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투기 수요와 中 자본 쏠림, 도쿄 부동산 과열 지속
日 투기 수요와 中 자본 쏠림, 도쿄 부동산 과열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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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내국인 단기 매매와 中 자본 유입이 만든 기형적 버블 도심 주거 환경 침해 및 지방 관광지의 중국화 논란 심화 중국 경제 불안에 따른 자산 엑소더스, 일본 이주 가속

도쿄가 부유층의 식민지로 전락했다는 일본 유명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의 경고가 현실화하고 있다. 일본 내국인은 시세 차익을 노린 단기 매매에 집중하고, 중국 자본은 자산 방어를 위해 막대한 현금을 투입하는 복합적 투기 수요가 시장의 왜곡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이로 인해 도심과 지방 곳곳에서 주거 환경 침해 등 원주민과의 갈등이 빚어지는 한편, 중국의 경제 불안과 맞물린 자산 엑소더스는 일본의 인구 지형마저 재편하고 있다.
"도쿄는 부유층의 식민지" 비판, 내국인 투기와 中 자본 유입에 시장 왜곡 심화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24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야마모토는 최근 일본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강연에서 도쿄를 부유층, 더 정확히는 신자유주의자들이 만든 식민지와 같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소규모 상점과 저렴한 주거지가 공존하던 과거의 인간적인 도시가 최근 무분별한 초고가 개발로 본색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실제 부동산 데이터 업체 도쿄 칸테이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수도권 타워 맨션 812채 중 4분의 1이 최근 10년 새 들어섰으며, 2026년까지 180만㎡ 규모의 대형 오피스 공급도 예정돼 있다. 야마모토는 이러한 흐름이 도시의 다양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일반 시민은 접근하기 어려운 배타적 공간만을 양산한다고 꼬집었다.
그의 우려대로 도쿄의 초고층 빌딩 숲은 실거주 공간이 아닌 단순 투자 자산으로 변질되고 있다. 도쿄 23구 신축 맨션 평균 가격은 지난해 10월 기준 1억5,313만 엔(약 14억원)으로 전년 대비 18.3% 급등했으나, 지요다구와 미나토구 등 도심의 공실률은 10%를 웃도는 등 시장은 실수요와 철저히 괴리된 채 과열되고 있다. 이러한 버블 형성은 내국인과 외국인 투기 세력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장을 자극하며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우선 내국인은 시장의 변동성을 이용한 단기 시세 차익에 집중하고 있다. 국토교통성 조사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도쿄 신축 콘도미니엄의 8.5%(도심 6개 구 12.2%)가 1년 내에 재매각됐는데, 이들 물량의 98%는 일본 거주자의 거래였다. 이들은 아파트를 주거 공간이 아닌 주식과 같은 단기 투자 상품으로 취급하며 매매 회전율을 높이고 호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가네코 야스시 국토교통상은 투기적 거래는 국적을 불문하고 바람직하지 않다며 규제 강화를 예고했고, 업계 역시 인도 전 재판매 금지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반면 중국계 자본은 막대한 현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매물을 잠그며 가격 하한선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기록적인 엔저 현상 속에서 일본 부동산이 안전 자산으로 인식되면서, 중국 자본은 단기 매매보다는 자산 은닉이나 장기 보유 목적으로 5억 엔(약 46억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현금으로 여러 채 매입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특히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위안화를 아프리카 무역 네트워크를 거쳐 세탁한 뒤 일본에서 엔화로 수령하는 '미러 트랜스퍼 방식'의 지하 금융망까지 동원되고 있다. 결국 내국인의 단기 투기와 중국 자본의 현금 살포가 결합해 거품을 키우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상점가와 병원 등이 수요를 잃는 등 도심 공동화가 가속될 위기에 처해 있다.
시장 질서 흔드는 中 자본 유입, 日 거주민 갈등과 반감 심화
이러한 거시 경제 지표의 왜곡은 일본 내 거주민들의 실생활 깊숙이 파고들며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 선수촌을 재건축한 5,600세대 규모의 대단지 맨션 ‘하루미 플래그’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30여 년간 이어진 장기 침체로 인해 “집은 구매하는 순간부터 가치가 하락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일본 시장에서, 이 단지는 분양가 대비 시세가 급등하며 고정관념을 깨뜨린 상징적 공간이 됐다. 하지만 가격 상승의 이면에는 중국 자본의 유입이 자리하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해당 단지 분양 물량의 15~20%가 중국 국적자에게 매입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매매 가격이 2배 가까이 뛰면서 실수요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졌다.
갈등은 주거 환경 침해로도 번지고 있다. 단지 주변에서는 불법 택시 영업이나 미허가 숙박 공유업 등 용도 외 사용이 빈번해지며 정온한 주거 환경을 훼손한다는 민원이 잇따랐고, 실제로 지난해 2월 불법 택시 의심 차량에 3세 아동이 치이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입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임대차 시장에서도 자본력을 앞세운 해외 집주인과 일본인 세입자 간의 마찰이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중국인 투자자가 건물을 매입한 뒤 기존 일본인 세입자에게 월세를 3배로 올려주지 않으면 나가라고 통보하는 등 퇴거 압박을 가하는 사례가 보도되며 논란이 됐다. 도쿄 이타바시구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는 중국인 법인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후, 거주민 동의 없이 현관에 불법 민박용 키 박스가 설치되거나 엘리베이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주거권 침해 사례가 잇따랐다. 이에 거주민들은 주변에 일본인은 아무도 남지 않을 것 같다며 주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자본 유입 현상은 도쿄 등 도심에 그치지 않고 지방 관광지로까지 확산하며 갈등의 양상을 넓히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인 야마나시현의 이사와 온천마을은 전체 숙박시설의 약 30%가 중국계 자본에 흡수되며 사실상 중국인 전용 관광지로 변모했다. 현지 여관협동조합장은 사람의 발길이 끊겨 도시가 황폐해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차이나타운이 되더라도 불이 꺼지지 않는 편이 낫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실제로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일본 주요 안보 지역 인근의 토지나 건물을 매입한 외국인 중 55%가 중국인으로 집계됐으며, 내년이면 일본 거주 중국인 수가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투자 차원을 벗어나 생활 질서와 안보, 문화 정체성 등 일본 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으로, 현지에서는 이에 대한 규제와 대응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中 자산 엑소더스와 '룬' 열풍, 엔저 일본이 해방구로
부동산 시장에서의 갈등은 단순한 자본의 이동을 넘어, 사람의 이동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인구 지형 변화의 전조로 읽힌다. 지금 일본에서는 중국 본토에서 삶의 터전을 옮겨온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는 중국을 떠나 더 나은 삶을 찾는다는 의미의 은어인 룬(潤·영어 런Run에서 유래한 현실 도피 경향) 열풍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이주는 최근 들어 IT 엔지니어, 연구자 등 전문직 중산층으로까지 확산했다. 일본 정부는 이민 목적의 비자 악용을 막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경영 비자 발급 기준 자본금을 3,000만 엔(약 2억원)으로 상향하고 직원 고용 요건을 강화하는 등 문턱을 높였으나, 이주 수요는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가족 단위 이주가 늘면서 교육과 생활 환경은 자본 유입의 중요한 통로가 되고 있다. 일례로 도쿄 분쿄구는 명문 공립 초등학교가 밀집해 있어 중국 학부모들 사이에서 소위 교육 1번지로 통한다. 이 지역의 중국인 인구는 2019년 대비 2024년 약 1.5배 증가했으며,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분쿄구의 특정 명문 초등학교 4곳을 지칭하는 '3S1K'라는 용어까지 등장해 학군 따라 이주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 전통적인 이민 선호 국가 대신, 일본이 급부상한 이유는 지리적 인접성과 한자 문화권이라는 친숙함, 그리고 무엇보다 엔저 효과로 인한 경제적 이점 때문이다. 도쿄만이 내려다보이는 인기 거주지인 고토구 도요스 지역의 고층 아파트는 ㎡당 120만 엔(약 1,112만원)으로, 서울이나 베이징의 주요 지역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이주 열풍의 기저에는 중국 본토 부동산 시장의 붕괴와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자산 엑소더스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 고액 자산가들은 수익률 저하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자국 부동산 비중을 축소하고, 이를 금이나 일본 부동산으로 대체하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추세다. 특히 중국 정부가 공동부유 기조를 앞세워 부유층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자, 자산을 해외로 분산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됐다. 제도적 차이 또한 결정적인 투자 유인이다. 국가가 토지를 소유해 개인에게 최장 70년의 사용권만 인정하는 중국과 달리, 일본은 토지와 건물의 영구적 소유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는 자산의 안정적인 이전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일본에서 호텔을 운영 중인 한 중국인 투자자는 중국에서는 불가능한 토지 소유가 일본에서는 가능하며,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어 장기 투자에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일본 시장의 제도적 안정성 또한 자본 유입을 가속하는 핵심 요인이다. 일본 부동산 시장은 외국인에게도 담보대출비율(LTV)을 50%까지 인정하고 금리 또한 1%대 초반으로 낮아 진입 장벽이 낮다. 또한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가 없고 정책 변동성이 낮아 예측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중국에는 상속세가 없어 부의 축적이 용이한 반면 일본은 세율이 높지만, 이미 축적된 자산을 안정적인 소유권으로 전환하려는 중국인들에게는 일본의 세금 제도보다 자산 안전성이 우선순위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상반기 외국인의 일본 부동산 투자액은 사상 최고치인 1조1,400억 엔(약 10조5,730억원)을 기록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일본은 부동산을 정책보다는 민간 시장 논리에 맡기기 때문에 예측이 용이하고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