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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금리 움직여도 가계는 제자리, 통화정책 전달 더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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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10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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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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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낮은 차주 참여로 제한되는 정책 파급력 
금융 이해 수준에 따라 엇갈린 소비자 대응 
가계 행동 촉진 위한 정책 환경 정비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차주가 낮아진 금리를 활용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가계에 충분히 전달되기 어렵다. 최근 아일랜드에서 변동금리 대출자 1만2,0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 실험에서는 대환대출 알림을 받은 차주의 동일 은행 내 대환 비율이 8.9%에서 15.7%로 상승했다. 이는 대조군보다 76% 높은 수준으로 금리 혜택 자체뿐 아니라 이를 인지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같은 가계의 소극적인 반응은 아일랜드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지난 20여 년간 미국과 덴마크 등에서도 대출 금리를 낮출 기회가 있는데도 대환에 나서지 않는 사례가 잇따라 확인됐다. 이처럼 정책금리 변화가 실제 가계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국가와 시기를 달리해 통화정책의 파급 효과를 제약해 온 셈이다.

알림 하나에도 달라진 대환 결정

연구진은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는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에 따라 차주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봤다. 대출자들을 기존 은행의 저금리 상품 안내문을 받은 대조군과 행동경제학적 요소를 반영한 안내문을 받은 6개 집단으로 나누고 각 집단의 절반에는 4~6주 뒤 추가 알림을 보냈다. 당시 실험 대상 대출의 평균 금리는 4.2%였지만, 대환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고정금리는 2.9%에 불과했다. 대환에 나설 경우 첫해에만 평균 약 1,000 유로(약 158만원)를 아낄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기존 안내만으로 대환에 나서는 차주는 많지 않았다. 반면 안내문을 이해하기 쉽게 바꾸자 대환 비율이 1.8%포인트 높아졌고 4~6주 뒤 한 차례 더 알리자 3.6%포인트 추가 상승했다. 금리 차이만큼이나 관련 정보를 얼마나 주의 깊게 살피고 행동으로 옮기는지가 대환 결정에 영향을 준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여러 국가에서도 확인됐다. 2006년 하버드대 연구를 시작으로 2016년 미국에서는 상당한 이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데도 대환하지 않는 ‘대환 실패(Refinancing Failure)’ 현상이 두드러졌다. 2020년 덴마크에서도 같은 양상이 관찰됐으며, 영국과 이탈리아, 호주, 아일랜드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특히 아일랜드에서는 이번 실험 이전부터 대환에 따른 경제적 이익과 실제 행동 사이의 격차가 컸다. 아일랜드중앙은행은 2020년 주택담보대출 5건 중 3건이 대환을 통해 1년 안에 1,000 유로(약 158만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2019년 하반기 실제로 대출기관을 변경한 비율은 2.9%에 그쳤다.

주: 알림 발송으로 대환 효과가 3배 이상 확대되며 유사 시장의 1%포인트 금리 인하에 맞먹는 수준을 기록했다.

금리 관심도의 가계별 격차

대환 기회가 있어도 차주가 움직이지 않는 배경에는 금리에 대한 낮은 관심도도 자리 잡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소비자기대조사에 따르면, 유로존 주요 정책금리가 2년 동안 4.5%포인트 올랐지만 2023년 12월 금리에 ‘매우’ 또는 ‘상당히’ 관심을 기울인 소비자는 4명 중 1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같은 소비자들이 물가에 보인 관심도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었다. 물가는 일상적인 소비 과정에서 가격 변화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반면 금리는 대출이나 저축 등 금융거래를 통해 영향을 받는 가계를 중심으로 관심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금리에 직접 노출되는 정도에 따라 관심도는 크게 엇갈렸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보유자의 43%가 금리에 높은 관심을 보인 데 비해, 고정금리 대출 보유자는 26%, 주택담보대출이 없는 소비자는 22%, 임차인은 19%에 머물렀다. 금리 변화가 당장 이자 부담에 영향을 미치는 가계일수록 관련 정보를 더 주의 깊게 살핀 셈이다. 금융 이해도에 따라서도 대응 속도가 달랐다. 금융 이해도가 높은 가계 가운데 대출받기 좋은 시기라고 판단한 비율은 긴축 사이클 초기 30% 이상에서 이후 약 10%로 빠르게 낮아졌다. 반면 금융 이해도가 낮은 가계의 판단은 상대적으로 천천히 바뀌었다. 이처럼 같은 금리 변화라도 이를 얼마나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이해하느냐에 따라 가계의 반응 속도가 달라지면서 통화정책의 효과도 균일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제도적 장벽도 영향

그러나 가계의 관심만으로 금리 변화의 전달 속도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는 차주가 대환을 원해도 제도적 제약 때문에 낮아진 금리를 활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미국 연방주택금융청(FHFA)은 2009년 정부 지원 주택금융기관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보증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주택가격이 대출잔액보다 낮아진 차주도 대환할 수 있도록 ‘주택구입가능대환프로그램(Home Affordable Refinance Program·HARP)’을 도입했다. 당초 400만~500만 명의 이용을 목표로 했지만, 2011년 9월까지 실제 대환을 마친 차주는 100만 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참여가 저조했던 배경에는 까다로운 자격 요건이 있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125%를 넘는 차주는 대상에서 제외됐고, 프로그램 운영 기간도 짧았다. 미국 정부가 2011년 10월 이러한 제한을 없앤 HARP 2.0을 도입하자 대환 참여가 크게 늘었다. FHFA의 2013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HARP를 통한 누적 대환 건수는 320만 건에 달했으며 2012년 한 해 대환 규모만 앞선 3년간의 합계에 근접했다. 이는 가계가 낮아진 금리를 활용할 의사가 있더라도 제도적 장벽이 남아 있으면 실제 대환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주: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방기금금리를 빠르게 따라가는 반면 기존 대출 금리는 수년에 걸쳐 시차를 두고 조정된다.

금리 변화 속 정보 제공의 역할

가계의 관심과 제도적 여건이 금리 전달을 좌우한다는 점은 최근 금리 환경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ECB는 2024년과 2025년 금리를 단계적으로 내린 뒤 에너지가격 상승을 이유로 올해 6월 다시 인상했다. 이처럼 금리 방향이 달라질 때마다 정책 변화가 실제 가계의 대출 비용에 얼마나 빠르게 반영되는지도 통화정책의 효과를 좌우하게 된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도 신규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변화에 비교적 빠르게 움직이는 반면 기존 대출 금리는 상당한 시차를 두고 조정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시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차주가 금리 변화를 인지하고 대환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일랜드 실험에서 정보 제공과 알림이 대환 비율을 높인 만큼 중앙은행뿐 아니라 재정당국과 경쟁당국, 소비자보호당국에서도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정보를 제공하는 주체의 신뢰도 역시 소비자의 반응을 좌우하는 요인이다. 영리 목적의 대출기관보다 공공기관이나 중앙은행이 직접 정보를 제공할 때 소비자가 이를 신뢰하고 행동에 옮길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에 신뢰도 높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금리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도 통화정책의 전달 경로를 보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지난 20여 년간 여러 국가에서 관련 연구와 정책 실험이 이어졌지만 가계가 어떤 조건에서 실제 행동에 나서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충분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일랜드 실험은 정보 전달 방식이 가계의 선택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줬고, 미국 HARP 사례는 제도적 여건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점을 드러냈다. 따라서 통화정책이 실물경제까지 원활하게 전달되려면 가계가 금리 변화를 인식하도록 돕는 동시에 실제 대환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Transmission of Monetary Policy Again Depends on Household Reaction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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