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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희토류 독립 vs 中 반도체 빗장, 4월 방중 앞두고 강대강 대치

美 희토류 독립 vs 中 반도체 빗장, 4월 방중 앞두고 강대강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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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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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美·中 정상회담, 기술과 식량의 교환
中 H200 통관 불허, 美 희토류 공급망 재편 
美·中 공급망 압박에 낀 韓 기업 이중고, 印은 '차이나 플러스 원' 수혜

오는 4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술과 식량을 매개로 한 빅딜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공급망 분절이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은 엔비디아 최신 칩 수입을 차단하며 화웨이 중심의 독자 생태계 구축에 나섰고, 미국은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앙아시아로 전선을 넓히며 맞불을 놨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은 양국의 제재 압박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된 반면, 인도는 공급망 재편의 반사이익을 누리며 글로벌 경제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부산 '무역 휴전' 종료 앞둔 美·中, 4월 정상회담서 기술·식량 빅딜 모색

23일 외교가에 따르면 오는 4월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미·중 양국 간 실무 협상 라인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정상회담 당시 양국은 △펜타닐 전구물질 관련 관세 인하 △중국의 일부 희토류 수출 통제 유예 △중국의 미국산 대두 구매 재개 등을 담은 휴전에 합의했으나, 유효기간 만료가 임박하며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앞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에서 부산 합의는 항구적 평화가 아닌 잠정 조치였음을 재확인하며, 4월 정상회담 전 추가 협상을 공식화했다. 다만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회동해 희토류 자석 공급과 대두 구매 합의 이행에 긍정적인 평가를 교환하는 등 파국을 막기 위한 상황 관리도 병행되고 있다.

4월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기술과 식량의 교환으로 압축된다. 중국은 경제 안정을 위해 엔비디아 '블랙웰(Blackwell)' 등 최신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수출 통제 해제와 관세 인하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미국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팜벨트(농업지대)의 표심을 얻기 위해 대두와 육류 등 농축산물 수입 확대를 요구하는 한편, 틱톡(TikTok) 매각과 펜타닐 단속 문제를 협상 레버리지로 삼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국가 안보를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일부 구형 모델에 대한 선택적 완화 방안을 제시해 중국과의 타협점을 모색하고, 그 대가로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빅딜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양국 간의 근본적인 장애물은 여전하다. 쉬톈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수석 경제학자는 이번 예비 회담은 분위기 조성을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대만 무기 판매 이슈와 안보 기술 유출 우려, 희토류 자원 무기화에 대한 불신 등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적 난제다. 특히 중국이 요구하는 최신 칩 규제 해제는 미국의 안보 전략과 정면으로 배치되며, 미국이 요구하는 틱톡 매각 역시 중국의 데이터 주권 문제와 직결된다. 이렇다 보니 오는 4월 베이징에서 만날 두 정상이 이러한 안보 딜레마를 넘어 실질적인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시 제한적인 휴전에 그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협상 테이블 밖 산업 현장에선 이미 반도체와 자원을 무기로 한 맞불 작전이 가시화하고 있다.

자체 칩 생태계 노리는 中 vs 희토류 탈중국화 서두르는 美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안보와 기술 패권을 둘러싼 치열한 수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엔비디아 'H200' 칩의 대중국 수출 규제를 일부 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은 보안 우려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통관을 불허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기술 패권의 주도권을 미국의 수출 통제가 아닌 자국의 수입 통제로 가져오겠다는 의도로, 배경에는 화웨이가 개발 중인 AI 칩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최근 출시된 '어센드(Ascend) 910C'는 추론 부문에서 엔비디아 H100 성능의 약 60%를 구현했으며, 후속작 910D는 H100과 대등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기술 격차와 생태계 장벽은 여전히 높다. 어센드 910C가 성과를 보인다 해도 엔비디아의 최신 주력 모델인 H200과 비교하면 격차는 확연하다. H200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탑재해 거대언어모델(LLM) 학습 효율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보다 더 큰 난관은 소프트웨어다. 전 세계 AI 개발자의 표준인 엔비디아 쿠다(CUDA) 플랫폼을 화웨이 자체 플랫폼 캔(CANN)으로 대체하기에는 호환성과 안정성 면에서 갈 길이 멀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더욱이 시장은 이미 정부의 통제를 피해 음성적 거래로 선회했다. 선전 화창베이 등지에서는 우회 수입된 H200 칩이 서버 1대 기준 정가 대비 50% 이상 비싼 230만 위안(약 4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규제가 낳은 프리미엄만 키우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칩 업체들은 미 상무부 제재로 대만 TSMC 등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이용이 불가능해 수율이 낮은 자국 SMIC 공정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해 있다.

이에 맞서 미국은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응해 중국 의존을 빠르게 줄이겠다는 희토류 공급망 재편 드라이브를 걸었다. 중국은 희토류 가공은 90% 이상, 희토류 자석은 최대 94% 수준을 장악하고 있으며,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중국이 희토류로 압박하려 하자 155% 관세를 부과해 10분 만에 협상 요청을 받아냈다는 일화를 언급하며 강력한 자급체제 구축을 천명했다. 미국은 환경 규제를 완화해 자국 기업 생산을 독려하는 한편, 핵심광물·희토류 공급망 프레임워크(MSP)를 통해 동맹국들의 동참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구체적인 자원 외교 행보도 가속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의 회담을 통해 우즈베키스탄 광물 공급망 강화에 4억 달러(약 5,800억원) 투자를 합의했으며, 미국과 호주의 합작 광산 기업인 코브 캐피털을 통해 카자흐스탄의 대규모 텅스텐 자원 개발에 나서는 등 공급망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미 지질조사국(USGS)은 2025년 '중요 광물 목록'을 60개로 확대하며 정부 차원의 관리 감독을 강화했다. 이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유사시 중국의 자원 무기화 전략을 무력화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반영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이 충격은 미·중만이 아니라 제3국 공급망으로 곧바로 번지고 있다.

주변국으로 확산된 美-中 통상 갈등, 한국과 인도의 엇갈린 명암

미·중 패권 경쟁의 파장이 주변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은 양측의 압박을 동시에 받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명분은 이들 기업이 미국의 중국 해사(海事)·물류·조선업에 대해 조사를 실시한 것에 협조·지원해 중국의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해쳤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개별 기업 제재가 아닌, 미국의 대중국 견제 노선에 동참하는 제3국 기업들에 대한 명확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했다. 이는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한국 기업들이 실질적인 보복의 타깃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미국발 통상 리스크 또한 한국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미국의 외국산 선박 입항 수수료 부과 조치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권에 들었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미국에 입항하는 자동차 운반선에 부과되는 수수료로 인해 연간 수백억원 규모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동맹국 기업에게도 예외 없는 청구서를 내밀고 있으며, 중국은 미국의 조치에 협력하는 행위를 적대시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은 양국의 무역 장벽 사이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반면 인도는 이러한 미·중 갈등의 최대 수혜국으로 부상하며 한국과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의 핵심 기지로 떠오른 인도는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이 생산거점을 확대하며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인도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7.3%로 상향 조정하며, 인도가 세계 경제 성장의 새로운 엔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역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에 반도체 및 방산 기술 이전을 약속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간재 공급망에 깊이 연동된 한국이 위기에 내몰린 사이, 거대 내수 시장과 지정학적 가치를 앞세운 인도는 반사이익을 극대화하며 글로벌 경제 지형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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