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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MEMO] AI가 바꾼 고용 방식, ‘해고’ 대신 ‘사라진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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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11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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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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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AI 확산에 따른 신규 채용·외주 일감 감소 
정보·자금·결정권에 따른 AI 대응 격차 확대 
초급 일자리 감소에 경력 형성 한계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한 디지털서비스 기업은 개발자 3~4명을 새로 채용할 계획이었다. 예산까지 확보했지만, 채용공고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공식적인 채용 취소 결정도 없었다. 3월께부터 채용 계획이 흐지부지됐고, 6월 들어 그 이유가 분명해졌다. 인공지능(AI) 도입으로 기존 인력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가 늘면서 추가 인력을 뽑을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다. 비슷한 변화는 다른 기업에서도 이어졌다.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면서 더 많은 역할을 맡게 된 사람이 있는 반면 별도의 해고 절차 없이 일감이 줄어든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차이를 업무 능력만으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기존 업무가 줄기 전에 새로운 역할로 옮긴 사람에게는 적응할 시간과 여유가 있었지만, 일감이 감소한 뒤 같은 변화를 시도하려면 선택의 폭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AI가 재편하는 노동의 가격 구조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의 기술 격차뿐 아니라 기업의 비용 구조에서도 나타난다. 같은 업무를 처리하는 비용이 낮아지면서 기존 인력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특히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던 업무를 AI로 대체할 수 있게 된 기업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한 웹·디자인 기업은 지난해 6월부터 고가의 웹사이트를 판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고객이 AI를 이용해 기본적인 웹사이트를 직접 만들 수 있게 되면서, 기존 서비스에 지불하려는 금액도 낮아졌다. 경쟁 구도 역시 2,000파운드(약 372만원)를 받는 프리랜서와의 경쟁에서 월 수십만원대 AI 서비스와의 경쟁으로 바뀌었다.

가격 경쟁이 심해지자 외주 비용도 조정 대상이 됐다. 이 회사가 프리랜서 업무에 지출하던 비용은 연간 약 3만 파운드(약 5,580만원)에 달했지만, 같은 업무를 AI로 처리할 경우 예상 비용은 약 1만 파운드(약 1,860만원)로 낮아졌다. 이에 별도의 해고나 구조조정 없이 프리랜서에게 맡기던 일감부터 감소했다. 비슷한 변화는 다른 기업에서도 나타났다. 한 기업은 주요 거래처가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계약금액이 약 40% 줄었다. 회사가 사업 방향을 바꾼 지 불과 한 달 만이었다. 매출이 줄자 회사는 외부 협력업체에 지급하던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AI 도입에 따른 비용 절감이 정규직 해고보다 외주 일감 감소를 통해 먼저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대규모 데이터에서도 확인됐다. 국제 프리랜서 플랫폼의 채용공고 138만8,711건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챗GPT 출시 후 8개월 동안 자동화 가능성이 높은 글쓰기와 프로그래밍 분야의 공고는 육체노동 비중이 높은 분야보다 21% 감소했다. 이미지 생성 도구가 등장한 뒤에는 이미지 제작 관련 공고도 상대적으로 17% 줄었다. 반면 남아 있는 일감은 더 복잡하고 보수가 높은 업무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와 같이 단순 업무는 줄고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의 비중이 커지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노동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채용 감소

이러한 변화는 기존 인력의 일감 감소를 넘어 신규 채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미국 근로자 수백만 명의 급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에서 일하는 22~25세의 고용은 노출도가 낮은 직종의 또래가 보인 추세와 비교해 약 19% 낮았다. 지난해 7월 15%였던 격차는 올해 8월 19%로 확대됐다. 격차가 벌어진 데는 청년층의 퇴사 증가보다 신규 채용 감소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기업이 자료 요약과 문서 정리, 정형화된 글 작성 등 신입 직원이 주로 맡던 업무를 AI로 처리하면서 새 인력을 뽑을 필요도 줄었기 때문이다. 다만 연구진은 경제 전반에서 광범위한 인력 대체가 발생한 것은 아니며, 이번 분석만으로 AI가 고용 감소를 직접 초래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주: 경제 전반에서 고용 감소가 나타나기 전에 초급 일자리에서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채용 감소와 함께 기존 직원 사이에서도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같은 직급과 경력이라도 새로운 도구를 일찍 활용한 직원은 입지가 강화된 반면 기존 방식을 유지한 직원은 대체 가능한 인력으로 인식되기 쉬웠다. 이는 겉으로는 개인의 역량 차이처럼 보이지만, AI 도입 이후 새로운 업무에 적응할 기회와 시점이 달랐던 결과일 수도 있다.

주: AI 노출도에 따라 고용 흐름이 엇갈리면서 전체 고용지표만으로는 청년층의 고용 여건 악화를 파악하기 어렵다.

정보와 자원의 불균형이 초래하는 불평등

필요한 인력의 기준도 이에 맞춰 바뀌고 있다. 기업이 직접 글을 작성하는 사람보다 AI가 만든 결과물을 편집하고 검토해 적절성을 판단할 수 있는 인력을 찾는 식이다. 이 경우 기존 직무를 준비했던 구직자는 지원이나 불합격의 과정조차 거치지 않는다. 채용공고가 나오는 시점에는 이미 업무 내용과 요구 역량이 달라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이 새로운 업무 방식으로 곧바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 초기에는 업무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평소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며, 첫 프로젝트에서는 예상보다 비용이 두세 배가량 늘어날 수도 있다. 기존 매출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시행착오를 감수하며 새로운 방식을 시험할 수 있지만, 일감이 줄어든 뒤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매출 감소까지 겹치면서 새로운 사업이나 업무에 투입할 자금과 시간에도 제약이 따른다. 실제로 한 기업은 같은 조언을 받고도 일감이 줄어든 뒤에야 서비스 개편에 나섰다. 그 사이 몇 주 만에 고객 세 곳이 회사가 아직 별도 서비스로 마련하지 못한 업무를 요청했고, 해당 서비스를 먼저 준비한 경쟁사가 이를 가져갔다. 이후 새로운 서비스 체계를 갖추는 데 4개월을 들였지만 신규 고객은 확보하지 못했다.

적절한 시기에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여건도 사람마다 다르다. 시장 변화를 미리 파악하려면 관련 정보를 일찍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비용을 들여 향후 변화를 파악하고 대비했지만 모든 기업과 근로자가 같은 시기에 이러한 정보를 얻는 것은 아니다. 정보를 확보한 뒤에도 이를 실제 변화로 옮기기 위해서는 자금과 결정권이 필수적이다. 새로운 사업이나 업무로 옮겨가는 동안에는 일정 기간 비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 소유주는 필요에 따라 사업 방향이나 인력 운용 방식을 직접 바꿀 수 있는 반면 직원은 자신의 업무나 고용 조건이 달라져도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 직원은 월급을 받던 근로자에서 한 달에 수십만원을 받는 외부 인력으로 고용 형태가 바뀌었다. 업무 능력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소득과 회사 내 위치는 달라졌고 이를 결정하는 과정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결국 AI에 대한 대응 속도는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정보를 접하는 시점과 자금 여력, 결정권의 차이에도 영향을 받는다.

줄어드는 초급 일자리와 재교육의 한계

이처럼 대응 여건에 차이가 있다고 해서 개인의 역량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토하고 품질을 판단하려면 실무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하다. 오히려 문제는 이러한 판단력을 키우는 과정이 줄어들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동안 신입 직원은 비교적 단순한 업무부터 맡아 실무를 익히고 판단력을 키웠다. 그러나 이런 업무를 AI가 대신하고 기업이 처음부터 결과물을 검토하고 수정할 인력을 찾기 시작하면 신입 직원이 경험을 쌓을 기회도 감소한다. 기업이 숙련된 판단력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그 판단력을 기를 초급 업무는 줄이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재교육만으로 고용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55개 경제권의 1,000여 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3분의 2는 AI 역량을 갖춘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답했고, 85%는 기존 직원의 역량 강화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동시에 40%는 AI로 자동화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인력을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더라도 기존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채우기는 어렵다. 새로운 기술을 익혀도 실제 채용으로 이어질 직무가 필요하며 경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실무 경험을 쌓을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AI 기술이 지금보다 크게 발전하지 않더라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AI가 이미 업무 비용을 낮추면서 기업이 외주를 맡기고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기준까지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그 영향도 대규모 해고보다는 채용 축소와 외주 감소, 근로시간이나 소득 감소처럼 기존 통계에서 즉각 드러나지 않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려면 사라진 일자리뿐 아니라 기업이 더 이상 만들지 않는 일자리와 줄어든 일감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Nobody Was Made Redundant: AI’s Hidden Labour-Market Divid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는 외부 기고문의 국문 번역본이며, 원문의 견해는 저자 개인의 견해입니다.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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