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분쟁] 그린란드 영구 접근권 노리는 트럼프, 군사 비밀과 북극항로 둘러싼 셈법
[그린란드 분쟁] 그린란드 영구 접근권 노리는 트럼프, 군사 비밀과 북극항로 둘러싼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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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방어망 골든돔 앞세워 그린란드 장기 통제 구상 냉전기 군사 유산, 빙하 속 비밀 정보 관리 필요성 부각 중·러와의 북극항로·자원 경쟁 격화, 전략 거점 재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에 대해 “시간 제한도 없고, 아무 대가도 지불하지 않는 전면적 접근권(total access)을 확보하겠다”며 차세대 미사일 방어망 ‘골든돔’ 구상을 전면에 내세웠다. 중국·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안보 차원의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구상에는 냉전 시기 미군이 구축했던 기지와 빙하·해저에 잔존한 민감한 군사 정보, 전략 자산에 대한 접근을 다시 회복하려는 계산도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기후 변화로 북극항로의 상업·군사적 가치가 재부상하자, 그린란드를 '되찾아야 할 곳’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가 없이 모든 군사적 접근권 가질 것"
22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린란드와 관련해 아무 대가도 지불하지 않으면서 '전면적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해 유럽과 세부 사항에 대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99년이니 10년이니 하는 시간 제한도 없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그린란드에 대한 접근권이 영구적일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반대급부로 어떤 대가를 지불하냐는 질문에도 “아무것도 지불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는 원하는 모든 군사적 접근권을 갖고, 필요로 하는 것을 그 곳에 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러시아 등 외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도 그는 "적대 세력이 발포하면 그린란드를 넘어오게 돼 있다"며 “이는 국제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차세대 미사일 방어망 골든돔 건설 이외에는 어떤 것도 지불할 필요가 없다"며 "골든돔은 이스라엘 아이언돔의 100배 규모로 전부 미국에서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골든돔 구상을 했지만, 당시에는 어떤 기술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간 미국은 그린란드를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하기 위해 오랜 기간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덴마크가 독일 나치군에 점령되자 미국은 덴마크와 그린란드 방위 협정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미군은 항공기 착륙 시설을 건설할 권리를 확보했고, 이러한 기반은 이후 그린란드 내 군사 거점 확장과 전략적 활동의 출발점이 됐다. 1951~1953년에는 그린란드 북서쪽 해안에 툴레 공군기지를 건설해 소련 핵 위협 감시와 폭격기 작전 기지로 활용했다. 당시 1만 명의 미군이 주둔했고, 현재는 피투픽 우주기지로 운영 중이다.
빙하 아래 비밀 기지인 캠프 센추리 건설도 추진했다. 1959년 캠프 센추리는 공식적으로 과학기지로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목적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그린란드 빙하 아래 3,000km 규모의 터널을 연결하고 핵미사일 600기를 배치하는 ‘프로젝트 아이스웜(Project Iceworm)’을 추진하는 데 있었다. 당시 미국은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비밀리에 공사를 진행했지만, 곧 현실적인 한계에 직면했다. 빙하의 이동으로 터널 구조물이 변형되면서 붕괴 위험이 커진 것이다. 결국 미국은 1967년 캠프 센추리에서 철수했고, 핵미사일 배치 계획도 공식적으로 중단됐다.
빙하 속 캠프 센추리, 온난화로 모습 드러낼 수도
미국이 그린란드 매입이나 병합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867년에는 앤드루 존슨 대통령이, 1946년에는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집권 1기였던 2019년 매입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역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그린란드는 판매용이 아니며 덴마크 소유도 아니다”라며 매각 제안을 일축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현 X)를 통해 “프레데릭센 총리가 그린란드 거래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며 예정됐던 덴마크 방문을 전격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이 이처럼 그린란드에 대한 접근권을 강화하려는 이유는 과거 이 지역에서 진행했던 군사 활동과 무관하지 않다. 그린란드 전역에 미국의 비밀리에 수행했던 군사 실험과 관련된 민감한 정보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1968년 그린란드 북서부에서 발생한 미 공군 B-52 전략폭격기 추락 사고다. 당시 기체에 탑재돼 있던 수소폭탄 네 발 가운데 한 발은 회수되지 않은 상태다. 미군이 대규모 수색 작전을 벌였지만, 해당 폭탄은 빙하와 해저 어딘가에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위치는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사고는 주변 지역에 방사능 오염이라는 후유증을 남겼고, 이는 오랜 기간 덴마크와 그린란드 사회의 논란으로 이어져 왔다.
하지만 최근 기후 온난화로 빙하가 얇아지면서 캠프 센추리가 다시 드러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빙하 속에 방치된 군사 시설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캠프 센추리는 도서관, 체육관, 식당, 우편실 등 각종 시설을 갖춘 빙하 기지로, 약 200명이 상주하며 소형 원자로를 이용해 전력을 공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요크대 연구진은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캠프 센추리에 남아있는 오염 물질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캠프 센추리의 오염 면적이 축구장 77개 규모인 55만㎡에 달하며, 2090년 이후에는 강설량보다 해빙량이 많아져 빙하가 급격히 녹아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희토류 매장량 150만 톤, 환경 탓에 채굴 어려워
지구 온난화도 그린란드의 지정학적 가치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북극해의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항로가 열렸기 때문이다. 북극항로를 이용해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화물을 운송할 경우, 말래카해협과 수에즈운하를 거쳐야 하는 기존 항로에 비해 7,000km의 거리를 줄일 수 있으며, 운송 시간도 10일 정도 단축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북극해의 해빙 면적이 줄면서 북극항로 선박 통행량이 크게 증가했다. 러시아 연안 북극해 경로를 통해 운송된 화물량은 2024년 기준 3,790만 톤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 속에서 북극항로를 연결하려는 전략적 구상을 갖고 있어, 이 지역을 자국 영향권 아래 두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그린란드가 천연자원의 보고라는 점도 미국의 관심을 끈다. 미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그린란드에는 전 세계 매장량의 각각 13%, 30%에 달하는 원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금, 납, 아연, 우라늄 등 비철금속은 물론 반도체, 휴대전화 등 첨단제품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도 풍부하다. 그린란드의 희토류 매장량은 약 150만 톤으로, 전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최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그린란드에 대한 통제 의지를 드러낸 것도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그러나 혹독한 자연환경 탓에 미국이 그린란드를 통제하더라도 실제 희토류 채굴은 극히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린란드의 주요 광물 매장지는 대부분 북극권 외곽에 위치해 있다. 이 지역은 두께 1.6km에 달하는 극지방 빙상으로 덮여 있으며, 연중 대부분 어둠이 지속되는 극한의 환경이다. 이러한 장벽으로 인해 그린란드에서의 광물 채굴은 비용 부담이 막대하고 현실성도 떨어진다. CNN은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미국의 자원 개발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이 아니다"라며 "진짜 장애물은 혹독한 북극 환경"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해 그린란드의 채굴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CNN은 이 역시 현실성이 낮다고 분석한다. 빙하가 녹으면서 일부 해상 운송로가 열렸지만, 동시에 지반이 불안정해져 시추 작업이 어려워지고 산사태 위험도 커졌다는 것이다. 경제적 타당성을 두고도 평가가 엇갈린다. 캐나다 광산기업 아마록(Amaroq)은 채굴 여건 개선으로 금, 구리, 게르마늄 채굴이 가능하다며 미국 측과 직접 투자를 논의 중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높은 시추 난이도로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불가피해 실제 사업화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