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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미국 식료품 배달 기업 인스타카트가 IPO(기업공개) 공모가를 발표했다. 발표된 공모가는 주당 26~28달러로 2021년 예상 가치에 비해 23%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날 발표된 마케팅 자동화 기업 클라비요의 공모가 역시 주당 27달러로 기존 평가 가치 금액에 비해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인스타카트와 클라비요의 공모가격에 대해 현 IPO 시장 투자 수요에 대한 현실 지표라고 평가했다.
인스타카트와 클라비요, IPO 평가 금액 하락
인스타카트의 IPO 계획안에 따르면 2,200만 주를 신규 발행하고 초기 투자자와 임직원이 보유한 주식 790만 주를 공개할 예정이다. 계획안대로 진행될 경우 총주식 수는 3억3,100만 주며, 예상 최고액 28달러로 공모가가 결정되면 인스타카트의 기업가치는 약 93억 달러(약 12조3,541억원)가 된다. 이는 2021년 기업평가 금액인 390억 달러(약 51조8,193억원)에 비해 무려 76% 하락한 금액이다.
같은 날 발표된 클라비요 IPO 계획 역시 공모가 최고액 27달러 기준 기업가치 약 63억 달러(약 8조3,727억원)로, 당초 평가액인 95억 달러에 비해 34% 하락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2016년 인수한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ARM의 상황도 비슷하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ARM 상장을 추진하면서 최대 700억 달러(약 9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주당 공모가격이 51달러로 결정되면서 기업가치는 545억 달러(약 73조원)로 하락 결정됐다. 윌스트리트저널(WSL)은 이번 IPO 발표에 대해 “글로벌 금리 상승 여파로 인해 고성장 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기업가치 평가 금액이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미래 가치보다 중요한 현재 매출
전문가들은 향후 IPO 시장 전망에 대해 주가매출비율(PSR)이 현실적인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실례로 미국 배달 플랫폼 도어대시(DoorDash)는 410억 달러(약 55조원) 가치로 IPO에 성공했지만, 금리 상승 후 주가가 폭락해 PSR이 약 25배에서 약 4배로 하락했다.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다. 투자 전문 씽크탱크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VC가 투자한 IPO 기업의 PSR은 2021년 약 24배를 기록했으나 현재 약 8배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렇다 보니 IPO 준비 기업들은 구조조정 및 매출 극대화 전략으로 현실적인 PCR 대비에 나서는 추세다. 인스타카트 역시 IPO 계획 발표 직전 개선된 2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인스타카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억4,200만 달러(약 3,216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2023년 인스타카트 예상 매출액은 약 30억 달러다. 유사한 사례인 도어대시의 PSR를 적용하면 120억 달러(약 16조원)의 기업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IPO, 꿈의 숫자 아닌 현실 숫자로 조정돼야
일부 전문가들은 IPO 평가액이 하락함에 따라 적당한 밸류에이션 설정이 더 나은 IPO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피치북 수석 애널리스트 카일 스탠포드(Kyle Stanford)는 “IPO 시 기업가치가 기존 발표된 기업 평가 금액 대비 낮다면 회사에 대한 증권 시장의 부정적 인식을 초래할 수 있다”며 “오히려 밸류에이션을 낮게 설정하는 것이 IPO 주식 공모 흥행에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인스타카트가 IPO를 대비해 실적을 개선하고 평가 금액을 조정했지만, 식료품 배달 시장의 주문량과 거래 금액 증가율이 둔화하는 것을 고려할 때 향후 하락할 성장세까지 가치 평가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높은 성장성을 기대하며 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했던 VC 업계는 인스타카트 여파에 따라 현실을 수용하고 대안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PO 시장이 둔화하면 VC 투자금 회수가 지연되기 때문이다.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스타트업에 대한 VC 투자금 회수의 약 87%가 IPO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성장성이 높은 테크 스타트업에 대해 프리미엄을 붙여 투자하던 관행이 무너지고 있다며, 이제 스타트업은 성장성이 아닌 수익성 관점에서 평가받을 것이라며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