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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엔 살아난다" 1분기 실적 부진했던 ASML, 장밋빛 전망 실현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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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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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지난 1분기 매출 27%·순이익 40% 감소
"지금은 내후년 위한 조정기" ASML의 자신감
해소되지 않는 중동발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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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핵심 장비 제조사인 네덜란드 ASML이 부진한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 분기 수주액이 61% 급감하며 매출과 순이익이 줄줄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반도체 업황 침체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던 ASML의 성적이 시장 기대를 밑돌자, 여타 반도체 업체 주가 역시 줄줄이 미끄러지는 추세다.

ASML 실적 위축, 시장 '충격'

17일(현지시간) ASML 발표에 따르면, ASML의 1분기 매출은 52억9,000만 유로(약 7조8,000억원)로 확인됐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27%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순이익 역시 40% 감소한 12억2,400만 유로로 집계됐다. 1분기 신규 수주액은 전 분기 대비 61% 급감한 36억 유로(약 5조3,100억원)에 그쳤다. 이는 시장의 기대치(54억 유로)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는 매출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판매 부진이 지목된다. ASML의 EUV 수주액은 전 분기 56억 달러에서 1분기 6억5,600만 달러까지 줄었다.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주요 고객사들이 최첨단 장비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성장세가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시장에서는 수주액 감소로 인해 향후 매출과 수익이 한층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실적 발표 당일, 네덜란드 증시에서 ASML 주가는 6.68% 급락했다. 뉴욕 증시에 몸담고 있는 엔비디아(-3.87%), AMD(-5.78%), 인텔(-1.6%), 퀄컴(-2.53%) 등 반도체 관련주들도 줄줄이 약세를 보였다. 소프트뱅크 산하의 영국 반도체 기술회사 암(ARM)은 11.99% 폭락하기도 했다. 반도체 종목 전반의 주가가 미끄러짐에 따라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3.25% 급락한 채 마감했다.

2025년 업황 회복 노리는 ASML

주목할 만한 부분은 ASML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견조한 실적을 기록해 왔다는 점이다. 반도체 업계 '슈퍼을'의 위치를 지키며 업황 악화 추세를 견뎌낸 것이다. 지난해 ASML의 연간 순매출은 276억 유로, 매출총이익률은 51.3%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전년 대비 39.4% 증가한 78억 유로로 집계됐다. 반도체 업황 악화 속에서도 성장률 30%의 견조한 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이후 ASML 측은 2024년 매출이 2023년과 비슷할 것이며, 글로벌 반도체 업황 회복이 예상되는 2025년 이후를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피터 웨닉(Peter Wennick) ASML CEO는 "2024년 우리의 과제는 우리의 조직과 역량을 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급속한 성장을 준비하는 것"이라며 "이는 우리와 우리 고객이 2025년과 2026년에 기대하는 보상을 받는 데 필수적"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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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웨닉 ASML CEO/사진=ASML

ASML의 예측대로 지난 1분기 ASML 실적은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돌았다. 실적 발표 이후 웨닉 CEO는 "우리의 2024년 연간 전망은 바뀐 게 없다"면서도 "(반도체) 업계의 회복 지속으로 올해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더 강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반도체 시장 조정기를 거쳐 점진적으로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중동 내 전쟁 리스크는 변수

다만 관건은 TSMC의 '장밋빛 전망'이 실현될 수 있을지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양국 간 전쟁 확산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차후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인해 반도체 공급망 전반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 반도체 공급 운송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적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예상치 못한 공급망 리스크가 터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은 인텔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이스라엘에서 4개의 개발·생산기지를 운영 중이다. 특히 이스라엘 남부 키르야트 가트에서 가동 중인 중앙처리장치(CPU) 공장의 경우 인텔 전체 반도체 생산 능력의 약 1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인텔의 서버용 CPU 시장에서의 약 점유율은 71%다. 두 국가의 분쟁이 확대되며 인텔의 생산 시설이 마비될 경우, 글로벌 CPU 공급망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국내 반도체 기업 역시 피해 반경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CPU 공급이 줄어들면 자연히 컴퓨터나 서버의 수요 역시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나란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에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계가 '무작정' 업황 회복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 어린 지적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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