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생산성 하락에 기술개발도 위축” 우크라이나 경제, 전쟁 후유증 장기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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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여파로 경제 전반의 생산 여력 크게 축소 인력 유출과 투자 편중으로 성장 잠재력 저하 물리적 피해 넘어 장기적인 경제 부담 지속 전망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경제의 피해는 건물과 인프라 파괴를 넘어 생산 기반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전쟁으로 자본과 노동력이 크게 줄어든 데다 남아 있는 생산요소마저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면서 생산성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기본 생산함수(Y=f(K, L))로 보면 이러한 충격은 더욱 뚜렷하다. 전쟁으로 자본(K)이 크게 줄었고, 노동력(L)은 이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자원 배분의 비효율까지 겹치면서 경제 전반의 생산 여력도 위축됐다. 이는 물리적 피해 규모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전쟁의 또 다른 경제적 비용이다.
자본·노동 감소에 회복세 제약
우크라이나 경제는 2022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8.8% 급감한 이후 더딘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경제부에 따르면 실질 GDP 성장률은 2023년 5.5%에서 2024년 3.2%, 지난해 1.8%로 낮아졌다. 실질 GDP도 여전히 전쟁 이전보다 약 21%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명목 지표만 보면 경제 규모는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명목 GDP를 약 2,100억 달러(약 287조원)로 추산했다. 2021년 약 2,000억 달러(약 273조원)를 넘어서는 규모다. 그러나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달러 기준 물가가 약 19% 오른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생산 회복과는 거리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전쟁으로 경제활동의 기반인 자본과 노동이 동시에 줄었다는 점이다. 세계은행의 제5차 신속 피해·필요 평가(RDNA5)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직접적인 물적 피해는 1,950억 달러(약 266조원)로 1년 전보다 11% 늘었다. 피해는 주택과 교통, 에너지 부문에 집중됐다. 발전설비 용량은 전쟁 이전 38기가와트(GW)에서 2024년 봄 집중 공격 이후 12GW까지 감소했다. 건설시장도 2024년 전년 대비 12% 성장했지만 달러 기준 규모는 2021년보다 38% 작은 수준에 머물렀다.
자본 손실과 함께 노동 기반도 빠르게 축소됐다. 연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 통제 지역의 노동력은 2021년의 약 78% 수준에 머물렀다. 난민 유출로 약 280만 명, 군 동원으로 50만~60만 명이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갔으며, 전투에 따른 인명 손실과 경제활동 참가율 하락도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전체 인구는 4,430만 명에서 3,790만 명으로 줄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전쟁에 따른 노동력 손실과 기존의 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할 때 향후 수년간 860만 명의 추가 노동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공습 강도 따라 자원 배분 격차 확대
문제는 줄어든 자본과 노동마저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이 히시에와 클레나우(Hsieh and Klenow) 방법론을 활용해 2018~2024년 우크라이나 기업을 분석한 결과 2024년 자원 배분 생산성은 2021년보다 약 20% 낮아졌다. 불가리아와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폴란드, 루마니아 등 비교 대상 5개국에서는 이와 같은 하락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노동시장의 임금 격차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드러났다. 구인 플랫폼 Jooble.org에 따르면, 2023~2024년 같은 직종의 임금 격차는 전쟁 이전보다 50% 확대됐다. 지역별 생산성 손실을 좌우한 요인은 전선과의 거리보다 공격 강도였다. 지역 내 전쟁 피해가 1표준편차 증가할 때 자원 배분 생산성은 11%포인트 하락했으며, 공격 강도는 지역별 생산성 손실 차이의 60% 이상을 설명했다. 공격 강도를 반영하면 러시아 국경이나 통제선과의 거리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전선에서 떨어져 있지만 집중적인 공습을 받은 키이우에서도 생산성 손실이 컸던 배경이다.
피란민의 이동 양상도 자원 배분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상당수 피란민은 생산성이 높은 지역보다 기존 거주지에서 가까운 지역으로 이동했고, 이들 지역 역시 공격에 노출된 경우가 많았다. 노동력이 생산성이 낮아진 지역에 머물면서 전쟁에 따른 자원 배분의 비효율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민간 R&D 투자 감소
자본과 노동의 감소에 자원 배분 문제까지 겹친 가운데 기술 기반도 영향을 받고 있다. 전쟁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연구개발(R&D)보다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에 자원을 우선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에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수록 경제 전반의 기술 축적은 제약을 받게 된다. 우크라이나 국가통계청에 따르면 GDP 대비 R&D 지출 비중은 2010년 0.75%에서 2021년 0.38%로 낮아진 데 이어 2022~2023년에는 0.33%까지 떨어졌다. 산업계의 기술개발 투자도 2021~2023년 49% 감소한 1억9,100만 달러(약 2,610억원)에 그쳤다. 이는 중견 다국적 제약회사 한 곳의 연간 R&D 예산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그러나 2024년에는 기술개발 투자가 전년보다 두 배로 늘었으며,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국방 R&D에 집중됐다. 러시아 제재 회피 분석 기관 스테이트워치(StateWatch)에 따르면, 드론 생산량은 2022년 1,200대에서 2024년 170만 대로 늘었고 전자전 장비도 같은 기간 53대에서 3만4,700대로 증가했다. 국방 분야의 기술 개발이 빠르게 확대된 반면, 민간 R&D 회복은 제한되면서 기술 인력과 자원이 국방 부문에 집중되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전문인력 유출은 기술 기반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2022년 말까지 우크라이나 연구자의 약 10%가 해외로 떠난 것으로 추산된다.
생산 기반 복구에 장기간 소요 전망
자본과 노동, 기술 기반이 동시에 타격을 입으면서 재건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도 커지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는 파괴된 자본을 대체하고 동유럽 국가들과의 경제 격차를 줄이기 위해 매년 최소 400억 달러(약 54조7,000억원)의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 세계은행은 향후 10년간 재건 비용을 5,880억 달러(약 804조원)로 추산했다. 지난해 GDP의 약 세 배에 달하는 규모다.
재건은 자본을 확충하는 것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줄어든 인구를 비롯해 에너지와 공급망 등 경제 전반의 생산 기반을 함께 회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체제 전환 이후 대규모 외국인직접투자(FDI)와 유럽연합(EU) 구조기금, 제도 개혁을 바탕으로 성장한 폴란드도 1인당 소득을 세 배로 늘리는 데 약 20년이 걸렸다. 우크라이나는 노동력 감소와 에너지 시설 파괴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쟁까지 계속되고 있어 회복에 필요한 여건을 갖추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산업이 향후 새로운 성장 기반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국영 방산기업 ‘우크라이나 국방산업’의 2023년 매출은 전년보다 69% 증가한 22억 달러(약 3조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방산업이 흡수할 수 있는 노동력에는 한계가 있으며, 기술 인력과 자원이 이 분야에 집중되면 민간 부문의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 과거 소련에서도 국방 부문에 대규모 자원이 투입됐지만 군사기술 발전이 민간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충분히 이어지지는 못했다.
자원 배분의 비효율은 제도 개선을 통해 일정 부분 회복할 여지가 있다. 피란민의 주거·교통 여건을 개선하고 기업에 전쟁보험을 제공하는 한편 방공 역량을 높여 생산시설의 피해를 줄이는 방식이다. 반면 전쟁으로 사라진 자본과 노동 기반을 되찾으려면 별도의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민간 R&D 위축까지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 경제의 회복 과제는 물리적 시설 복구를 넘어 생산 기반 전반의 재건으로 확대됐다. 20년에 걸쳐 구축한 생산 기반이 불과 4년 만에 크게 훼손된 만큼 전쟁 이전 수준을 되찾는 데도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Economic Cost of War in Ukraine: The Hidden Productivity Collaps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