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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기업 몰린 전라북도 새만금 산업단지, 법인세 면제 등 영향
이차전지 중심으로 확장성 노리는 새만금, 미국 규제는 변수
사법 리스크도 불안 요소, "재생에너지 사업 꼴 나선 안 돼"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된 전라북도 새만금 산업단지에 중국 기업들이 몰려들었다. 3년간 법인세·소득세 면제라는 파격적인 조건에 기업 맞춤형 규제 완화가 맞물리면서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다만 흥행 성공에도 불안 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미국이 규제 압박을 강화하면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뚝 끊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미국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세부 지침을 발표하면서 규제 범위가 넓어지자 새만금 국가산단 투자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전례가 있다.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 대흥행, 중국 기업도 '속속' 참여
8일 국토교통부 기자단을 대상으로 새만금 국가산단 발전계획을 발표한 김경안 새만금개발청장은 "현재 입주를 하거나 입주를 앞둔 72개사 외에도 국내 대기업과 중국 이차전지 1위 업체까지 새만금에의 진출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새만금 산업단지가 대흥행을 이루고 있단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7월 정부가 새만금 국가산단을 투자진흥지구에 이어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하면서 이차전지 기업들의 참여가 줄을 이었고, 그 결과 새만금 국가산단의 투자 유치액은 10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입주 기업에 법인세와 소득세를 첫 3년 동안 100%, 이후 2년간 50% 감면키로 한 게 인센티브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 이차전지 기업의 국내 참여가 두드러졌다. 미국의 IRA이 본격화하면서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는 한국이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른 영향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두산퓨얼셀이다. 두산퓨얼셀은 2022년 새만금 국가산단(5공구)에 연료전지·발전기 생산 시설을 구축해 현재 양산을 앞두고 있다. 내년 5월 양산에 앞서 시험생산 중으로, 이미 국내 계약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새만금 입주 이유와 관련해 방원조 두산퓨얼셀 본부장은 “법인세 감면과 부지 임대계약 등 각종 혜택으로 새만금 국가산단 입주를 결정했다”며 “향후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수출도 기대 중”이라고 전했다.
흥행이 이어지다 보니 입주를 타진하는 기업들 사이에선 새만금 부지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새만금 국가산단의 부지 규모는 총 560만 평(18.5㎢)인데, 이중 산단 면적의 40%가량을 차지하는 1·2·5·6공구는 85%가 분양됐다. 소위 '자투리땅'을 제외하곤 모두 분양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IRA 규제에 불안 목소리도, "중국 투자 줄어들 수 있어"
다만 마냥 순항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전기차 주도권을 두고 거듭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이 새만금 이차전지 산업에 돌발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 차례 위기가 찾아온 바도 있다. 지난해 12월 초 미국은 IRA의 '외국우려기업(FEOC)'에 관한 세부 규정을 발표하면서 FEOC를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정부의 소유·통제·관할에 있거나 이들 정부의 지시를 받는 기업으로 규정했다. 중국 자본 등이 2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과 조직도 FEOC에 포함했다. 사실상 중국으로 전기차 보조금이 흘러가는 일을 철저히 막겠다는 의도다.
미국이 중국을 더욱 옥죄는 내용의 세부 지침을 발표하면서 새만금 내 한중 합작 투자 붐도 일시에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한중 합작 회사도 규제를 피해 가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미국 IRA 규정에 맞추기 위해선 국내 회사들의 지분율 향상이 필수지만, 이에 따른 재무 부담이 크다는 것도 문제다. 중국 기업 입장에서 한국 진출에 공을 들일 필요가 상당 부분 사라진 셈이다.
'사법 리스크'에 묻힌 재생에너지 사업, "리스크 관리 강화해야"
거듭 마찰음을 내고 있는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을 언급하며 불안을 표출하는 이들도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이 여러 의혹에 매몰돼 고사 직전까지 몰렸듯, 이차전지 특화단지 조성 사업도 같은 수순을 겪을 수 있단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서울북부지검은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등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정·관계 인사들에 태양광 발전사업 관련 청탁을 대가로 1억원 상당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된 서 모 군산시민발전주식회사 대표와 신 의원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겠단 취지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현대글로벌이 공동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새만금솔라파워의 사업 단장을 맡은 바 있는 최 모씨 역시 수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사적 유용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각종 사법 리스크가 가시화하면서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은 사실상 동력을 잃었단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대규모 기업 투자가 무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 약 2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결정한 SK E&S의 경우 수상태양광사업이 조속한 시일 내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하면 데이터센터 및 창업클러스터(3만3,000㎡ 규모) 사업 착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발표한 상태다. 재생에너지 사업을 반면교사 삼아 새만금개발청 차원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