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광물 쟁탈전' 전장 된 라틴아메리카, 美-中 등 주요국 공급망 경쟁 격화
'글로벌 광물 쟁탈전' 전장 된 라틴아메리카, 美-中 등 주요국 공급망 경쟁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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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광물 요충지로 부상한 라틴아메리카, 글로벌 광업 투자 대거 흡수 공격적 투자 나선 中, 美·EU는 공급망 협력에 힘 실어 전 세계 자원 확보 경쟁 격화, 남미 둘러싼 美·中 대립 심화 전망

라틴아메리카가 글로벌 광업 투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전 세계적인 청정에너지 전환 흐름 및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으로 핵심 광물 수요가 대폭 증가하자, 방대한 매장 자원을 보유한 남미가 핵심 광물 요충지로 급부상한 것이다. 이에 중국·미국 등 주요국은 라틴아메리카를 둘러싸고 치열한 자원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라틴아메리카로 쏠리는 광업 투자
24일(현지시각) 매킨지앤컴퍼니와 퓨처미네랄스포럼(FMF)이 발표한 ‘미래 광물 바로미터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3분기 전 세계 광산 부문 합병 투자(300억 달러·약 43조원) 중 무려 74%(222억 달러·약 32조원)가 라틴아메리카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광업 투자자들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은 아프리카나 중앙아시아 대신 라틴아메리카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라틴아메리카는 리튬을 비롯한 다양한 핵심 자원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칠레·볼리비아를 잇는 이른바 ‘리튬 삼각지대(Lithium Triangle)’의 경우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약 68%가 매장돼 있으며, 전 세계 구리의 46%를 생산 중이다. 브라질은 흑연 매장량이 전 세계 2위 수준이며, 니켈, 망간, 리튬 등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대부분의 광물 자원도 풍부하다. 세계 10위의 리튬 보유량을 자랑하는 멕시코는 아연과 몰리브덴, 흑연, 은, 창연, 비소, 카드뮴, 안티모니, 납, 중정석 등의 주요 공급국 중 하나다. 콜롬비아에서는 금, 은, 백금, 수은, 석탄, 석유, 보크사이트, 니켈, 몰리브덴, 우라늄 등이 다량 생산된다.
이들 국가는 중요 광물의 지역 내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중·남미 개발금융을 맡는 미주개발은행(IDB)의 일랑 고우드파잉 총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광물을 원자재 상태로 아시아에 수출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직접 제련·가공하는 방안을 추구하고 있다"며 "이런 조처가 본국에서 가까운 지역에 광물 공급처를 마련하려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과 일치한다"고 짚었다.
주요국의 자원 확보 전략
세계 각국은 라틴아메리카가 품은 이 같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남미 리튬 프로젝트에 160억 달러(약 21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 같은 공격적 투자 규모는 최근 수년 사이 특히 두드러졌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중국 글로벌 투자 추적기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4배가량 급증했다.
지난해 8월에는 중국 최대 리튬 생산 업체인 간펑리튬이 스위스에 본사를 둔 리튬 아르헨티나와 아르헨티나 내 세 곳의 염호 사업을 통합하는 프로젝트를 체결하기도 했다. 관련 사업지는 아르헨티나 살타 소재 염호인 포주엘로스, 파스토스 그란데스, 살 데 라 푸나 등이다. 양측은 이곳에서 연간 15만 톤(t) 규모의 탄산리튬을 염수에서 추출해 생산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이미 아르헨티나 북서부 후후이주에 있는 카우차리 올라로스 광산을 현지 광산 업체와 함께 운영 중인데, 재차 손을 잡고 추가 생산량 확보에 나선 것이다.
서방국들도 라틴아메리카와의 협력 전선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IDB와 손잡고 1억4,000만 달러(약 2,020억원) 규모의 핵심 광물 가치사슬 개발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단순히 원석을 채굴해 아시아 등에 수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정제·가공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것이 이니셔티브의 핵심이다. 미국 역시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브라질과의 파트너십을 추진 중이다. FT에 따르면 양국 관계자들은 이미 예비 회의를 가졌으며, 브라질 정부 또한 중요 광물 협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美-中, 남미 두고 정치적 긴장 고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원 확보 경쟁이 라틴아메리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대립을 한층 심화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수년 사이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미국의 영향력이 쇠락하고 중국의 입지가 대폭 커졌다. 이와 관련해 존 보든 미국 오리건주립대 교수는 지난해 5월 이탈리아 소재 비영리 단체인 아더뉴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남미가 보호주의적인 미국에서 벗어나 무역을 다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과의 상호 이익이 되는 무역 관계를 통해 시작된 추세”라며 “남미는 미국 중심 질서에서 벗어나 다극화를 향해 변함없이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라틴아메리카 내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아메리카 대륙을 중시하는 고립주의 성향의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했다. NSS는 미국이 북미와 중미, 남미 등 서반구에서의 '전략적 우위와 영향력 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고 명시했다. 이는 19세기 먼로 독트린의 재해석이자, 역외 경쟁 세력의 진입을 원천 차단하려는 미국의 강경한 의지로 풀이된다. 먼로 독트린은 제임스 먼로 전 미 대통령이 1823년 발표한 외교 원칙이다. 당시 미국은 유럽 열강들에 라틴아메리카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미주 대륙 전체를 미국의 세력권으로 선언한 바 있다.
미국의 이 같은 행보에 중국은 곧바로 라틴아메리카와 운명 공동체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으로 대응했다. 최근 중국은 9년 만에 발표한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정책 문건에서 "중국은 중남미를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와 함께 호흡하고 운명을 같이한다"며 "중국과 중남미 관계는 제3자를 겨냥하거나 배척하는 것이 아니지만, 제약받지도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고립주의 노선을 택한 미국의 압박에 정면으로 대응한 셈이다.
이에 대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중국의 정책 구상이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의 대안 세력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미국을 제치고 중남미 지역에서 '강자'가 되는 것이 중국의 궁극적 목표라는 진단이다. 실제 중국은 중남미 각국의 인프라 사업에 자금을 투입하며 꾸준히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 왔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이 유럽까지 육상·해상으로 실크로드를 연결하기 위해 추진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다. 2017년까지만 해도 중남미에서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국가는 한 곳도 없었으나, 현재는 중남미에서만 2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