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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 진압 희생자 “3천 vs. 3만”, 이란 시위 ‘통제 불능’ 국면 드러내

유혈 진압 희생자 “3천 vs. 3만”, 이란 시위 ‘통제 불능’ 국면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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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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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차단으로 피해 규모 파악 한계
경제 봉쇄→군사적 한계, 불만 누적
정권 붕괴·장기 혼란 시나리오 공존

이란 반정부 시위와 관련한 희생자 규모를 놓고 서로 다른 숫자들이 제시돼 눈길을 끈다. 미국 유력 매체는 충돌이 극에 달했던 이틀 사이에만 약 3만 명이 숨졌을 것이란 추정치를 전했고, 이란 당국은 3,000명을 소폭 웃도는 수치를 내놨다. 여기에 인권단체와 국제기구 관계자 발언까지 더해지며 정확한 집계가 이뤄지지 않는 배경과 현지 상황의 심각성을 더했다. 경제 위기로 촉발된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며 정권의 취약성을 드러낸 가운데, 이후 권력 공백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사태는 이란 내부의 불안을 넘어 국제적 관심 사안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현 정권 치안·행정 통제력 약화

2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이란 보건부 고위 당국자 두 명의 발언을 인용해 “이란 반정부 시위가 절정에 달했던 이달 8∼9일 이틀 사이에만 약 3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당시 치안 부대의 강경 진압으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시신 가방 재고가 소진됐고, 구급차가 부족해 일반 트럭이 시신 이송에 동원될 정도로 현장 수습 여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전언이다. 지난 8일은 이란 당국이 전국적인 인터넷 차단을 단행한 시점으로, 외부 정보 유입과 내부 상황 전파가 동시에 막힌 상태에서 유혈 진압이 집중됐던 시기로 특정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란 당국이 지난 21일 공식 발표한 이번 시위 관련 사망자 수는 3,117명이다. 이란 국영방송 IRIB는 국립 법의학기구를 인용해 해당 수치를 제시했지만, 지역별·기간별·사망 경위에 대한 세부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타임이 전한 추정치와 비교해 10분의 1 수준에 해당한다. 동일한 사태를 두고 제시되는 숫자가 큰 격차를 보이는 상황은 사망자 집계에 행정·치안 환경 자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점으로 해석된다.

미국 기반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별도의 방식으로 사망자 규모를 추산했다. HRANA는 “의료진, 목격자, 내부 소식통 등의 정보를 종합해 현재까지 5,137명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밝혔으며, “확인된 사망자와는 별도로 12,904건을 추가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소 7,402명의 추가 중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HRANA 역시 독립적 현장 검증이 불가능한 환경에서 자료를 수집한다는 점에서 해당 수치 또한 확정치라기보다는 진행 중인 집계 결과에 가깝다. 

국제기구 관계자의 언급도 피해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중동 언론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마이 사토 국제연합(UN) 이란인권특별보고관은 “이란 내 의사들의 보고를 종합할 경우, 사망자 수가 2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국제기구와 인권단체, 이란 당국, 외신의 발표 수치는 최소 3,000명 대에서 최대 3만 명까지 폭넓게 제시된다. 통신 차단과 언론 통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피해 발생 지역과 시점에 대한 교차 확인이 제한되면서 사망자 규모 역시 추정치의 형태로만 전달되는 형국이다. 

이란 제2의 도시 마슈하드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사진=BBC 유튜브 캡처

국민 희생으로 유지된 체제 정당성 약화

지난달 28일 경제 위기로 촉발된 이번 시위는 사흘 만에 수도 테헤란을 넘어 전국적인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확대됐다. 테헤란에서는 테헤란대 등 8개 대학과 주요 시장으로 시위가 번졌고, 이스파한·시라즈·마슈하드·야즈드 등 주요 도시 전반에서도 동시다발적인 집회가 이어졌다. CNN은 “2022년 9월 히잡 착용 문제로 도덕 경찰에 체포된 뒤 사망한 마흐사 아미니(사망 당시 22세) 사건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라면서 “경제적 불만에서 출발한 시위가 불과 며칠 만에 전국 단위로 번지면서 그간 누적된 체제 불만도 한꺼번에 분출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시위의 구호와 표적 역시 빠르게 변했다. 초기에는 생계난과 환율 급등에 대한 항의가 중심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판의 화살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넘어 최고지도자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를 향했다. 10대부터 30대를 아우르는 학생과 청년층 시위대는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고, 시위의 성격 또한 경제 정책 비판을 넘어 통치 체제 전반을 문제 삼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특정 정책 조정이나 단기적 지원책으로 수습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시위의 확산 배경에는 군사·외교 영역에서 누적된 충격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 지난 수년간 핵 개발을 이유로 서방의 강도 높은 제재와 경제 봉쇄를 감내해 온 상황에서 이란 국민들이 체감한 대가는 생활 수준의 하락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의 충돌에서 드러난 군사적 한계, 이어진 미국의 정밀 타격으로 핵시설과 안보 자산이 손실됐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이란 정권이 강조해 온 ‘강한 이란’ 이미지를 약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외부 충돌에서 자국의 안보 역량이 기대만큼의 방어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체제 유지의 명분은 더 급격히 흔들렸다. 

시위대의 요구가 외교·안보 노선으로까지 확장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체제 성향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에 의하면 테헤란 샤리프 공대 등에서는 “가자지구도, 레바논도 아니다. 내 목숨은 이란을 위해”라는 구호가 등장했다. 하마스·헤즈볼라 등 역내 무장 세력 지원보다 국민 생계를 우선하라는 요구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국민 구매력을 유지하려는 조치를 계획 중”이며 “내무장관에 시위대 요구를 경청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지만, 경제 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되지 않는 한 여론을 진정시키기는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대안 권력 부재, 사실상 통치 공백

과거와 같은 제한적 조치로 민심을 달래려 했던 경험이 이번에는 좀처럼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국제 사회는 이란 정권의 지속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위기다. 2022년 히잡 시위 당시 이란 당국은 단속 강도를 조절하고 일부 제도 운용을 느슨하게 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관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시위는 경제 위기와 대외 충돌, 대규모 인명 피해가 겹치며 그러한 미세 조정이 작동하지 않는 모양새다. 시위가 일시적으로 잦아든 상황에서도 학교 휴교령 해제와 인터넷 재연결 같은 조치는 이어지지 않으면서 근본적인 정치적 긴장 또한 계속되는 실정이다. 

이란 당국은 시위 확산의 책임을 외부 세력에 돌리며 내부 결속을 시도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미국과 이스라엘, 해외 무장단체들이 시위대를 선동했다”고 주장하며 유혈 사태의 원인을 외부 개입으로 규정했다. 그는 “악의적이고 훈련된 세력에 의해 주도된, 바로 그 무지하고 정보가 부족한 요원들이 온갖 나쁜 행동을 저질렀다”는 말로 시위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시위의 동력이 경제적 생계난과 체제 불신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메네이를 “병든 사람”에 비유하며 이란의 시위대 강경 진압을 문제 삼아 “새로운 지도력을 찾아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이어 “만약에 대비해 이란으로 막강한 전력의 대규모 함대가 이동 중”이라며 군사적 개입 가능성 또한 열어뒀다. 이후 실제로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와 미군 구축함, 전투기 등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동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으며, 미 국방부는 중동 지역에 추가 방공 체계 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란 내부 권력 공백 가능성이 국제 안보 변수로 전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이란 내 기존 정권이 약화하는 국면에서도 명확한 대안 권력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야권 세력은 조직력과 통합된 지도부를 갖추지 못한 상태이며, 종교 지도부 내부에서도 하메네이 체제를 대체할 구심점은 찾아볼 수 없다. 군부 역시 정치 전면에 나설 경우 국제 제재와 내부 반발을 동시에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축출된 팔라비 왕조의 귀환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왕정 복귀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국제사회의 중론이다. 과거로의 회귀를 외치는 구호 자체가 현 체제 이후를 상정할 대안의 부재를 반영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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