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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돈로 독트린이 바꾼 미국 통상 정책

[딥폴리시] 돈로 독트린이 바꾼 미국 통상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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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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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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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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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통상 정책, 관세·거래 중심으로 전환
시장 접근권을 앞세운 단기 협상, 통상·안보까지 영향 확대
교육·연구 부문, 변동성 대응 위한 구조적 대비 필요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통상 정책이 빠르게 성격을 바꾸고 있다. 불과 1년 사이 미국은 관세를 협상용 압박 수단에서 실제 정책 수단으로 전환했고, 한때 69개 교역국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무역정책은 국제 통상 질서를 관리하는 장치에서 벗어나 자국 이익을 직접 관철하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으로 설명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을 1823년 먼로 독트린에 빗댄 신조어로, 관세와 수출 통제, 대규모 투자 약속이 기존 통상 운영 원칙보다 단기 성과를 우선하는 협상 수단으로 활용되는 현실을 지칭한다.

정책 변화는 통상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접근 통제가 강화되면서 교육과 정책 프로그램 전반에도 영향이 확산되고 있다. 국제 학술 협력은 인력 이동과 장비 조달, 정보 교류의 안정성을 전제로 작동해 왔다. 그러나 돈로 독트린 아래에서는 과거 미국이 지지해 온 국제 질서보다 당장의 자국 이해가 정책 판단의 기준으로 작동한다. 이에 따라 교육 정책을 설계해 온 전제 역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미국 우선 원칙의 전면 적용

이 정책 기조가 본격화된 첫해, 미국 통상 체계 전반에서는 급격한 전환이 나타났다. 2025년 초 미국은 인접 국가에서 유입되는 상품에 관세를 부과했고, 이후 광범위한 수입품을 대상으로 추가 관세 방안을 잇따라 제시했다. 국가별 관세율은 단기간에 여러 차례 조정됐고, 장기 협상은 줄어든 반면 정책 방향은 공개 발표를 통해 즉각 전달됐다. 그 결과 관세와 시장 접근권은 중장기 질서를 조정하는 수단에서 벗어나, 단기 성과를 확보하기 위한 협상 수단으로 활용되는 양상이 뚜렷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고등교육과 연구 환경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교육과 연구 활동은 국경을 넘는 인력 이동과 장비 조달, 정보 교류에 기반을 둔다. 연구 장비 상당수는 해외 공급에 의존하고, 학생과 연구자는 비자 제도를 통해 국제 교류에 참여한다. 그러나 수출 규제와 관세가 압박 수단으로 작동하면서 이 같은 전제는 점차 흔들리고 있다. 장비 조달과 유지가 지연되고, 교환 프로그램과 공동 연구에는 추가 비용과 행정 절차가 뒤따른다. 그 결과 국제 협력을 담당하는 조직 전반에서 법적 검토와 행정 부담이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흐름은 단순한 고립주의로 보기는 어렵다. 규범과 예측 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리더십이 거래 중심 압박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먼로 독트린이 유럽 세력의 개입을 제한하기 위한 대외 정책 기조였다면, 돈로 독트린은 관세와 수출 통제, 선택적 교류를 통해 미국의 이익을 우선 조정하는 정책 운용 방식에 가깝다. 개방성과 공통 규범을 토대로 유지돼 온 동맹과 학술 협력 구조는 점차 개별 합의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협력 상대국의 판단 기준과 학술 네트워크의 작동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2018~2025년 미국 관세 정책 변화 추이
주: 돈로 독트린 이후 관세 조치가 급증하며, 다자적 관리 방식에서 일방적 활용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확인된다.

관세를 앞세운 거래 중심 통상 전략

관세는 이러한 정책 전환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수단이다. 2025년 미국은 멕시코·캐나다·중국을 시작으로 관세 부과 대상을 확대했고, 이후 전 수입품을 포괄하는 관세 논의로 범위를 넓혔다. 일부 국가에 적용된 관세율은 발표와 유예, 재조정을 반복했다. 정책 방향이 단기간에 바뀌면서 교역국과 기업의 불확실성도 함께 확대됐다. 관세 조치와 병행해 대규모 거래도 이어졌다. 일본에는 약 5,500억 달러(약 804조6,500억원) 규모의 투자·구매 패키지가 제시됐고, 한국과의 합의에는 3,500억 달러(약 512조500억원)에 달하는 투자 약속이 포함됐다. 미국 시장 접근권이 대규모 투자와 구매 약속의 조건으로 제시된 셈이다.

이러한 방식은 고등교육과 연구 환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통상 관계를 고려하는 국가들이 연구 예산 집행을 조정하거나 시기를 늦출 가능성이 커진다. 동시에 국제 협력의 방향 역시 산업·안보 목표에 부합하는 분야로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 결과 단기 성과와 거리가 먼 기초 연구는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관세 완화를 조건으로 한 대규모 투자 거래가 반복될수록, 학술 협력은 정책 협상의 부속 요소로 편입될 가능성이 커진다.

정책 운용 과정에서는 산업과 안보 논리도 뒤섞인다. 어떤 시점에는 AI 칩 수출 규제가 완화되고, 다른 시점에는 특정 프로세서에 관세가 부과된다. 기준이 일관되지 않으면서 연구 현장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고성능 연산 장비나 네트워크 장비에 의존하는 연구 조직은 수출 허가 여부와 관세 비용, 정치적 리스크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며, 이로 인해 행정 비용은 늘고 국제 공동 연구의 계획 가능성은 낮아진다.

미국 관세 조치 이후 국가별 투자 약속 규모
주: 최근 통상 합의는 관세 완화를 대규모 투자 약속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규범 기반 운영에서 거래 중심 운용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나타낸다.

교육·정책 부문의 대응 과제

이 같은 환경 변화는 명확한 대응을 요구한다. 교육 행정 책임자들은 관세와 수출 규제에 노출된 위험 요인을 구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관세 대상 장비에 의존하는 연구실과 프로젝트를 식별하고,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연구 장비의 수입 비중, 해외 기업에서 유입되는 연구 자금 규모, 해외 고용주와 연계된 비자를 보유한 핵심 인력 수는 취약성을 판단하는 기본 지표가 된다. 규정 준수 역량에 대한 투자도 필수적이다. 고등교육 기관은 무역과 수출 통제에 정통한 법률 인력을 확보하고, 국제 거래와 협력 구조를 관리할 수 있도록 내부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비용은 협력 중단이나 장비 반송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정책 대응의 방향은 후퇴가 아니라 보호에 있다. 협력 국가를 소수에 집중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파트너를 분산하고, 필요시 일시 중단이 가능한 유연한 프로그램 설계를 도입해야 한다.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지역 기반 데이터 저장과 클라우드 연구 인프라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국가 간 관계가 경색되더라도 학술 교류를 유지할 수 있도록 대학 간 직접 협약을 마련하는 방식 역시 현실적인 대안이다.

관리 체계의 투명성도 중요하다. 대규모 해외 자금 유입에 대한 보고 기준을 강화하고, 투자 약속이 이행되지 않을 상황을 전제로 한 비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연구실 핵심 장비의 일정 비율 이상이 위험 공급처에 의존할 경우 대응 절차를 가동하도록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 이는 재원 재배분이나 예비비 사용을 신속히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

마지막으로 정책 실행 역량을 체계화해야 한다. 무역 규정에 대한 관리자 교육, 협력 중단 상황을 가정한 점검 훈련, 교수진과 법무 부서를 연결하는 전담 창구는 필수 요소다. 돈로 독트린의 함의를 정확히 이해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관일수록 핵심 연구와 학술 교류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돈로 독트린은 지속 가능한 규칙 체계라기보다, 즉각적인 국가 이익을 앞세우는 미국의 현재 정책 운용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관세와 단기 거래에 의존한 외교 방식은 장기간 유지돼 온 협력의 안정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교육과 연구 부문에 요구되는 대응은 철수가 아니다. 위험 요인을 구조적으로 파악하고, 규정 준수 역량을 강화하며, 정책 변동성에 견딜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글로벌 참여의 조건이 재편되는 환경에서 이러한 준비는 연구와 교육의 연속성을 지키기 위한 핵심 과제가 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Donroe Doctrine: When ‘America First’ Becomes America’s Only Rul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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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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