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위안화 강세에도 사상 최대 흑자" 中 수출 경쟁력의 핵심은 제조업 기반, 환율 조정만으론 해소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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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무역흑자 확대, 의도적 환율조작 증거는 부족 통화 저평가로 성장한 제조업, 통화 강세에도 경쟁력 유지 가능 무역 불균형 해소 위해 기업 퇴출과 생산기반 피해 분석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의 상품 무역흑자가 약 1조2,000억 달러(약 1,629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환율정책이 무역 불균형의 주요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3%에 달한 배경 중 하나로 실질환율 하락을 지목했다. 내수 부진과 저물가로 위안화의 실질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출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위안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면서 중국의 수출 호조를 의도적인 통화 평가절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워졌다.
위안화 저평가 둘러싼 환율조작 논란
중국의 수출 경쟁력을 둘러싼 논쟁은 미국의 환율조작 의혹에서 비롯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중국과 일본이 자국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미국 제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그동안 아시아 국가들의 대규모 무역흑자와 높은 외환보유액, 자본 이동 제한 등을 근거로 환율조작 의혹을 제기해 왔다. 중국은 실제로 중앙은행이 위안화의 일일 기준환율을 정하고 자본 이동을 제한하는 등 정부가 환율에 개입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한다. 국유 금융기관도 외환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환율 관리에 정부의 영향력이 상당하다. 하지만 이러한 관리가 수출 확대를 위한 의도적인 평가절하에 해당하는지를 두고는 논란이 이어진다. 판궁성 중국인민은행 총재는 올해 9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위안화를 수출 확대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무역적자국에도 자체적인 구조개혁을 촉구했다.
미국 재무부도 중국의 환율 관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의도적인 평가절하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올해 7월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의 환율정책에 대한 투명성 부족을 지적했지만,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위안화 절상을 막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이 확인될 경우, 향후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이러한 논쟁에서는 정부의 환율 개입 여부와 함께 위안화 가치가 낮게 유지되는 원인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역 상대국보다 물가상승률이 낮으면 명목환율이 크게 변하지 않더라도 실질환율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올해 8월 분석에서도 IMF의 대외균형 분석체계를 활용한 결과 위안화 가치가 약 20%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정책의 장기적 산업 효과
의도적인 평가절하 여부와 별개로 환율정책이 제조업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에도 주목해야 한다. 통화 가치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신규 기업의 시장 진입과 국내 공급망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누적되면 환율이 정상화된 이후에도 제조업 경쟁력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관련 연구에서는 1985~2007년 선진국 23개국과 신흥국 22개국 등 총 45개국의 자료를 활용해 외환보유액 축적과 자본통제가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두 정책을 병행하는 국가에서 제조업 고용 비중과 국내 중간재 사용이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특히 자본 이동을 완전히 통제하는 국가가 매년 GDP의 1%에 해당하는 외환보유액을 추가로 축적할 경우, 5년간 제조업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약 1.3%포인트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효과는 수출 증가에 따른 기업과 공급망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면 신규 제조업체가 시장에 진입하고 이들에 부품과 원자재를 공급하는 국내 기업도 성장한다. 생산망이 확대되면서 전문화된 중간재를 확보하기 쉬워지고 제조업 생산성도 향상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같은 효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10년간 매년 GDP의 5%에 해당하는 외환보유액을 매입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5년 후 국내 제조업체 수는 약 7.5% 증가했으며,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장기적으로 초기보다 약 3% 높은 수준에서 안정화됐다. 그러나 이는 경제모형에 따른 추정치로 중국 경제에서 실제로 관측된 결과는 아니다. 그럼에도 장기간의 환율정책이 기업의 시장 진입과 공급망 형성을 촉진하면서 사실상 산업정책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위안화 강세에도 견고한 수출 경쟁력
이러한 산업구조의 변화는 최근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중국의 수출 경쟁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해 9월 위안화는 연초 대비 4.3% 절상되며, 약 4년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위안화 강세가 이어지자, 중국 당국은 수출기업에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한 환헤지 수단 활용을 권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명목환율 상승이 곧바로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내수 부진과 저물가가 지속되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더라도 교역 상대국과 비교한 실질환율은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장기간의 제조업 투자로 구축된 생산기반과 공급망도 수출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중국의 높은 저축률과 정부의 산업보조금 역시 제조업 생산능력 확대에 영향을 미쳐 왔다. 이처럼 중국의 수출 경쟁력은 환율뿐 아니라 내수 여건과 산업정책, 기존 생산기반 등이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위안화의 단기적인 움직임이나 정부의 환율 관리만으로는 대규모 무역흑자의 원인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플라자합의로 본 환율 조정의 한계
중국의 수출 경쟁력은 오랜 기간 구축된 제조업 기반과 공급망에 힘입은 만큼 위안화 절상만으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1985년 체결된 플라자합의가 자주 거론된다. 당시 미국과 일본, 프랑스, 서독, 영국은 무역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일본은 엔화 강세를 수용했으며 달러당 약 240엔이던 환율도 3년 후 약 127엔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현재 중국에 같은 방식을 적용하기에는 경제 여건이 크게 달라졌다. 중국은 1985년 일본보다 세계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수많은 전문 공급업체가 복잡한 생산망을 형성하고 있어 환율 조정만으로는 단기간에 산업구조를 바꾸는 데 한계가 따른다. 더욱이 내수 부진과 부동산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위안화가 급격히 절상되면 디플레이션이 심화되고 경제성장에도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국내 물가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명목환율 상승에도 실질환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환율 조정의 산업적 효과까지 제한적인 것은 아니다. 환율은 임금이나 물가보다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가격 변화만으로도 기업의 시장 진입과 공급업체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교역 상대국에 미치는 영향은 해당 국가의 기업과 공급망이 경쟁 압력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관련 연구에서는 통화 저평가로 한 국가의 제조업이 성장하더라도 해외 소비자가 저렴하고 다양한 수입품을 이용할 수 있어 양국의 경제적 후생이 함께 개선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무역수지가 반전되면 해외 기업도 경쟁력을 회복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교역 상대국의 기업이 이미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여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연구진의 시뮬레이션에서는 경쟁 압력으로 5년 차에 해외 기업 수가 6.9% 감소했으며 이러한 감소는 영구적으로 이어졌다. 해외의 경제적 후생도 소비등가 기준으로 1.57% 하락했다. 이처럼 일시적인 가격 경쟁으로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면 이후 환율이 정상화되더라도 사라진 생산기반을 복구하기 어렵다.
무역 불균형 해소, 산업구조 분석이 관건
이러한 연구 결과는 무역 불균형을 평가할 때 교역 상대국의 산업구조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방증한다. 무역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한 관세 조치에만 집중하면 경쟁 압력으로 인한 공장 폐쇄와 투자 축소, 공급업체 감소 등 장기적인 산업 피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할 수 있다. 특히 기업과 공급업체가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에는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더라도 생산기반을 복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해외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공급망이 변화에 적응한다면, 중국의 무역흑자가 반드시 장기적인 산업 쇠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중국의 무역 불균형을 분석할 때는 정부의 환율 개입 여부와 함께 내수 여건, 실질환율 변화, 기존 산업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수출 경쟁 심화가 교역 상대국의 기업 퇴출과 생산기반 상실로 이어지는지 파악하고, 이를 무역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향후 과제로 꼽힌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hina’s Exchange Rate Policy: Undervaluation, Exports and Supply Chain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