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 중국의 저가 수출 공세, 韓·日 주력 산업 수익성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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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내수 부진으로 해외 밀어내기 확대, 韓·日 화학·철강시장 압박 일본 업체 판매·수익성 동반 악화, 관세 부과로 산업 보호 한국 시장 향한 中 대체 철강재 유입, 국내 업체 가격 방어 부담

중국의 공급과잉에 따른 저가 수출 공세가 한국과 일본의 산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란 전쟁으로 중동산 원료 조달이 흔들린 틈을 타 중국산 화학제품이 점유율을 높였고, 철강업체들은 저가 수입품과의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한국과 일본이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한국에서는 냉연 도금강판을 대체할 중국산 열연 도금강판의 공급이 늘면서 관세 부과 이후에도 국내 업체들의 수요 잠식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中 플라스틱 원료·가공품, 日 시장 점유율 동반 상승
28일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일본 재무부의 최신 무역 통계 분석 결과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일본의 중국산 플라스틱 소재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52%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의 플라스틱 소재 수입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11.8%에서 16.1%로 상승했다. 수입 확대는 원료에 그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중국산 필름·파이프 등 가공품 수입은 23% 증가했고, 해당 품목의 중국산 점유율은 47.6%에서 51.5%로 높아졌다.
중국산 화학제품의 일본 시장 유입이 늘어난 것은 이란 전쟁으로 중동산 원료 공급에 차질이 생긴 사이 중국 업체들이 저가 수출을 확대한 영향이다. 일본은 나프타 수요의 8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해 온 만큼, 원료 조달 차질과 가격 불안 속에 중국산 제품 수입을 늘렸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이 자국 내 공급과잉 물량을 저가에 수출하면서 일본 기업의 부담은 한층 커졌다. 중국산 플라스틱 원료는 일본산보다 10~20% 저렴하다. 일본 석유화학업계가 이미 낮은 가동률에 시달리는 상황이어서 저가 수입품 확대에 따른 부담도 크다. 일본석유화학공업협회에 따르면 8월 에틸렌 설비 가동률은 73.5%로, 49개월 연속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90%를 밑돌았다.
中 기초유분 수입 12배 급증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6대 핵심 기초유분의 중국산 유입세는 더욱 가파르다. 지난 3~7월 일본이 중국에서 들여온 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벤젠·톨루엔·자일렌 등 6개 품목은 총 5만4,000톤으로, 전년 동기의 12배를 웃돌았다. 품목별로는 페인트 용제 등에 쓰이는 톨루엔 수입량이 8배 이상 늘었다. 타이어용 합성고무 원료인 부타디엔은 2021년 이후 끊겼던 중국산 수입이 재개됐다. 플라스틱 소재와 가공품에 이어 기초 원료까지 중국산 조달이 확대된 셈이다.
중국산 수입 증가는 이란 전쟁으로 일본의 나프타 조달에 차질이 생긴 시기와 겹친다. 일본 화학업체들은 중동산 나프타 공급이 불안해지자 중국산 기초유분을 확보해 원료 부족에 대응했다. 다만 품목별 수입 흐름에는 차이가 있었다. 중국산 기초유분 수입은 7월 들어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온 반면, 플라스틱 수지와 가공품 수입은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전쟁 중 부족해진 원료를 메우기 위한 구매는 줄었지만,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제품의 일본 시장 유입은 계속된 것이다.
中 철강재 수출 사상 최대, 日 업체 가격 경쟁 압박
중국의 저가 수출 공세는 철강 분야에서도 일본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철강 수요가 줄었지만 생산량은 그만큼 감소하지 않았고, 업체들은 내수에서 소화하지 못한 물량을 해외에 저가로 밀어냈다. 일본철강연맹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조강 생산량은 전년보다 4.4% 감소한 반면 철강재 수출은 7.5% 늘어난 1억1,902만 톤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내수에서 소화하지 못한 물량이 해외로 향하면서 일본 업체들도 수출 시장과 자국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과 가격 경쟁을 벌이게 됐다.
일본 시장에서 중국산 저가 수입품은 국산 철강재의 가격 인상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본 재무성 심의 과정에서는 수입 철강재의 판매 가격이 국산 제품을 크게 밑돌아 국내 업체의 판매량과 시장 점유율이 감소했다는 업계 측 자료가 제시되기도 했다. 수요 업체들이 수입품 가격을 근거로 인하를 요구하면서 제조원가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반영하기도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일본 재무성 조사에서 2024회계연도 중국산 도금강판의 수입량과 일본 시장 점유율이 함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업체들은 판로를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내렸지만 판매량 감소를 막지 못했고, 매출과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줄었다.
철강 관세에 조사 확대까지, 中·日 통상 마찰 격화
중국산 저가 제품에 대한 일본 산업계의 경계는 반덤핑 조치로 이어졌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8일부터 중국산 용융아연도금 강판과 강대에 29.2~55.3%의 잠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앞서 닛폰제철과 고베제강 등 일본 철강업체들이 저가 수입품으로 국내 산업이 피해를 봤다며 조사를 요청했고, 일본 정부도 예비 조사에서 덤핑 수입과 국내 산업 피해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건축자재와 가전제품 부품에 쓰이는 제품을 대상으로 한 이번 잠정 관세는 오는 12월 7일까지 적용된다.
조사 대상은 다른 철강 제품으로도 확대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 6월 중국산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각각 착수했다. 열연강판 조사는 닛폰제철·JFE스틸·고베제강·나카야마제철의 신청에 따른 것으로, 냉연강판 조사에도 주요 일본 철강업체들이 참여했다. 아연도금 강판에는 잠정 관세가 시행됐지만 열연·냉연강판은 아직 덤핑 여부와 산업 피해를 조사하는 단계다.
中, 일본산 DCS 조사·보증금 징수로 맞불
일본이 중국산 철강재에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중국도 일본산 반도체 소재에 고율의 수입 보증금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7일 일본산 디클로로실란(DCS)이 자국 산업에 피해를 줬다고 예비 판정하고, 이튿날부터 수입업체에 제품 가격의 80.8~99.2%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내도록 했다. 중국은 DCS에 업체별로 다른 보증금률을 적용했다. 신에츠화학과 기타 일본 기업 제품에는 99.2%, 데날실란 제품에는 80.8%가 매겨졌다. 최종 관세가 확정되기도 전에 일본산 제품을 들여오는 중국 업체들의 자금 부담이 커진 셈이다.
중국의 DCS 조사는 일본의 철강 잠정 관세 부과에 앞선 지난 1월 시작됐다. 중국 상무부는 당시 2022~2024년 일본산 DCS의 수입 가격이 31% 하락해 자국 업체가 피해를 봤다는 업계의 신청을 조사 근거로 제시했다. 조사 착수 하루 전에는 일본의 군사 관련 수요자에 대한 군사·민간 겸용 물자 수출도 제한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의하면 지난해 상반기 일본산 DCS의 중국 수입량은 약 145톤으로, 현지 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했다. 이후 일본의 중국산 철강재 잠정 관세와 중국의 DCS 보증금 징수가 잇따라 시행되면서 상대국에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들의 비용 부담도 커졌다. 일본 정부는 중국의 조치에 항의하고, 자국 기업에 미칠 영향을 조사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표1. 중국산 저가 제품에 대한 한국의 반덤핑 대응과 HGI 유입
| 구분 | 핵심 내용 | 쟁점 |
|---|---|---|
| 반덤핑 조사 신청 | 2025년 13건으로 역대 최대 중국산 대상 9건, 철강·석유화학 각각 5건 | 신청 품목의 평균 국내 시장 규모가 2022년 3,976억원에서 2025년 1조7,971억원으로 352% 증가 |
| 중국산 CGI | 2026년 6월 잠정 반덤핑 관세 부과 | 냉간압연을 거쳐 도금한 제품이 관세 대상 |
| 중국산 HGI | 열연강판에 바로 아연을 입혀 생산비 절감 0.8㎜ 제품까지 한국 시장에 판매 추진 | 현행 관세 대상에서 제외. 일반 규격 제시가격은 톤당 640달러대, 얇은 제품은 700달러 초과 |
韓도 중국산 저가 공세에 시름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에 시달리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반덤핑 조사 신청은 13건으로, 1987년 무역위 출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한 신청이 9건에 달했고, 품목별로는 철강과 석유화학이 각각 5건을 차지했다. 조사 신청 품목의 평균 국내 시장 규모는 2022년 3,976억원에서 지난해 1조7,971억원으로 352% 증가했다. 중국의 내수 부진과 공급과잉 속에 저가 수출이 확대되면서 국내 주력 업종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기업이 늘어난 결과다.
이에 정부는 지난 6월 중국산 냉연 소재 도금강판(CGI)에 잠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 업체는 관세 대상에서 빠진 열연 소재 도금강판(HGI)을 한국 구조관 업체 등에 공급하며 판로를 넓혔다. HGI는 열연강판 표면의 산화물을 제거한 뒤 바로 아연을 입히는 제품으로, 냉간압연 공정을 생략해 생산비를 낮출 수 있다. 현행 관세 대상이 냉간압연을 거쳐 도금한 제품으로 정해져 있어 HGI는 적용 범위에서 빠진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향후 2~3개월간 한국에 공급할 HGI 물량이 과거 국내 연간 수입량에 맞먹을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왔다.
중국 업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HGI를 얇게 만들어 냉연 도금강판의 기존 거래처 확보에도 나섰다. 이달 초 한국에 제시된 판매 품목에는 두께 0.8㎜의 얇은 강판까지 포함됐으며, 공급 제시가격은 일반 규격이 톤당 640달러(약 88만원), 얇은 제품은 두께별 할증을 포함해 700달러(약 97만원)를 웃돌았다. 강관과 건설자재 등 HGI로 냉연 도금강판을 대체할 수 있는 분야가 주요 공략 대상이다. 중국산 HGI의 건축자재 시장 유입을 두고 국내 냉연업계에서는 중국산 HGI의 성능을 둘러싼 우려가 제기된다. 아파트 외장재와 방음벽·방음터널 등에 쓰이던 냉연 도금강판을 HGI로 교체할 때 내구성 등이 충분히 검증됐는지 불분명한데도, 수요 업체들이 낮은 가격을 앞세워 구매를 결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