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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통한 중국 '우회 수출' 제재 강화, 북미 외 제조 철강에 관세 부과
미국발 대중국 압박 심화 수순, 멕시코도 중국산 철강 못에 31% 반덤핑 관세
중국의 '밀어 넣기' 수출에 피해 막심한 라틴아메리카, 결국 "관세 대폭 인상할 것"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멕시코를 우회해 수입되는 중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의 연장선이다. 최근에는 브라질, 칠레 등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중국산 철강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의 수출 우회로 탐색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 "멕시코 우회한 중국산 철강 제재할 것"
10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 행정부는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철강 중 북미미국·멕시코·캐나다)에서 제강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방안을 발표했다. 중국, 이란, 러시아 등 미국이 아닌 국가에서 1차 제련된 멕시코산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밝혔다.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원산지를 확인하는 작업은 미 세관국경보호국(CBP)과 멕시코 정부가 공동으로 수행할 방침이다.
이는 중국이 멕시코를 경유해 우회 수출하는 것까지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수입된 철강은 387만 톤가량으로, 이 중 13%가 북미 지역 외에서 제조됐다. 중국산 철강이 멕시코를 통해 유입될 여지가 크다는 의미다. 바이든 행정부 차원에서도 이번 조치가 중국산 제품으로부터 미국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멕시코를 거쳐 미국 시장에 들어오는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은 관세를 회피하고 우리의 투자를 저해하며 펜실베이니아와 오하이오 등지의 미국인 노동자들에게 손해를 입힌다"며 "중국산 수출품 급증이 직접적으로든 다른 나라를 거쳐서든 우리의 시장에 피해를 입힐 경우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멕시코는 중국에 '반덤핑 관세' 부과하기도
멕시코에 대한 압박은 이전부터 있어 왔다. 이를 방증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멕시코의 대중국 반덤핑 관세 부과 정책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3월 멕시코는 중국산 철강 못에 대해 31%의 반덤핑 관세를 매겼다. 앞서선 중국산 철강 공에 3.68~12.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바도 있다. 반덤핑이란 외국의 물품이 정상가격 이하로 수입되는 것을 의미하며, 반덤핑 관세는 정상가격과 덤핑가격의 차액만큼을 관세로 부과해 수입을 억제하는 것을 뜻한다.
이전까지 멕시코는 중국의 우회 수출로 역할을 도맡으며 상당한 수준의 반사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중국의 대멕시코 수출액은 전년 대비 5.1% 증가한 815억 달러(약 112조원)에 달했고, 특히 이 중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미·중 무역전쟁 직전인 2017년 대비 무려 260%나 증가했다. 해상운송정보업체 제네타에 따르면 중국-멕시코 간 컨테이너 운송량 증가율은 2022년 3.5%에서 2023년 34.8% 급증했고, 올해 1월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무려 60%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멕시코는 미국의 압박에 곧이곧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애초 대중국 교역이 활발해진 것도 미국 덕인 데다, 대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멕시코가 미국의 최대 수입국이 되는 등 미국으로부터도 반대급부 이익을 얻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멕시코의 대미 수출액은 4,756억 달러(약 655조원)로, 중국(4,272억 달러)을 20년 만에 처음으로 제친 바 있다. SCMP가 멕시코의 반덤핑 관세 품목 확대 정책을 두고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중국산 제품의 자국 유입을 줄이거나 차단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배경이다.
라틴아메리카도 중국에 관세 폭탄
앞으로 중국이 수출 우회로를 찾는 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멕시코뿐 아니라 브라질, 칠레 등도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몇 년간 라틴아메리카 지역과 대규모 교역을 이어오며 최대 원자재 구매자이자 주요 투자자가 됐다. 중국은 연간 1,000만 톤(85억 달러 상당)의 철강을 라틴 아메리카로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2000년 8만500톤 대비 4년 새 급증한 수준이다. 라틴아메리카 철강협회 알라세로(Alacero) 홈페이지 보고서 자료를 보면 역내 철강 시장에서의 중국산 점유율도 2000년 15%대에서 지난해 54%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최근 브라질은 관세율 쿼터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1개의 철강 제품에 평균 수입량 30% 이상 초과 시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현행 비율인 12.6%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중국산 철강이 쏟아짐에 따라 자국 철강 산업이 약화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오면서 강경한 대처를 내놓은 것이다.
실제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브라질로 수출된 철강 물량은 전년 대비 80% 증가한 270만 톤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도 3월 말 중국산 철강의 브라질 수출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44% 늘었다. 반면 중국산 제품 유입에 생산량을 조정한 브라질 업체의 조강 생산량은 부쩍 줄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브라질의 지난해 조강 생산량은 전년 대비 6.5% 감소한 3,187만 톤에 불과했다. 브라질 철강 대기업 게르다우의 지난해 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40%나 줄었다.
칠레의 경우 중국산 철강에 최대 33.5%의 잠정 관세를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이미 지난 2016년부터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여섯 차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바 있지만, 그럼에도 중국 정부의 과잉 보조금으로 중국산 물량이 줄지 않자 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강경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대중 압박과 중국의 '밀어 넣기'식 수출의 폐해가 경제 제재 효과를 강화한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