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쟁 곧 끝난다” vs 이란 “종전 결정은 우리가”, 미국·이란 전쟁 미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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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전쟁 매우 빨리 끝날 것, 미사일 기지 80% 제거” 대이란 군사작전 열흘째, 시장 불안 완화·민심 이반 저지 도모 이란 혁명수비대, 트럼프 '곧 종전' 발언 반박, 항전 의지 재확인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압박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장기전 우려 불식에 나섰다. 대이란 군사작전 10일차에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메시지는 유가 급등에 따른 충격과 이란의 강경파 후계자 선출에 따른 급격한 확전 우려를 진정시키려는 의도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란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차남을 차기 최고지도자로 추대하며 대미 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어, 전역의 완전한 평화까지는 상당기간 진통이 예상된다.
트럼프 “이란 완전히 박살냈다”
9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도럴 리조트에서 열린 공화당 행사 연설에서 지난달 28일 시작된 미국의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에 대해 “매우 빨리 끝날 것”이라며 “작전이 종료되면 세계는 지금보다 훨씬 안전한 환경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미사일 기지와 발사대 가운데 약 80%를 무력화했다”며 “현재 미사일 발사는 극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사일 전력은 확실히 제거됐고 드론도 격추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군사행동을 “몇몇 인물을 제거하기 위한 단기간의 여정(short-term excursion)”이라고 표현하며 “이란이 언제 항복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이틀 전에는 항복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이란에는 더 이상 지도부도 남아 있지 않으며 국가적으로 남은 것이 없다”며 “이란은 큰 강대국으로 여겨졌지만 우리는 그들을 완전히 박살냈다. 그들의 테러 지도자들은 이미 사라졌거나, 곧 사라질 때를 카운트다운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적들이 완전히 그리고 결정적으로 패배할 때까지 미국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군사 압박을 지속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구체적인 작전 종료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이번 주는 아닐 것”이라면서도 “아주 가까운 시점(very soon)”이라고 힘줘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CBS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전쟁이 마무리 수순(the war is very complete)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란군은 해군도, 공군도, 통신 체계도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며 전황이 당초 4~5주로 봤던 예상 기간보다 “매우 크게”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 원유 수송로인 이란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선 선박들이 현재 통과하고 있다면서 “그것을 장악하는(taking it over)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은 발사할 수 있는 무기는 이미 대부분 사용했다”며 “떤 교묘한 행동도 시도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렇게 한다면 그 나라는 끝장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종전 기대에 뉴욕 3대 지수 상승, 국제유가도 배럴당 80달러선 복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조기 종전 기대감이 커지면서 자본시장도 일제히 출렁였다. 9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50% 오른 4만7,740.80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83% 상승한 6795.99를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 역시 1.38% 오른 2만2,695.95로 거래를 마쳤다. 한국 증시의 대형 반도체 종목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3.9% 급등하며 반등 흐름을 나타냈다. 금융 분석가 피터 웰스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란의 군사 능력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시장을 짓눌러 왔던 핵심 불확실성을 제거했다”고 평가했다.
사태 장기화 우려 속에 급등했던 국제유가도 빠르게 안정되는 흐름을 보였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장 초반 배럴당 119.48달러까지 치솟으며 2022년 6월 이후 약 3년 9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매도세가 유입되며 88.61달러 수준까지 급락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100달러 선 아래로 밀리며 98.9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탓에 최근 급격한 조정 압력을 받아온 아시아 주요국 증시 역시 반등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일본 닛케이255 지수는 현재 3.33% 상승한 5만4,484.46을 기록하고 있으며, 대만 가권지수도 3.04% 오른 3만3,087.71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조만간 개장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등 주요 지수 역시 상승 출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트럼프 보란 듯 '모즈타바 후계', 강경 더 강경
다만 전선이 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아니다. 9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공망은 튀르키예 영공으로 진입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 이번 분쟁 발생 이후 두 번째 사례다. 이스라엘 역시 이란 본토와 레바논 내 목표물을 향한 추가 공습을 지속하며 군사적 긴장 수위를 낮추지 않았다.
이란 내부 정치 변동도 변수다. 이란이 미국 공격으로 폭사한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최고지도자로 선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하메네이의 아들은 ‘경량급(lightweight)’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인물이다. 우리는 이란에 조화와 평화를 가져올 지도자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 않을 경우 5년 내 다시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3일에도 “이란에서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고 언급하며 강경 메시지를 내놨다.
하지만 트럼프의 경고와는 달리 이란은 하메네이의 아들을 최고지도자로 선택했다. 모즈타바는 강경 보수 성향의 인물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그의 선출은 이란 내부 강경 세력이 결집해 대미 항전을 이어가겠다는 정치적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 이란 IRGC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종전 발언에 즉각 반박하며 강경 태세를 나타내고 있다. IRGC는 9일 발표한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전쟁의 종결을 결정하는 주체는 미국이 아닌 우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된다면 이 지역에서 단 1리터의 석유도 수출되지 못할 것”이라며 강력한 대응을 경고했다.
또한 이란은 인접한 중동 국가들에 대한 공격 중단 약속도 하루 만에 뒤집으며 역내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7일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걸프 국가들이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 이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걸프 국가들에 사과하고 공격 중단 의사를 밝힌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앞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6일 국영TV 연설에서 “임시 지도자위원회가 이웃 국가들이 이란을 공격하지 않는 한 해당 국가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기로 승인했다”며 “이란의 공격을 받은 이웃 국가들에 개인적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발언 직후 이란 내 강경파는 “우리는 사과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의 정치 체제에서 대통령은 상징적 지위에 가깝고, 실질적 권력은 IRGC 지휘권을 포함한 국가 핵심 권한을 가진 최고지도자에게 집중돼 있는 구조다.
결국 조기 종전의 관건은 트럼프 행정부가 하메네이에 이어 모즈타바까지 제거하는 ‘참수 작전’에 다시 나설 것인지다. 군사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승인하지 않는 이란 지도자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모즈타바 제거 작전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걸프 국가들도 강경 대응한다는 분위기다.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은 최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사우디 영토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이 계속될 경우 보복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도 트럼프와 통화하고 이란 공습으로 고조된 역내 긴장 상황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