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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으로 치닫는 美·中 관세전쟁” 트럼프가 쥔 패, 시진핑보다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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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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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면 반격에 트럼프 책임론 제기
"중국산 가격 오르면 미국인 손해"
中, 희토류 통제 등 ‘다차원 보복 카드’도 

미·중 무역 갈등이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 조치에 대응해 중국은 첨단 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고, 미국 보잉사의 항공기 인수까지 무기한 연기하며 ‘관세전쟁’의 전선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중국이 전면적 반격에 나선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갈등의 교착 상태가 중국의 책임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이 미·중 무역 전쟁을 대비해 대미 수출을 줄이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온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힘의 균형’을 오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FT "트럼프 패배 자초"

16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기드온 라흐만 수석외교칼럼니스트는 14일 ‘시진핑이 트럼프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트럼프는 중국과의 ‘관세 포커 게임’에서 훨씬 약한 패를 들고 있다”며 “트럼프가 이를 받아들일 때까지 시간을 지체할수록 미국은 더 큰 손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8일 언론 인터뷰에서 미·중 관세 전쟁과 관련, “중국은 두 장의 카드만을 들고 포커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며 “중국이 보복 관세로 대응해도 우리는 잃을 게 없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수입과 비교해 5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미국에 더 많이 수출하는 중국이 관세 전쟁에서 불리한 위치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라흐만 칼럼니스트는 “베선트의 논리에는 결함이 있다”며 “중국이 미국에 많은 상품을 수출한다는 것은 영향력을 높이는 요인이지 약점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미국은 자선 목적으로 중국산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중국산 제품의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아예 매장에서 사라지면 미국인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관세는 수출자가 아닌 수입자가 지불한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의 80%, 자전거·선풍기·인형의 75%가 중국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가 상승과 공급 부족으로 인한 고통을 감수하기보다는 관세 면제 품목을 점점 더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중국은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들이 있다”며 “중국은 미국인들이 의존하는 항생제 원료의 거의 50%를 생산한다. 미 공군의 핵심 전투기인 F-35는 중국에서 조달되는 희토류 부품을 필요로 한다. 중국은 미국 국채를 두 번째로 많이 가지고 있는 국가”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팬데믹 때 증명된 것처럼 시진핑은 (자국민에게) 큰 실수를 저질러도 감당할 수 있다. 반면 백악관은 여론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며 “트럼프는 스스로 패배를 자초했다. 조만간 항복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vs 중국’ 관세전쟁, 강대강 맞불

실제 미국이 던진 강속구를 중국이 받아치면서 세계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 경제까지 시계제로에 급격히 빠져드는 형세다. 미국의 상호 관세에 맞불을 놓는 중국 정부의 대응은 미국 증시가 개장하기 불과 3시간 여전인 지난 4일 오후 7시께 중국 국영 채널인 CCTV 방송을 통해 전세계에 타전됐다.

중국 국무원은 미국산 모든 수입품에 대해 3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발효 시점은 4월 10일로 못박았다. 미국의 조처에 대해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방침도 밝혔다. 중국은 옥수수·밀 등 농산물부터 의약품, 원유, 천연가스 등 미국의 주요 수출품을 대거 사들이는 나라다. 지난해 중국의 미국산 제품 수입규모는 약 1,430억 달러다. 중국 정부가 질의응답이 따르기 마련인 기자회견이 아닌 일방향 소통 수단을 활용해 미 정부를 때리고 나선 것이다.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 세계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고율의 상호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힌 뒤 세계 금융시장은 숨죽이며 중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 왔다. 미국의 조처에 대해 유럽연합(EU) 등에서도 즉각 반발 목소리가 나왔으나 향후 세계 경제의 향배의 핵심 가늠자는 중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전면적 보복 조처에 나서게 되면 세계 경제(명목 GDP 기준)의 약 40%를 차지하는 1, 2위 국가의 전면전이 본격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은 이런 상황을 ‘가장 나쁜 시나리오’로 평가한다.

중국의 기습적인 발표 이후 개장한 유럽과 미국 증시는 예상대로 발작 수준의 흐름을 나타냈다. 미국의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지난 5일 전 거래일보다 2.4% 급락한 채 장을 시작한 뒤 하락폭을 키웠고,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의 하락율도 4%대를 나타냈다. 유럽의 유로스톡스50과 독일의 닥스, 프랑스의 CAC지수 모두 급격히 하락폭을 확대하며 전거래일 보다 5% 가까운 하락률을 보였다. 이미 트럼프의 전대미문의 관세 전쟁 개시에 연일 약세를 보이던 주요국 증시가 다시 묵직한 한 방을 맞은 셈이다.

구매력 막강한 미국, 기초체력 약해진 중국

사태는 계속 확전일로로 갈 공산이 높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중국은 오판을 저질렀다. 당황한 것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미국에 많은 돈을 투자하려는 수많은 투자자에게 말한다. 나의 정책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부자가 될 수 있는 위대한 순간이다” 등의 격렬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미-중 간 전쟁은 상품 교역이 중심인 관세에만 머무를지도 단언하기 어렵다. 상품 외에도 컨텐츠 등 서비스 부문은 물론 자본 거래에까지 전선이 확대될 여지가 있어서다. 중국은 미 국채의 최대 보유국이며, 미국은 중국의 주요 자본 투자국이자 시장이다. 중국이 미 국채 투매에 나서게 되면 미 국채 금리는 급등하게 된다. 이는 트럼프가 가장 싫어하는 시나리오다.

물론 두 나라가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엮여 있는 만큼 상대에 대한 공격이 실은 본인의 눈을 찌르는 형국이 될 수 있기에 두 강대국의 대결이 무한정 확대될 것으로 단언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중국이 가진 패만큼 미국이 가진 패도 결고 작지 않다. 최근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이 훨씬 더 크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다른 어떤 나라와도 차이가 없다"며 "세계는 우리가 가진 것, 모든 나라가 원하는 것, 즉 미국 소비자를 원한다"고 말했다. 관세 정책으로 양측 모두 출혈이 불가피하나, 결국 급한 것은 중국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중국은 극심한 저물가에다 치솟는 실업률, 느려지는 경제 성장 속도, 부동산 시장에 끼어 있는 거품으로 디플레이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전면전을 하기에는 기초 체력이 약해져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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