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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지정학적 불안에 금 늘리는 중앙은행, 외환보유 전략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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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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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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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위험 확대로 안전자산 판단 기준 재편
지정학적 관계에 따라 국가별 금 보유 전략 차별화 
달러 중심 체제 유지 속 외환보유액 다변화 가속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금은 전 세계 공식 외환보유액의 27%를 차지해 22%에 그친 미국 국채를 넘어섰다. 1년 전 20%였던 금 비중이 빠르게 높아진 데는 금값 상승과 함께 각국 중앙은행의 실물 금 매입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고 달러의 지위가 크게 흔들린 것은 아니다. 모든 달러 자산을 합산하면 달러 비중은 전체 외환보유액의 42%로 여전히 가장 크다. 주목할 점은 중앙은행들이 달러 자산을 대체하기보다 금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외환보유액을 분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금융적 요인뿐 아니라 제재에 대비하려는 지정학적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제재 위험 커지며 금의 안전자산 가치 부각

수십 년간 미국 국채는 풍부한 유동성과 낮은 신용위험을 바탕으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미국 관할권 아래 발행되는 만큼 정치·외교적 갈등이 불거지면 자산 접근이 제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위험은 2022년 미국과 동맹국들이 러시아의 외환보유액 상당 부분을 동결하면서 부각됐다. 신용도와 유동성이 높더라도 보유국과 미국의 관계에 따라 자산의 안전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이와 달리 금은 특정 국가가 발행한 채무가 아니라는 점에서 미국 국채와 차이가 난다. 제재국의 관할권 밖에 보관하면 자산 동결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자수익이 없고 보관 비용이 드는 데다 국채보다 유동성이 낮다는 한계는 있다. 그럼에도 지정학적 갈등이 커질수록 제재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금의 특성이 부각된다. 실제 1990~2021년 108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질수록 금 보유량이 늘어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다른 외환보유액은 단기적인 유동성 수요에 따라 상대적으로 탄력적으로 움직였다.

이 같은 변화는 중앙은행이 안전자산을 판단하는 기준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존에는 신용도와 유동성이 주요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필요할 때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지도 중요해졌다. 금융적으로 안전한 자산이라도 정치·외교적 관계에 따라 접근이 제한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제재 위험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된 국가는 수익성과 유동성 측면의 불리함을 감수하면서도 금을 통해 위험을 분산할 유인이 커진다.

주: 지정학적 관계가 달라지면서 국가별 금 보유량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외환보유액 배분에 반영되는 제재 위험

이러한 자산 배분 변화는 포트폴리오 모형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제재 위험에 노출된 국채와, 이자수익은 없지만 제재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금 가운데 보유 비중을 결정한다고 가정한다. 지정학적 긴장이 낮을 때는 제재 가능성(p)이 크지 않아 유동성과 수익성을 갖춘 국채의 이점이 두드러진다. 반면 제재 가능성이 높아지면 국채를 보유하는 데 따른 위험도 커진다. 이를 고려한 국채의 기대수익률은 (1−p)×i − p×L로 계산된다. 여기서 i는 이자율, L은 제재로 자산에 접근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손실을 뜻한다. 이는 실제 제재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만으로 국채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는 구조다.

결국 제재 위험이 높아질수록 포트폴리오에서 금이 차지하는 최적 비중도 커진다. 자산 배분이 달라지면 시장 가격과 실제 보유량에도 변화가 뒤따른다. 금 수요 증가는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중앙은행의 실물 금 매입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국채 수요가 줄면 투자자가 국채를 보유하기 위해 요구하는 수익률은 높아진다.

주: 지정학적 충격이 발생하면 미국과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에서 금 비중이 더 크게 높아졌다.

높은 금값에도 이어지는 중앙은행 매입

실제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2022년을 기점으로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수요가 위축된 2020년 순매입량은 273톤에 그쳤지만, 2022~2024년에는 매년 1,000톤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금값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일부 중앙은행이 매입 시기를 조절해 순매입량이 863톤으로 줄었다. 감소세에도 2010~2021년 연평균 매입량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향후 금 보유를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금협회(WGC)의 올해 조사에서 응답자의 89%는 향후 12개월간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소속 기관의 보유량을 확대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도 45%에 달했다. 향후 5년간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는 83%였다. 매입국의 범위도 넓어지는 추세다. 중국인민은행(PBOC)은 지난달까지 22개월 연속 금을 사들여 보유량을 약 2,387톤으로 늘렸으며, 올해 들어 8개월간 공식 매입량도 80톤을 넘어섰다. 폴란드국립은행(NBP)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최대 금 매입국을 기록했고 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 브라질도 주요 매입국에 포함됐다.

표: 지정학적 위험과 중앙은행 금 보유의 주요 분석

지표주요 역할최근 근거시장 시사점
지정학적 위험지수위험 수준 측정외환보유액 실증분석의 기초 지표금 보유 확대 흐름 지속
중국인민은행(PBOC)주요 매입 기관올해 1~8월 80톤 이상 매입, 22개월 연속 매입금 보유 확대 흐름 지속
폴란드국립은행(NBP)주요 매입 기관지난해 102톤을 매입해 최대 매입국 기록외환보유액 다변화 지속
유럽중앙은행(ECB)외환보유액 구성 분석지난해 말 금 비중 27%달러를 대체하기보다 다변화하는 흐름
세계금협회(WGC)시장 조사지난해 중앙은행 순매입량 863톤높은 금값에도 수요 지속 전망
주: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순매입량과 기존 보유분의 시장가치 변화를 모두 반영한다.

지정학적 긴장 속 금의 역할 확대

이처럼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여러 국가로 확산하는 배경에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다. 러시아와 이란 관련 기관에 대한 제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동유럽 전쟁은 장기화하고 있으며, 이란을 둘러싼 갈등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는 이란과 관련된 단체와 개인에 대한 추가 제재가 발표된 시기와 맞물려 금값이 분기 기준 고점을 새로 썼다.

그러나 지정학적 긴장이 곧바로 금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올해 여름 금값은 지난 1월 사상 최고치보다 25% 넘게 떨어지며 큰 폭의 조정을 거쳤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금 수요가 얼마나 지속되는지를 파악하려면 단기적인 가격 등락보다 실제 보유량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추가 제재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월별 금 매입 규모는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운용 변화를 보여주는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Geopolitical Risk and Gold: Why Sanctions Are Reshaping Central Bank Reserve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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