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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정책 불확실성이 만든 기다림의 대가

[딥파이낸셜] 정책 불확실성이 만든 기다림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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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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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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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이 키운 투자 지연 누적 효과
기업 의사결정 묶는 정책 예측 공백
성장 조건으로 떠오른 제도적 예측 가능성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약화될수록 비용은 경제 전반에 누적되기 시작한다. 2025년 1분기 미국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Economic Policy Uncertainty, EPU)는 최근 고점 대비 약 6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시 모형들은 이러한 충격이 향후 몇 년 동안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 성장률을 1% 이상 끌어내릴 수 있다고 본다. 수치가 보여주듯 정책 환경이 불안정해질수록 기업과 가계의 판단은 느려지고, 투자·고용·소비 전반에서 의사결정 지연이 확산된다. 개별 주체의 선택은 합리적일 수 있으나, 이러한 대응이 누적될수록 경제의 성장 경로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책 불확실성은 더 이상 단기적 변동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인 비용으로 고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경로

정책 불확실성의 영향은 특정 국가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연구들은 라틴아메리카 주요 국가들에서 정책 충격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중기적으로 산출이 감소하는 흐름이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정책 변화 직후 주가 변동성은 커지고 차입 비용은 상승하며, 환율은 약세로 움직이는 현상이 동시에 관측됐다.

이러한 금융 반응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미래 수익 전망을 재평가하고, 기존 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보류하는 선택에 나선다.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BIS) 연구진이 네 개 라틴아메리카 국가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정책 불확실성 충격은 공급 측 충격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해 산출 감소와 물가 상승을 동시에 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장의 즉각적인 반응과 실물경제의 지연된 조정이 맞물리며, 단일한 정책 사건이 반복적으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형성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주요국의 정책 불확실성 추이
주: 브라질·칠레·콜롬비아·멕시코에서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일시적 충격을 넘어 높은 수준이 반복되는 흐름을 보인다.

기업 현장의 대응 패턴

기업 수준의 자료에서도 동일한 대응 양상이 확인된다. 파키스탄 증권시장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기업의 투자 효율은 낮아지고 차입과 지출 규모도 함께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제 규칙이 자주 바뀌고 규제 방향이 불안정한 환경에서는 미래 수익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의 경우 반복된 정치 변수와 정책 변화가 기업 의사결정의 기준을 단기 생존으로 이동시켰고, 그 결과 장기적인 생산 능력 확충과 연구개발(R&D) 투자는 뒤로 밀렸다.

이러한 흐름은 정책 불확실성이 미래 생산 능력에 대한 투자를 제약한다는 다수의 실증 연구 결과와도 맞닿아 있다. 정책 경로가 분명하지 않을수록 기업은 위험을 줄이는 선택을 하게 되고, 투자 결정은 자연스럽게 보류된다.

지연이 만든 성장 손실

개별적인 투자 지연은 당장의 충격으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연이 반복되면 성장 잠재력은 점차 약화된다. 투자 연기가 이어질 경우 생산 능력의 확장은 둔화되고, 신규 고용은 줄어들며, 교육과 혁신 활동 역시 동시에 영향을 받는다.

유로 지역을 대상으로 한 모형 분석에 따르면 정책 불확실성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안정될 경우, 투자 증가율은 상황에 따라 약 2.8%포인트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불확실성이 확대될 때 투자는 소비보다 더 크게 위축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되돌리기 어려운 투자가 정책 환경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된다. 정책 불확실성이 1표준편차 상승할 경우, 향후 6~8분기 동안 GDP 성장률과 고용이 약 1%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금융시장의 즉각적인 가격 조정과 실물경제의 느린 대응이 맞물리면서, 일시적인 판단 보류는 장기적인 성장 손실로 굳어지는 흐름을 만든다.

정책 불확실성 충격이 GDP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
주: 국내 경제정책 불확실성(Economic Policy Uncertainty, EPU)이 1표준편차 상승할 경우, 실질GDP는 충격 이후 1년 이상 하락 흐름을 보이는 반면 물가는 점진적으로 상승한다.

예측 가능성의 제도적 역할

정책 불확실성의 영향은 투자에 그치지 않고 교육과 숙련 형성으로 확산된다. 기업이 투자를 미루면 인력 교육과 훈련 계획도 함께 늦춰진다. 그 결과 기업 지원에 의존하는 학교와 직업훈련 프로그램은 재원과 수요 양측에서 압박을 받는다.

이 흐름이 누적되면 정책 환경이 불안정할수록 인적 자본 축적 속도가 둔화되는 구조가 굳어진다. 대응 방향은 분명하다. 줄일 수 있는 불확실성은 사전에 낮추고, 피하기 어려운 충격에는 제도적 완충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정책 불확실성을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낮출 경우 GDP가 약 1.2% 늘 수 있다고 추정했다.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이 부수적 조건이 아니라 성장 여건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는 뜻이다. 규칙 기반 정책 운용과 안정적인 제도 집행은 투자 지연을 줄이고, 교육·훈련의 연속성을 지키며, 경제 활동의 지속성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Cost of Policy Uncertainty: Why Waiting Breaks Growth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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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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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