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엔 캐리] 日 국채 시장 ‘광란’이 부른 확장 재정의 그늘, ‘트러스 쇼크’ 경고음

[엔 캐리] 日 국채 시장 ‘광란’이 부른 확장 재정의 그늘, ‘트러스 쇼크’ 경고음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기자
Bio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수정

초저금리 시대 끝낸 日, 국가 부채 이자 부담 확대
초대형 부양책 내놓은 다카이치 내각에 시장 경고 
'재원 없는 감세'로 퇴진한 英 트러스 총리와 비교

일본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경계심이 커지는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확장적 재정 기조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린 상황에서 막대한 국가 부채와 재원 없는 감세·지출 확대가 맞물리며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충격 이후 일본 재정의 구조적 부담이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 속, 외신과 글로벌 투자자들은 ‘일본판 트러스 쇼크’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日 재무상 "시장 참여자들, 동요하지 말아달라"

21일(이하 현지시각)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10월 다카이치 내각이 출범한 이후 일본의 재정 정책은 일관되게 책임 있고 지속 가능했으며, 확장적 재정이 아니었음을 수치가 보여준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진정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최근 30년 동안 국채 발행 의존도가 낮고 세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주요 7개국(G7) 중 재정적자 규모가 가장 작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조기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확장적 재정 공약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9일 일본 30·40년물 국채 금리가 25bp(1bp=0.01%포인트) 이상 급등했는데, 이는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해 전 세계를 뒤흔든 '해방의 날' 이후 최대 변동 폭이다. 일본의 국채 시장 불안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까지 상승하자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일본 국채 금리 폭등이 미국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일본 측 카운터파트와 연락을 취했고, 그들은 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 되는 발언을 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실제로 가타야마 재무상의 발언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 관계자들의 언급만으로는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스미토모 미쓰이 트러스트 자산운용의 이나도메 가쓰토시 수석 전략가는 “선물시장이 강세를 보인 만큼 다음날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지만, 정부가 확장적 재정 정책에서 방향을 바꾸지 않는 한 시장이 완전히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가타야마 재무상의 발언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겠지만, 재원 대책이 없는 소비세 감세안의 수정이나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말뿐인 개입으로는 시장을 진정시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이자 부담이 향후 정책 지출에 변수될 것

현재 일본의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40%를 넘나드는 1,130조 엔(약 1경740조원)이 이른다. 한국의 국가 부채(약 1,200조원)와 비교하면 9배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경제 규모를 감안하더라도 선진국 가운데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지난 20여 년간 초저금리 환경에 힘입어 적자 재정으로 공공 지출을 늘려왔다. 금리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던 시기에는 차입 비용이 적다 보니 마음껏 채권을 발행해 씀씀이를 키워온 것이다. 이러한 정책 기조를 상징하는 사례가 바로 '아베노믹스'다. 이는 2012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집권 2기에서 본격화된 경기 부양책으로, 인프라 투자 확대를 중심으로 한 유연한 재정정책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그 여파는 즉각적으로 시장에 나타났다. 지난해 8월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시에 청산 움직임을 보이며 뉴욕 증시는 물론 아시아 증시 전체에 충격을 가했다. 기준금리가 0%에서 0.25%로 인상되고 엔화 가치가 오르자, 환차손 위험을 체감한 해외 투자자들이 대출 상환과 포지션 정리에 나선 것이다.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으로 불리는 일본 개인 투자자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시장에서는 작은 정책 변화에도 추가 발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를 더 이상 유효하거나 안정적인 전략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이슈의 폭발성에 가려졌지만, 이 시점을 전후로 일본 재정에는 금리 인상에 따른 구조적인 부담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국가 부채 원금에 붙는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지옥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일본 정부는 0.8~1.4%의 금리 수준에서 한 해 70조원 안팎의 예산을 국채 이자 지급에 사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재무성은 2025 회계연도 기준 적용 금리를 2%로 상향했고, 그 결과 이자 지급액이 100조원으로 급등했다.

문제는 이러한 부담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재무성은 금리 상승 여파로 향후 수년간 부채 이자 지급액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1월 공개된 추계를 보면 2028회계연도에 정부가 부담해야 할 연간 이자 지급액은 153조원으로, 2025회계연도 대비 53조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적용 이자율을 2%에서 2.5%로 상향해 산출한 결과다. 금리 수준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오르거나 고금리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이자 비용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며 다른 정책 지출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재정 리스크가 글로벌 시장, 특히 미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헤지펀드 운용사 시타델의 창업자인 켄 그리핀은 "일본 국채 가치 급락은 미국에 대한 명확한 경고”라며 “미 의회에 재정 재건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여전히 막대한 부를 보유하고 있어 당분간 적자 재정을 감당할 수 있겠지만 재정 정비를 미룰수록 향후 더 가혹한 개혁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의 재정 여건 역시 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해 5월, 재정적자 확대와 정부 부채 증가, 이자 부담 누적 등을 이유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블룸버그 "다카이치 부양책, 시장 변동성 키워"

일본의 국가 부채 부담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크다는 점에서, 외신들도 다카이치 총리의 확장적 재정 정책에 경고의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21일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일본 국채 금리 급등 사태를 '광란' 상태라고 묘사하며, 다카이치 총리를 재원 없는 감세 정책으로 시장 혼란을 초래한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와 비교했다. 이 매체는 다카이치 총리가 선거를 앞두고 식품 소비세를 2년간 면제하는 감세 방침을 내놓은 점을 지적하며 “재정 건전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 자산운용사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일본 채권 시장의 급격한 변동은 시장이 ‘일본판 트러스 쇼크’를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다카이치 총리의 적극적 재정 기조를 아베노믹스의 후속으로 평가하며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엔화 가치가 159엔대까지 약세를 보이고, 국채 금리가 2.275%를 돌파한 점을 들어, "인프라·반도체·방산 투자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재정 확대와 소비세 유예 조치를 비롯한 감세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증시 랠리를 뒷받침할 수 있지만, 금리와 환율 측면에서 새로운 불안 요인을 키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저금리·양적완화 환경에서 추진됐던 아베노믹스와 달리, 다카이치의 재정 확대는 금리 인상기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일본 내부에서도 다카이치 총리의 2026년 예산안을 둘러싼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적극 재정을 내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재원 대책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가 부채만 더욱 불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재정 건전성을 통해 미래 세대에 책임을 지려는 관점이 부족하다”고 비판했고, 아사히신문은 “자민당 내부에서도 총리의 정책 기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과 교도통신 역시 “금융시장 혼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엔화 약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시장 금리가 오르는 현상 역시 다카이치 총리의 확장적 재정 기조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기자
Bio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