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글라스 대중화의 그늘, 프라이버시·시험 공정성 동시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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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점유율 85%, 스마트 글라스 대중화 주도 불법 촬영·시험 부정행위 등 악용 사례 증폭 중국의 가격 파괴 공세로 현장 통제 비용도 급증

일반 안경과 구분하기 힘든 스마트 글라스가 인공지능(AI) 시대의 차세대 인터페이스로 급부상했다. 메타가 세계 시장의 85%를 장악한 가운데 중국 업체들은 10만~20만원대 제품을 쏟아내며 보급의 문턱을 빠르게 낮추고 있다. 다만 이용자의 시선이 곧 카메라가 되는 기기 특성은 불법 촬영과 시험 부정행위로 번졌고, 현행 규제와 감독 체계는 잇따라 허점을 드러내는 실정이다. 스마트 글라스가 일상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만큼 촬영과 이용 범위를 둘러싼 사회적 규칙 마련도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85% 장악한 메타, 추격전 점화
19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 글라스 시장은 메타와 에실로룩소티카가 공동 개발한 ‘레이밴 메타’를 기점으로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 지난해 세계 스마트 글라스 출하량은 870만 대로 전년 대비 322% 급증했다. 메타는 이 가운데 740만 대를 출하하며 85.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올해 들어 성장세는 한층 가팔라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 결과, 올해 1분기 디스플레이가 없는 스마트 글라스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10% 늘었다. 같은 기간 메타의 점유율은 84%로 직전 분기 82%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촬영·통화·번역·검색 기능을 사용하는 소비 행태가 확산하면서 스마트 글라스가 웨어러블 시장의 주력 성장축으로 편입된 모습이다.
경쟁사들의 추격도 거세지고 있다. 구글은 워비파커·젠틀몬스터와 손잡고 제미나이를 탑재한 안경을 올가을 내놓기로 했고, 스냅은 소비자용 글라스 '스펙스'를 현재 예약 판매 중이다. 아마존도 배송기사용 스마트글라스에 이어 소비자용 안경을 개발하고 있다. 애플 역시 카메라가 탑재된 에어팟을 비롯해 카메라를 단 브로치 형태의 별도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AI를 이용할 수 있는 '화면 없는' 인터페이스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는 셈이다.
프라이버시 사각지대
다만 경쟁이 달아오르는 사이 프라이버시 침해 등 사고도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달 서울 강서경찰서는 데이트 상대 여성들의 신체를 메타 스마트 글라스로 몰래 촬영해 온라인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남성을 체포했다. 해당 남성은 피해자 앞에서 휴대전화를 꺼내거나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평범한 안경을 쓴 채 상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촬영이 이뤄졌다. 일반 안경과 외형 차이가 거의 없는 제품 특성상 피해자들은 촬영 사실을 현장에서 인지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에서는 여성을 길거리와 술집에서 몰래 찍은 영상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퍼지면서 스마트 글라스에 ‘변태안경’이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이런 범죄가 가능한 건 스마트 글라스 특유의 외형 때문이다. 안경테 한쪽에 카메라가 들어 있으나, 일반 안경과 구분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촬영 중에는 작은 표시등이 켜지지만 밝은 거리나 조명이 어두운 실내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게다가 상대방이 표시등의 의미를 모를 경우 불빛을 보더라도 촬영 사실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현실 공간 침투한 AI, 규범은 공백
논란이 커지자 메타는 표시등을 가리면 카메라 작동을 제한하는 기능을 도입하고, 병원·탈의실·화장실·학교 등에서는 제품의 전원을 끄도록 이용자들에게 권고하고 나섰지만, 이런 조치는 착용자의 준법의식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을 남긴다. 스마트폰은 사용자가 꺼내야 작동하는 기기지만, 스마트 글라스는 쓰고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 사람에게 존재를 인식시킨다. AI가 손안의 화면을 떠나 현실 공간으로 들어오는 순간 프라이버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의 문제가 된다.
그러나 현행 법체계는 착용형 카메라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스마트 안경을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로 분류하고 공개된 장소에서 업무 목적으로 촬영할 경우 불빛이나 소리로 촬영 사실을 알리도록 규정한다. 개인이 사적 목적으로 착용하는 경우에는 해당 조항의 적용이 제한돼 일상 공간에서 벌어지는 무단 촬영을 선제적으로 막기 어렵다. 촬영을 사전에 차단할 수단도 제조사의 이용 권고와 시설별 반입 규정이 중심을 이룬다.
표1. 스마트 글라스 시험 부정행위 적발 사례
| 국가·지역 | 시험·기관 | 부정행위 수법 | 적발·처분 내용 |
|---|---|---|---|
| 중국 | 대학 시험 | 스마트 글라스로 시험지를 스캔한 뒤 렌즈에 표시된 답안 작성 | 2026년 최소 20개 대학이 스마트 기기 부정행위 적발·처분 사실 공개 |
| 대만 | 국립대만대학교 의과대학 2차 필기시험 | 모자와 두꺼운 안경테로 스마트 글라스를 은폐해 시험지 촬영 시도 | 감독관이 작동 열이 남은 기기를 발견해 적발 |
| 대만 | 대학입학 분과능력시험 | 물리·화학 시험 도중 스마트 글라스 착용 | 금속탐지기로 적발해 시험 자격 박탈, 기기 소지만으로 0점 처리하는 규정 개정 착수 |
| 일본 | 와세다대학교 입시 | 시험지를 촬영해 엑스(X)로 전송하고 외부 조력자에게 답안 수신 | 응시자가 답변 제공자에게 온라인으로 대가를 지급한 사실 확인 |
| 일본 | 토익 | 스마트 글라스와 마스크 속 소형 마이크로 문제를 외부에 전달하고 다른 응시자에게 답안 제공 | 교토대학교 대학원생 체포·기소 |
| 한국 | 전기산업기사 시험 | 스마트 글라스 연동 휴대전화를 몸에 숨기고 렌즈로 답안 확인 시도 | 국가기술자격법 위반 혐의로 입건 |
| 한국 | 소방설비기사 시험 | 자체 개발 AI 프로그램과 연동된 안경으로 답안 확인 | 40대 응시자 약식재판 회부 |
시험 공정성도 흔들
이 같은 제도적 공백은 시험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최근 중국 당국은 올해 최소 20개 대학이 스마트 글라스와 스마트워치 등 전자기기를 활용한 부정행위 적발·처분 사실을 공개했다. 화남농업대학교는 스마트 글라스를 시험장에 반입해 부정행위를 시도한 사례 여러 건을 처리했다고 공지했다. 일례로 허베이성의 한 대학생은 스마트 글라스로 시험지를 스캔한 뒤 렌즈에 표시된 답을 옮겨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에서도 시험 현장이 연이어 뚫렸다. 지난 6월 국립대만대학교 의과대학 2차 필기시험에서는 모자와 두꺼운 안경테로 스마트 글라스를 감춘 응시자가 적발됐다. 감독관은 응시자가 시험지를 장시간 주시하며 얼굴 가까이 가져가는 행동을 반복하자 안경을 검사했고, 작동 열이 남아 있는 기기를 찾아냈다. 지난달 대만 대학입학 분과능력시험에서도 물리·화학 시험 도중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한 응시자가 금속탐지기에 적발돼 시험 자격을 잃었다.
일본에서는 스마트 글라스가 시험문제 유출과 조직적 대리시험의 핵심 도구로 쓰였다. 2024년 와세다대학교 입시를 치른 18세 응시자는 카메라와 통신 기능을 갖춘 안경으로 화학 등 시험지를 촬영해 SNS 엑스(X)에 전송하고, 사전에 섭외한 외부 조력자들로부터 답을 받았다. 응시자는 답변 제공자들에게 온라인 결제로 대가까지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토익 부정 응시 사건도 벌어졌다. 교토대학교 대학원생은 카메라가 장착된 스마트 글라스와 마스크 속 소형 마이크를 이용해 시험문제를 외부로 전달하고 다른 응시자들에게 답을 제공한 혐의로 체포·기소됐다.
국내에서도 스마트 글라스 부정행위가 연이어 적발됐다. 지난 5월 전기산업기사 시험에 응시한 20대 남성은 휴대전화 2대를 준비해 1대만 감독관에게 제출하고, 스마트 글라스와 연동된 나머지 1대를 몸에 숨긴 채 시험장에 들어갔다. 안경테를 반복해서 만지는 행동을 수상히 여긴 감독관에게 적발돼 국가기술자격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같은 달 소방설비기사 시험에서 자체 개발한 AI 프로그램과 연동된 안경으로 답을 확인한 40대 응시자는 약식재판에 넘겨졌다. 스마트 글라스를 이용한 국가자격시험 부정행위가 국내에서 형사사건으로 처리된 첫 사례다.
하지만 사건 발생 뒤 성적을 무효화하고 응시 자격을 박탈하는 사후 제재만으로는 역부족이다. 휴대전화 반납과 육안 확인에 치중한 현행 감독 체계에는 일반 안경 형태의 착용형 기기를 걸러내기 힘든 허점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목소리다. 규제 시기를 놓치면 시험제도의 공신력 훼손과 선의의 응시자 피해가 불가피해진다.
中 가격 파괴의 역설, 사회적 관리비용 눈덩이
이런 가운데 중국의 스마트 글라스 가격 파괴 전략은 대중화를 앞당기며 규제 시계를 더욱 재촉하고 있다. 중국 산업 전문 매체 타이보에 따르면 캉관테크놀로지(KTC)가 출시한 스마트 글라스의 첫 500대 판매가는 999위안(약 21만원)이었다. 30일 대여료도 269위안(약 5만6,000원)에 불과했다. 샤오미 제품은 지난해 12월 징둥닷컴 한정 행사에서 정가 1,999위안(약 42만원)의 3분의 1 수준인 699위안(약 15만원)에 풀리기도 했다.
여기에 중국 당국은 올해 스마트 글라스를 구매 보조금 대상에 편입해 판매가의 15%, 최대 500위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가격 인하와 정책 지원이 맞물리면서 중국 본토의 스마트 글라스 출하량은 지난해 100만 대에 육박했고, 세계 시장의 10.9%를 차지하며 미국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로키드와 샤오미는 각각 세계 출하량 2위와 3위 업체로 올라섰으며, 디스플레이 탑재형 스마트 글라스에서는 로키드·알리바바·이븐 리얼리티스 등 중국 업체의 합산 점유율이 71%에 달했다.
문제는 가격이 낮아질수록 현장 통제 비용은 높아진다는 점이다. 시장조사기관 IDC 집계 결과 중국 오디오·촬영형 안경 시장에서 카메라 탑재 제품 비중은 지난해 1분기 7.1%에서 4분기 39.4%로 치솟았다. 스마트 글라스 전체 물량의 68% 이상은 온라인 채널을 통해 유통됐다. 가격 비교와 해외 직접구매, 단기 대여가 쉬워지면서 학교·병원·법원·기업이 제품 외형만으로 촬영 기능을 판별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착용 자체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면 길찾기와 통역, 시각·청각 보조, 산업현장의 원격 지원까지 제약받는다. 촬영·녹음·저장·클라우드 전송 기능을 구분하고, 이용 장소의 민감도에 따라 허용 범위를 달리하는 세밀한 규율이 필요한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