정한 연간 5조 엔(약 43조8,940억원)의 세입 손실이 상시 지출로 굳어질 위험도 높다.
표2. 일본 정부부채 현황
| 구분 | 규모 | 기준 시점 |
|---|---|---|
| 국채 잔액 | 1,207조2,188억 엔 (약 1경598조원) | 2025회계연도 말 |
| 정부 채무 | 1,343조8,426억 엔 (약 1경1,792조원) | 2025회계연도 말 |
| 중앙·지방정부 장기채무 | 1,344조 엔 (약 1경1,795조원) | 2026회계연도 예산 |
| 장기채무의 GDP 대비 비율 | 194% | 2026회계연도 예산 |
감세가 키우는 이자비용의 악순환
더욱이 일본은 이미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0%를 크게 웃도는 국가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2025회계연도 말 국채 잔액은 1,207조2,188억 엔(약 1경598조원), 차입금과 정부단기증권을 합친 정부 채무는 1,343조8,426억 엔(약 1경1,792조원)에 달했다. 2026회계연도 예산 기준 중앙·지방정부의 장기채무는 1,344조 엔(약 1경1,795조원)으로 GDP의 194%에 해당한다. 기존 채무를 차환하는 과정에서 금리 상승분이 누적되는 만큼 세입 기반 약화는 장기간에 걸쳐 이자비용을 증폭시킨다.
채권시장은 이미 다카이치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10년물 일본 국채 금리는 지난 9일 2.9%까지 치솟아 3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최근에도 3%에 육박하는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행의 중장기 국채 보유 비중은 2025년 말 기준 49%에 달한다. 월간 매입액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양적긴축이 진행되면서 민간 투자자가 소화해야 할 물량은 증가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감세로 세수까지 줄어들면 시장이 요구하는 재정위험 프리미엄은 더 높아진다.
엔저에도 추가 압력
이는 가뜩이나 약세를 보이는 엔화에도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정책금리를 0.75%에서 1%로 올렸고, 경제·물가 여건에 따라 추가 인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로이터통신이 이달 경제전문가 87명을 조사한 결과 86%는 연말까지 1.25%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3.50~3.75%에 머물고 일본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0.25%포인트씩 진행되는 완만한 긴축은 엔화 조달 거래의 수익 구조를 뒤집기에 역부족이다.
실제 엔화는 금리 인상 이후에도 달러당 163엔대로 하락해 1986년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미 재무부는 7월 환율보고서에서 2011년 말부터 올해 4월까지 엔화의 달러 대비 가치와 실질실효가치가 각각 51% 하락했으며, 미·일 금리차 축소에도 약세가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국채 금리 상승이 통화가치 회복으로 연결되지 않는 현상은 시장이 금리 상승분 일부를 통화정책 정상화의 성과보다 재정위험 확대의 대가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드러낸다.
대규모 대외자산도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의 2025회계연도 경상수지 흑자는 34조5,218억 엔(약 302조7,730억원)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해외 투자에서 발생한 제1차 소득수지 흑자가 42조2,809억 엔(약 370조8,240억원)을 차지했다. 2025년 말 순대외자산은 561조7,500억 엔(약 4,928조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까지 불어났다. 기업과 금융기관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엔화로 환전해 국내로 들여오기보다 현지에 재투자하면서 장부상의 대규모 흑자가 엔화 매수로 이어지는 경로가 약해진 것이다.
엔화의 안전자산 지위도 흔들
엔화 지위도 같은 압력을 받고 있다. 엔화 약세가 장기화하면 일본 경제가 누려 온 ‘엔화=안전자산’ 등식도 재평가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엔화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저금리 엔화 차입 포지션이 청산되고,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자산 환류 기대가 커지면서 강세를 보이는 전형적 피난처 통화로 기능했다. 그러나 대외순자산 확대에도 해외 수익의 현지 재투자가 정착하고, 재정 팽창과 국채시장 변동성이 통화 신뢰를 잠식하면서 위기 국면의 엔화 매수 논리도 약해지고 있다.
특히 엔저는 수출 대기업의 엔화 환산 실적을 부풀리는 반면, 수입 원자재·에너지·식료품 가격을 끌어올려 실질소득을 잠식하는 ‘나쁜 엔저’를 확산시킨다. 임금 상승률이 수입물가 오름폭에 미치지 못하는 국면에서는 가계의 소비 여력이 위축되고, 정부는 감세와 보조금 확대 요구에 다시 직면하게 된다. 감세 확대와 국채 발행, 엔화 약세와 수입물가 상승이 서로를 자극하는 흐름이 굳어지면 통화 약세를 성장의 완충장치로 활용해 온 일본의 정책 공식도 더는 작동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