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MEMO] 보이지 않는 AI 자산, 작아 보이는 경제
[AI MEMO] 보이지 않는 AI 자산, 작아 보이는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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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에 잡히지 않는 AI 투자, 왜곡된 성장 신호 무형자산 누락이 흔드는 교육·정책 판단 측정 기준이 갈라놓는 성장과 거버넌스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Research Memo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공식 경제 통계는 이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기업이 AI 모델을 구축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며 업무 전반에 AI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지출의 상당 부분이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기업의 생산 역량과 미래 수익 창출 능력은 강화됐지만, 장부상 경제 규모와 성장률에는 제한적으로만 반영되고 있다.
이 괴리는 단순한 통계상의 착시에 그치지 않는다. 정책 우선순위 설정과 교육 투자, 인프라 확충 판단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무엇을 자산으로 인식하느냐에 따라 경제의 크기와 구조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고, 그 해석은 다시 정책 선택의 기준으로 이어진다. AI 자산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는 이제 기술적 분류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운영 전반의 기준선을 가르는 핵심 사안으로 옮겨가고 있다.
회계에 잡히지 않는 AI 자본
AI 관련 지출은 여전히 비용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현행 회계 체계가 무형자산, 특히 디지털 자산을 자본으로 인식하는 기준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공백 속에서 기업들은 AI 모델 개발과 클라우드 컴퓨팅 활용, 데이터 정제, 내부 평가 시스템 구축, 프롬프트 라이브러리 조성 등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러한 지출은 일회성으로 소멸되는 성격이 아니라, 반복 사용이 가능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효용이 누적되는 구조를 지닌다. 그럼에도 상당 부분이 당기 비용으로 처리되면서 재무제표에 자산으로 남지 않는다. 이 처리 방식이 지속되면서 디지털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되는 경제 구조는 실제보다 낮은 자본 축적 수준으로 기록되고 있다. 회계 기준의 미정비가 경제 구조 변화와 공식 통계 사이의 간극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과소 평가된 AI 투자 규모
이 누락의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여러 연구는 AI가 연간 약 3조5천억 달러(약 4,725조원)의 글로벌 경제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이 가운데 30~40%를 모델 구축, 데이터 세트 축적, 조직 설계, 클라우드 인프라 등 기업의 자본 투자로 환산하면, 연간 1조500억~1조4천억 달러(약 1,418조원~1,890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2024~2025년 동안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고성능 칩에 투입된 AI 인프라 투자 1천억~2천억 달러(약 135조원~270조원)도 포함된다. 이 자금은 생산 능력을 확장하고 장기적인 효용을 만들어내는 성격을 띠지만, 상당 부분이 비용으로 처리되고 있다.
그 결과 국민계정에 반영되는 투자 규모는 실제보다 축소되고, 국내총생산(GDP) 역시 구조적으로 과소 추정될 수밖에 없다. 통계상의 누락은 정책 당국이 경제의 체력과 성장 여력을 낮게 인식하게 만들며, 정책 판단의 출발점 자체를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 생성형 AI가 창출할 것으로 추정되는 연간 경제적 가치는 대규모이지만, 공식 통계에 포착되는 AI 인프라 투자는 그 일부에 그친다. 이 차이는 데이터, 모델, 조직 설계 등 무형자산이 투자 통계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행정의 전환 지점
측정의 왜곡은 교육과 행정 영역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다. 기존의 소프트웨어 활용 중심 교육이나 정보기술(IT) 훈련만으로는 AI가 조직 안에서 자산으로 작동하는 구조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데이터 관리, 프롬프트 설계, 결과 평가, AI를 전제로 한 업무 재설계 능력이 핵심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AI를 단순히 ‘쓰는 기술’이 아니라 생산 과정에 편입된 자본으로 다뤄야 한다는 신호다. 이에 따라 교육 현장은 AI를 개별 도구가 아닌 조직 자산으로 인식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행정 예산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실험실 접근권, 데이터 세트 구축, 재사용 가능한 교육 콘텐츠 개발에 투입되는 자금은 운영비가 아닌 장기 효용을 지닌 투자로 보는 시각이 요구된다. 이러한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교육과 산업 현장 간의 괴리가 구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측정 기준이 좌우하는 거버넌스
AI 자산을 정확히 측정하지 않으면 공공 투자 방향은 쉽게 빗나간다. 전력망 확충, 공공 데이터 세트 구축, 취약 계층을 위한 AI 교육 같은 기반 투자는 통계상 가시성이 낮아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다. 반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면서 정책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제는 그 성과가 특정 기업과 지역에 편중되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격차를 완화하려면 공유 데이터 구축, 대학과 중소기업을 위한 저비용 컴퓨팅 제공, 지역 전력·네트워크 개선을 포함한 공공-민간 투자 구조가 필요하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전제는 측정 기준의 정비다. 무엇을 자산으로 기록하느냐에 따라 공공 자원의 배분 방식과 거버넌스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측정 체계의 개편이 정책 논의를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주: AI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물리적 인프라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 지출은 정책 당국과 통계에 비교적 명확히 포착되는 반면, 장기 생산성을 좌우하는 AI 무형자산은 여전히 측정의 사각지대에 남아 있다.
AI 자산 인식이 정하는 정책 방향
공식 통계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정책 판단도 같은 방향으로 흔들린다. AI 관련 지출을 비용으로만 처리하는 한, 경제 규모와 성장 잠재력은 구조적으로 과소 평가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왜곡은 통계에 그치지 않는다. 인력 양성 전략과 교육 투자 우선순위, 인프라 확충 판단 전반으로 영향을 확산시킨다.
단기적으로는 AI 활용과 투입 수준을 포착할 수 있는 집약도 지표의 도입이 요구된다.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국민계정에 AI 무형자산을 명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 무엇을 자산으로 보고 어떤 지출을 투자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때, 정책 판단의 기준도 선명해진다. 측정이 바로 서야 정책의 방향도 함께 정렬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Invisible Value: Why AI intangible assets Make the Economy Look Smaller Than It I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