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합성 자본이 왜곡한 은행의 복원력 착시
[딥파이낸셜] 합성 자본이 왜곡한 은행의 복원력 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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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규제 강화, 은행은 위험 이전으로 대응 파생상품 활용 확대, 규제 효과는 구조로 흡수 합성 자본 확산, 위기 대응력 약화 신호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은행 자본 규제의 목적은 위기 국면에서 손실을 흡수할 여력을 확보하는 데 있다. 경기대응완충자본 역시 호황기에 자본을 축적해 금융 충격에 대비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규제 강화 이후 은행의 대응은 자본 축적보다 파생상품과 구조화된 위험 이전을 활용해 대출 위험을 이전한다. 이로 인해 위험가중자산은 줄어들고 자본비율은 개선된다. 반면 경기 하강 시 손실을 직접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은 크게 늘지 않는다. 금융 시스템에는 복원력이 강화된 것처럼 보이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러한 대응은 거시건전성 정책의 전달 경로를 바꾼다. 자본 규제가 강화될수록 은행의 조정은 실물 자본 축적보다 위험 이전에 집중된다. 정책 효과는 자본비율과 같은 수치로는 확인되지만, 위기 대응력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제한적이다. 이 지점에서 합성 자본의 문제가 드러난다.
실질 복원력의 괴리
자본 규제는 금융 위기 시 은행이 버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이 장치는 은행이 실제로 손실을 떠안을 수 있을 때만 기능한다. 그러나 규제 환경에서는 위험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구조가 활용된다. 대표적인 수단이 신용부도스왑(CDS)과 합성 위험 이전(SRT)이다. 대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계약 형태로 이전하면, 규제상 해당 자산은 덜 위험한 것으로 분류된다. 은행이 보유한 자본 규모가 그대로여도 요구되는 자본 부담은 줄어든다. 이런 구조를 합성 자본이라고 부른다. 실제 손실을 흡수할 능력은 변하지 않았지만, 규제 기준에서는 위험이 낮아진 상태다. 겉으로는 은행의 건전성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위기 국면에서 손실을 떠안을 자본이 추가로 형성된 것은 아니다. 안정성과 대응력 사이의 간극이 여기서 발생한다.

주: 2021년 이후 경기대응완충자본 인상으로 규제 압박이 커지면서, 은행의 대응은 자기자본 확충보다 규제 대응용 구조로 이동했다.
자본 확충 대신 선택한 위험 이전
은행이 더 높은 경기대응완충자본을 요구받을 경우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자기자본을 늘리거나, 위험 대출을 줄이거나, 대출 위험을 이전하는 방식이다. 이 가운데 위험 이전은 가장 신속한 대응 수단으로 활용된다. CDS나 SRT를 사용하면 대출의 일부가 보호된 자산으로 분류돼 위험가중자산이 감소하고, 자본비율은 개선된다.
이러한 대응은 실증 분석에서도 확인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CDS 거래 자료와 신디케이트론 데이터를 활용해, 완충자본 비율이 높은 지역의 은행들이 해당 대출에 대해 CDS 헤지를 확대했다는 점을 제시했다. 완충자본 비율이 1%포인트 상승할 때 무보험 대출 비중은 약 53%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규제 변화에 직접 노출된 은행들이 위험 이전으로 빠르게 대응했음을 보여준다.
파생상품 활용은 정상적인 위험 관리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구조가 규제 요건 충족에 맞춰 설계되고, 광범위한 금융 스트레스 국면에서는 동시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개별 거래는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구조 전체의 실효성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

주: 무보험 대출 비중이 낮은 구간에 관측치가 집중된 현상은 헤지와 위험 이전을 통한 대출 위험 조정을 반영한다.
완충자본 인상 이후 나타난 은행 대응
국가와 시점별로 규제가 달라진 사례를 비교하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분명해진다. BIS는 2017년 11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유럽연합(EU) CDS 자료와 신디케이트론 데이터를 분석해, 경기대응완충자본 인상 이후 은행의 헤지 행동 변화를 살폈다. 팬데믹 이후 거시건전성 정책 조정이 이뤄진 시기까지 포함돼 있어, 규제 변화에 대한 은행의 실제 반응을 포착하는 데 적합하다.
분석 결과는 일관된다. 완충자본 비율이 높아질수록 해당 지역 대출에서 위험 이전은 빠르게 늘어난다. 이 효과는 전체 금융 시스템의 평균적 변화라기보다, 규제 변화에 직접 노출된 은행들의 집중적인 대응에서 두드러진다. 그럼에도 규제 적격 위험 이전이 자본 규제 대응의 핵심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업계 자료 역시 같은 흐름을 확인한다. 최근 합성 위험 이전은 맞춤형 설계와 트랜치(만기) 분할, 다양한 신용도를 가진 제3자 보호 제공자를 포함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규제 변화 시점에 활용될 경우 정책 전달력을 약화시키는 영향은 커진다. 규모보다 위치가 중요한 이유다.
제도 정비의 방향
이제 논의의 초점은 위험 이전이 자본 완충으로 인정되는 기준에 맞춰질 필요가 있다. 자본 요건을 낮추는 이전 거래는 거래 상대방의 건전성, 위기 상황에서의 회수 가능성, 계약으로 남는 위험을 중심으로 평가돼야 한다. 위기 국면에서 손실 흡수 능력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경우에 한해 자본의 보완 수단으로 인정하는 기준이 요구된다.
공시 체계도 함께 손질돼야 한다. 대출의 무보험 비중과 그 변화가 규제 환경과 어떻게 연동되는지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 은행은 거래 상대방 부도, 스프레드 확대, 유동성 경색 상황에서 합성 위험 이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시나리오 형태로 제시할 수 있다. 일관된 공시는 형식적 규제 충족과 실질 안정성의 차이를 분명히 드러낸다.
제기된 우려와 대응 과제
파생상품과 합성 위험 이전이 위험 배분을 개선한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있다. 이를 제한할 경우 비용 증가와 시장 효율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따라서 정책의 초점은 시스템 위기 상황에서 해당 헤지가 실제로 손실을 흡수하는지에 맞춰져야 한다. 위기 가정을 통과하지 못한 헤지에는 규제 완화 범위를 제한하거나 추가 비용을 반영하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
감독 자원의 한계 역시 현실적인 제약이다. 대응의 핵심은 점검 대상을 선별하는 데 있다. 국제 공조와 표준화된 공시를 바탕으로 무보험 비중, 거래 상대방 집중도, 비은행 보호 제공자 비율 같은 핵심 지표를 상시 점검하는 체계가 대안이 된다. 제한된 지표만으로도 감독의 실효성은 충분히 높일 수 있다.
교육의 역할에 대한 회의도 제기된다. 교육만으로 규제 차익을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합성 구조가 스트레스 테스트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은행의 선택은 규제 대응 중심에서 자기자본 확충과 보수적 대출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사례 연구와 거래 등록 자료, 감독 통계를 교육 과정에 포함하는 접근은 장기적인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현실적인 수단이다.
자본 규제의 실효성 점검
완충자본이 인상될수록 은행의 대응은 자기자본 확충보다 자산 보호로 이동한다. 단기적으로는 대출 흐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금융 스트레스가 확산되는 국면에서는 안정성이 빠르게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자본 규제가 실제로 위기 대응력을 높이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위험 이전의 인정 기준을 재정비하고, 위기 상황을 전제로 한 공시와 감독을 강화하며, 교육 체계를 통해 이러한 구조를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합성 자본은 기술적 장치가 아니라, 금융 시스템의 복원력을 시험하는 지점이다. 이 지점을 점검하지 않으면 거시건전성 체계는 위기 국면에서 기대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Capital Looks Real but Isn’t: How Synthetic Capital Quietly Undermines Resilienc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