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설계된 과잉이 가격을 움직이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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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산업 기획이 만든 상시적 공급 과잉 구조 가격 하락이 먼저 나타나고 수출로 확산되는 메커니즘 시장 조정보다 정책 관리가 앞서는 경쟁 환경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국의 과잉생산은 단기 경기 흐름을 넘어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이다. 정부가 전략 산업을 지정한 뒤 토지·인허가·금융을 동시에 투입하면서 짧은 기간에 대규모 생산 능력이 집중적으로 축적됐다. 이 방식은 공장 건설과 생산 확대 국면에서는 속도와 효율을 높였으나, 수요 변화에 맞춰 설비를 줄이거나 생산을 조정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러서는 유연성 부족이라는 한계를 드러낸다.
그 여파는 내부 지표에서 먼저 포착된다. 중국 내에 누적된 공급 과잉은 공장 가격 하락으로 나타나고, 이 가격 신호는 수출을 매개로 해외 시장까지 전파된다. 생산 구조에서 비롯된 압력이 가격을 통해 외부로 확산되는 흐름이 고착화되고 있다.
설계 단계에서 굳어진 상시적 과잉
중국의 산업 과잉은 정책 설계 단계에서 이미 방향이 잡혔다. 정부 부처가 전략 산업을 정하고 공급망을 함께 설계한 뒤 토지·인허가·금융을 일괄 배치하면, 기업은 짧은 시간 안에 대규모 투자를 실행하게 된다. 이 구조는 초기 진입 위험을 낮추는 대신, 다수의 설비가 동시에 시장에 남는 결과를 낳았다.
팩트는 수치로 확인된다. 2024년 기준 글로벌 배터리 제조 능력은 약 3테라와트시(TWh)로 집계됐고, 전기차와 전력 저장 수요의 약 세 배 규모로 확대됐다. 이 가운데 4분의 3 이상이 중국에 집중되며 생산 능력의 무게중심이 한 국가로 쏠렸다.
확장은 빨랐고, 정리는 더뎠다. 설비 축소와 퇴출이 지연되면서 과잉은 일시적 현상을 넘어 상시적 구조로 굳어졌고, 다음 단계인 가격 압력으로 이어질 토대가 형성됐다.

주: 2024년 기준 글로벌 배터리 제조 능력은 약 3.0테라와트시(TWh)로, 실제 수요 약 1.0TWh의 세 배에 달하며 가격 하락과 수출 압력의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격에서 먼저 드러난 과잉의 신호
구조적 과잉은 가장 먼저 가격에서 신호를 보냈다. 블룸버스 산업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 팩 가격은 2025년 기준 킬로와트시(kWh)당 108 달러(약 14만6,000원)까지 떨어졌다. 생산 능력이 수요를 크게 웃도는 상황이 가격에 직접 반영된 결과다.
이 흐름은 배터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24년 중국 대형 산업 기업의 평균 가동률은 76.2%로 낮아졌고, 비금속 광물 부문은 61.1%까지 내려갔다. 같은 해 공장 출고가격도 연간 기준 2.2% 하락하며 산업 전반에서 가격 압박이 확인됐다.
주목할 점은 반응의 순서다. 설비 조정이나 생산 축소보다 가격 인하가 먼저 작동했고, 과잉은 수익성 악화보다 가격 하락을 통해 흡수되는 경로를 탔다. 이 가격 신호가 다음 단계인 수출 확대와 글로벌 전이로 이어질 조건이 형성됐다.
수출로 흘러가는 잉여 생산
국내에서 소화되지 못한 생산은 해외 시장으로 이동했다. 중국은 2024년 철강을 1억1,070만 톤 수출하며 9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같은 해 전기차 수출은 약 125만 대로 집계돼 글로벌 전기차 수출의 40%를 차지했다. 내수 둔화 국면에서도 생산과 출하가 동시에 유지됐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된다.
이 흐름은 일시적 대응이 아니다. 과잉 생산이 누적되면 가격이 먼저 내려가고, 낮아진 가격은 수출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생산 유지 → 가격 하락 → 수출 확대라는 경로가 반복되며, 중국의 국내 가격이 그대로 글로벌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가 굳어졌다.
그 결과 영향은 국경을 넘어 확산됐다. 중국발 물량이 유입된 시장에서는 가격 기준선이 낮아졌고, 현지 산업은 직접적인 가격 압박에 노출됐다. 남는 물량이 수출로 이동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한, 과잉의 파급력은 해외 산업까지 밀어내는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주: 2024년 4분기 중국 산업 전반의 평균 가동률은 76.2%에 머물렀으며, 비금속 광물 제품 부문은 61.1%로 특히 낮게 나타났다. 상류 원자재 부문의 낮은 가동률은 과잉 생산이 축적되는 지점을 보여주며, 가격 압력이 수출로 전이되는 배경을 설명한다.
정책 관리로 이어지는 과잉의 처리 방식
과잉이 누적되면 가격 조정과 기업 퇴출이 뒤따르는 흐름이 일반적이다. 중국에서는 이 과정이 정책 관리로 이어졌다. 지방정부는 고용과 세수 유지를 이유로 공장 가동을 지속했고, 금융기관은 손실 인식을 늦추기 위해 대출을 연장하는 선택을 택했다.
조정 속도는 실제 조치에서 드러난다. 2025년 중국 규제 당국은 자동차 산업의 가격 경쟁을 제한하며 급격한 가격 하락을 완화했다. 시장 자율에 맡기기보다 가격 흐름을 관리하는 방향이 선택된 셈이다.
이 같은 정책 운영은 해외의 대응을 불러왔다. 미국은 2024년 5월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했고, 유럽연합(EU)은 기존 10% 관세에 더해 17.4~37.6%의 추가 관세를 도입했다. 과잉을 단기간에 해소하기보다는 관리하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가격 압력은 완화되지 않고 무역 긴장은 중장기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과잉을 전제로 움직이는 시대
중국의 과잉생산은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새로운 경쟁 환경이 됐다. 계획된 확장과 관리된 조정이 결합된 구조는 가격을 빠르게 낮추고, 그 영향은 국경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된다. 이 흐름을 단순한 불공정 논쟁이나 단기 관세 문제로만 다루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이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가격 변동과 정책 충돌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다. 이제 과제는 과잉을 막는 데 있지 않다. 과잉이 상수가 된 환경에서 산업과 정책, 교육이 어떻게 대응 역량을 갖출 것인가에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Planning Meets Price: Why “China Overcapacity” Remakes Global Industry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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