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태양광 기업들 지난해 일제히 적자, 보조금 폐지·무역 장벽에 올해도 '사면초가'
中 태양광 기업들 지난해 일제히 적자, 보조금 폐지·무역 장벽에 올해도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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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술 장벽 산업의 과잉 공급 누적 은(銀) 가격 상승 등 원가 압박 가중 글로벌 장벽 강화 속 구조조정 불가피

중국의 태양광 패널 산업이 국가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악의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기술 장벽이 낮은 상황에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온 방만한 증설이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형국이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의 견제 강화와 중국 정부의 수출 보조금 폐지까지 맞물리면서, 업계 전반의 혹독한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 주요 태양광 기업 적자, 6조원 상회
22일 중국 관영 매체 증권시보에 따르면, 최근 중국 태양광업계의 다수 선두 기업들은 잇따라 2025년 실적 악화를 예고했다. 퉁웨이(通威股份), 룽지그린에너지(隆基綠能), 아이쉬(愛旭股份) 등 태양광 분야 9개 주요 기업이 발표한 실적 전망을 보면, 이들 기업의 합산 적자 규모는 최대 300억 위안(약 6조3,4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퉁웨이는 세계 최대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며, 룽지그린에너지는 세계 선두 웨이퍼·모듈 기업, 아이쉬는 태양전지 셀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규모와 기술력을 갖췄다.
퉁웨이는 지난해 연간 순손실이 90억~100억 위안(약 1조9,000억~2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실적을 공개한 기업 가운데 적자 규모가 가장 크다. 회사 측은 2025년 하반기 태양광 신규 설치 수요가 뚜렷하게 둔화됐고, 산업 전반의 가동률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은 등 핵심 원자재 가격 상승과 제품 가격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고 덧붙였다.
룽지그린에너지는 2025년 순손실이 60억~65억 위안(약 1조2,700억~1조3,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4분기 들어 은 페이스트와 실리콘 원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산 비용이 크게 상승했고, 제품 가격이 장기간 저조한 상황에서 경영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설명이다. 아이쉬는 2025년 순손실을 12억~19억 위안(약 2,500억~4,000억원)으로 예상했다. ABC 고효율 모듈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배 이상 증가했지만, 제품 가격이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고 진단이다.
이들 3곳 외에도 이달 들어 징아오테크(晶澳科技), TCL중환(中環), 트리나솔라(天合光能), 징커에너지(晶科能源), 쥔다(鈞達股份), 다취안에너지(大全能源) 등 6개 태양광 선도 기업이 2025년 실적 적자를 예고했다. TCL중환의 2025년 예상 손실 규모는 82억~96억 위안(약 1조7,300억~2조원)으로, 퉁웨이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징아오테크는 45억~48억 위안(약 9,500억~1조원)의 순손실이 예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리나솔라와 징커에너지 등 일부 기업은 구체적인 손실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2025년 순이익이 적자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공급 과잉·원가 상승 이중 압박
중국 태양광 산업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급성장을 거듭해 왔다. 중국 내 풍부한 원료, 값싼 전기료 등이 기반이 됐다. 여기에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워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 증설을 독려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1년부터 2022년까지 태양광 발전 용량 증가에 500억 달러(약 73조5,000억원)를 쏟아부은 것으로 집계했다. 정부 지원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태양광 산업은 내수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을 휩쓸었다. 2024년 기준 중국 태양광 산업의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80%를 넘는다.
그러나 이런 정부 주도의 태양광 산업 발전은 지난해부터 부작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라는 늪에 빠져든 것이다. 태양전지는 기술 장벽이 높지 않고 생산설비를 갖추기가 쉬운 데다 정부 보조금으로 쉽게 이윤을 확보할 수 있다 보니 생산설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중국 정부는 최근 국내 산업을 좀먹는 과도한 가격 경쟁, 즉 인볼루션(Involution, 내권화)을 근절하기 위해 캠페인을 벌여왔으나 태양광 부문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태양광 셀 제조 소재인 은(銀)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산 비용 압박까지 더해졌다. 은은 태양광 모듈 제조에서 대체가 어려운 핵심 소재로, 원가의 약 10~15%를 차지한다. 이미 공급 과잉으로 마진이 낮은 상황에서 은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태양광 산업은 사실상 ‘밑지고 파는 장사’가 된 셈이다. 한 통합형 모듈 제조업체 관계자는 “폴리 실리콘과 은 등 주요 보조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모듈 제조 원가가 크게 높아졌다”며 “적자를 감수하고 생산을 유지하는 기업이 늘어나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더욱 압박받고 있다”고 말했다.
방파제 쌓는 美·EU, 中 정부 보조금도 폐지
중국 업체들은 그동안 남아도는 태양전지 제품을 수출하는 것으로 공급 과잉을 해소해 왔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이 자국의 재생에너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제도적인 방파제를 잇따라 세우고 있어서다. 국회입법조사처와 한국수출입은행 보고서 등에 따르면, EU는 ‘유럽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불리는 탄소중립산업법을 제정해 중국의 태양광 시장 진출 견제에 나서고 있다. 태양광과 육상 풍력, 원전 기술 등에서 2030년까지 EU 역내 기술로 만든 제품의 점유율을 40%까지 올리기 위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게 주된 골자다.
프랑스·포르투갈 등 개별 유럽 회원국도 지원책을 내놨다. 지난 2024년 EU는 프랑스 내에서 태양광 모듈과 배터리, 풍력 터빈 등을 생산하는 기업에 총 29억 유로(약 4조9,800억원)를 지원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포르투갈 정부는 태양광 모듈과 풍력 터빈, 탄소 포집·저장(CCS) 사업을 하는 회사에 3억8,000만 달러(약 5,59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중국산 태양광 부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4년 말부터 중국산 태양광 웨이퍼와 폴리실리콘에 50% 관세를 매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태양광 제품에 대한 수출 보조금도 폐지된다. 지난 9일 중국 재정부와 국가세무총국은 수출 환급세 조정안을 발표하면서 태양광 패널 제품을 비롯한 249개 품목의 수출세 환급(보조금)을 오는 4월 1일부터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수출세 환급이란 기업이 수출 상품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낸 부가가치세 등의 세금을 정부가 환급해 주는 것을 말한다. 정부가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쥐어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태양광 제품은 2024년 말까지 13%의 수출 보조금을 받아 오다가 지난해 처음 9%로 인하됐다.
그간 중국 정부의 수출 보조금은 불공정 경쟁을 통한 막대한 무역흑자의 배경으로 거론되며 미국, 유럽 등의 비판을 받아 왔다. 중국 내에서도 보조금 정책이 수출 기업의 퇴행적 경쟁을 부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수출 실적이 지방정부의 성과지표로 간주하면서 기업과 지방정부는 최대한 많이 생산하고 이는 시장의 저가 경쟁과 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해가 중국 태양광 산업의 생존 여부를 가르는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중국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은 전 세계 수요의 2배를 넘어서는 1,800기가와트(GW) 수준이다. 이번 환급세 폐지에 따라 보조금 없이 버티지 못하는 태양광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산업 재편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