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HBM이 시장 판도 좌우한다" AI發 메모리 슈퍼사이클 장기화 전망, 월가는 마이크론에 주목
[HBM] "HBM이 시장 판도 좌우한다" AI發 메모리 슈퍼사이클 장기화 전망, 월가는 마이크론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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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중심으로 급성장하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 AI가 슈퍼사이클 견인 "최소 수년 지속된다" 업계 호황 장기화 전망 쏟아져 '메모리 빅3' 중 최대 수혜 기업으로는 마이크론 지목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등이 AI 인프라 투자를 속속 확대하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메모리 제품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며 슈퍼사이클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호황이 최소 수년간 지속될 것이며, 특히 미국 정부의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마이크론이 최대 수혜 기업으로 등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HBM이 이끄는 메모리 호황
2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모리 업황은 단순 회복을 넘어 폭발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과거 메모리가 PC와 모바일 수요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던 경기 민감형 산업이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AI 서버와 데이터센터가 주도하는 '구조적 성장'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특히 AI 인프라의 필수 자재인 HBM은 일종의 전략 자산으로 자리 잡으며 그 가치가 치솟고 있다.
HBM의 중요성은 주요 메모리 기업들의 가파른 실적 개선세를 살펴보면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우선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주요 제품군에 HBM3를 공급하며 사실상 공급망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5년 3분기 글로벌 HBM 매출 기준 시장의 약 57%를 점유 중이다. 이 같은 상황 속 SK하이닉스의 실적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HBM은 통상 일반 D램 대비 가격대가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집계한 ‘2025년 글로벌 반도체 매출 순위(잠정)’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인텔을 제치고 업계 3위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역시 시장 입지 확대를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2024년~2025년 초 HBM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며 위기에 빠졌던 삼성전자는 2025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 글로벌 GPU 업체를 대상으로 HBM3E 등의 공급을 확대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엔비디아 품질 인증(Qual test) 통과 여부와 공급 물량 규모는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턴키(Turn-key) 전략'을 앞세워 HBM 시장을 공략 중이다. 삼성은 메모리·파운드리·첨단 패키징 기술력을 모두 보유한 IDM(종합반도체기업)으로, 단일 기업 내에서 턴키 솔루션 제공이 가능하다. 일부 시장조사업체들은 올해 삼성전자의 HBM 생산 능력이 본격적인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며 시장 점유율이 30%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예측한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전장인 HBM4 시장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이 최대 120조원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제기된다.
우상향 흐름 장기간 지속된다?
이 같은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최소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포춘마켓인사이츠(FMI)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가 작년 약 1,988억 달러(약 291조7,600억원)에서 10년 뒤인 2035년에는 약 4,097억 달러(약 601조2,760억원)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는 "현재 반도체 공급 여력이 부족해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지연 및 일정 재조정이 예상되며, 이는 공급 부족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이 같은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환경은 D램 공급 업체에 유리하며, 수년 간의 마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현재 반도체 시장이 통상적인 시황 하락 국면으로 들어가지 않고 우상향 흐름을 장기간 지속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SEMI는 “HBM 설비투자는 2025년과 2026년 모두 전년 대비 15% 증가가 예상된다”며 “낸드 역시 2025년 45% 증가가 예상되고 2026·2027년에도 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클라크 쳉 SEMI 마켓 인텔리전스 책임자는 “지금 D램을 둘러싼 실리콘 사이클은 과거와 같은 4년 업·다운 패턴이 아니다”라며 “과거 사이클을 기준으로 하면 2027~2028년 둔화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SEMI는 해당 시기에 뚜렷한 슬로다운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은행 윌리엄 블레어의 세바스티엔 나지 애널리스트는 분석 보고서에서 메모리 부족 상태가 최소 2027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의 AI 슈퍼 사이클이 최소 2년은 지속될 수 있다는 평가다. 그러면서 메모리 빅3 업체 중 하나인 마이크론에 대한 투자 의견을 ‘시장수익률상회(outperform)’로 제시, 마이크론 매수를 강력히 권고하고 나섰다. 월가 주요 금융사들이 속속 마이크론 낙관론을 펼치는 가운데 윌리엄 블레어도 이 흐름에 합류한 것이다.

마이크론 둘러싼 '장밋빛 전망'
최근 월가의 금융사들은 앞다퉈 마이크론의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키뱅크는 13일(이하 현지시각), 캔터 피츠제럴드는 14일 마이크론 비중 확대를 권고하며 목표 주가를 450달러(약 66만원)로 제시했다. 15일에는 바클레이스와 RBC 캐피털, 웰스파고가 각각 비중 확대 투자 의견을 내놨다. 목표주가는 각각 450달러, 425달러(약 62만원), 410달러(약 60만원)다. 로젠블랫은 지난 20일 매수 투자 의견과 함께 목표 주가를 500달러(약 73만3,800원)로 설정했고, TD코웬은 같은 날 매수 의견과 더불어 450달러를 목표 주가로 제시했다.
이처럼 월가가 '메모리 빅3(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중 특히 마이크론에 주목하는 것은 마이크론의 주가가 상당히 저평가 돼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의 2026 회계연도 1분기(2025년 9~11월) 매출은 136억4,000만 달러(약 20조18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한 수치이자, 시장 예상치(129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4.78달러(약 7,000원)로 컨센서스(3.9달러)보다 20% 이상 높았고, 영업이익률은 47%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탄탄한 실적에도 불구, 마이크론의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은 약 11배에 그친다. 이는 컴퓨터 통합 시스템 업계 평균인 17.89배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실질적인 이익 성장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가가 저렴한 선에 머무르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정부의 규제 역시 마이크론의 투자 매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 14일 반도체 관세 협상 개시를 선언하며 한국·대만 등 반도체 강국을 겨냥한 새로운 통상 전략을 본격화했다. 16일에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마이크론 뉴욕주 공장 착공식에서 “반도체 기업엔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미국 내 메모리 생산 공장이 없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재차 관세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현재 삼성전자는 오스틴·테일러 공장에서 파운드리 중심 생산을 진행 중이며,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주에 짓는 시설도 HBM 패키징 용도의 후공정 라인이다. 노무라증권은 19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관세 면제를 위해 2027년부터 2030년까지 100조~120조원 규모의 현지 투자에 나서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삼성전자 평택 P4 공장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더해 향후 미국 공장의 생산 비용도 한국 대비 최소 40%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가 부담이 대폭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반면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은 이 같은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마이크론은 19일 대만 PSMC의 ‘P5’ 공장을 18억 달러(약 2조6,500억원)에 인수하는 의향서를 체결했고, 이미 완공된 2만8,000㎡ 규모 클린룸을 확보해 2027년 하반기부터 D램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미국 현지 투자로 인한 원가 부담을 짊어질수록, 미국의 규제에서 자유롭고 오히려 정책 혜택을 입는 마이크론의 가격 경쟁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마이크론이 메모리 호황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