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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자격증’의 몰락, 부동산 거래 위축에 공인중개사 개업도 멈췄다

‘국민 자격증’의 몰락, 부동산 거래 위축에 공인중개사 개업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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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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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 취득 이후 개업 포기 사례 증가
중개업 위기 시간표 2022년이 시작
시장 변동성 확대에 관련 업계 부담↑

지난해 전국에서 새로 문을 연 공인중개사 수가 2000년대 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부동산 시장 침체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신규 개업보다 폐업과 휴업이 더 많은 흐름이 장기간 이어지는 가운데, 자격증 보유자 대비 실제 개업 비율도 크게 낮아졌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 여파가 중개업 진입 의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여기에 2022년 이후 거래 위축이 누적된 과정과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시장 구도 역시 중개업 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형국이다. 

전체 공인중개사 중 5분의 1만 개업

22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새로 문을 연 공인중개사는 9,150명으로 집계되며 1998년(7,567명) 이후 2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반면 폐업한 공인중개사는 1만1,297명을 기록했고, 3개월을 초과하는 휴업을 신고한 공인중개사도 1,198명이었다. 이로써 폐·휴업 공인중개사가 신규 개업 공인중개사 수를 웃도는 현상은 2023년 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년 11개월 연속 이어졌다. 

지난해 12월로 범위를 좁혀 보면, 개업 후 영업을 유지 중인 공인중개사는 10만9,320명으로 같은 해 1월(11만1,794명)과 비교해 2,474명 감소했다. 전국에서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 숫자가 11만 명을 하회한 것은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이 시기 국내에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보유한 이가 55만1,879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5명 가운데 4명은 자격을 보유하고도 사무소 개설을 포기한 셈이다. 법인이나 타인의 사무소에 등록하고 소속 공인중개사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규모 업체가 주를 이루는 중개업 특성상 이는 극소수에 그치는 실정이다. 

업계는 부동산 시장 악화가 중개 업황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특히 지난해에는 수도권에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6·27대책, 서울 25개 구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10·15대책으로 대출 한도와 거래량이 크게 위축되며 중개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9·7대책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 촉진과 공급 확대 등을 다루긴 했지만, 시장에 물량이 풀리기까진 긴 시간이 소요돼 당장 업황을 되살리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은 “공인중개사 신규 개업이 적다는 것은 거래 시장 전망이 비관적이라는 의미”라며 “부동산 가격 안정화나 하락세도 일단 일정 수준의 거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짚었다. 이어 김 회장은 “정부가 주택의 가격 상승을 막는 데만 모든 역량을 동원하다 보니 실수요자들과 공인중개사 같은 업계 종사자의 피해는 뒷전으로 밀려있다”며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영업 환경 악화일로

부동산 중개 업황 악화는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한 2022년부터 시작됐다. 2022년 전국 공인중개사 개업은 1만4,757건으로 2013년 1만5,816건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직접적 원인은 단연 거래절벽이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당시 연간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만5,384건으로 전년(4만9,751건)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을 보였다. 전국으로 관찰 범위를 넓혀도 1~11월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8만359건으로 전년 동기(63만8,698건) 대비 56.10% 급감했다. 

이 시기 정점을 찍은 전세 사기도 공인중개사들의 영업 활동을 위축시켰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2022년 7월부터 14개월간 검거한 전세 사기 관련 사범은 1,765건·5,568명에 달했고, 이 가운데 481명이 구속됐다. 정부는 더 큰 피해 예방을 위해 공인중개사들의 행정 책임을 강화하고 나섰다.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와 해당 물건의 선순위 세입자 존재 여부, 임차인 보호제도 및 정보열람 권한을 설명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도록 했다. 

전세 사기 여파는 월세 증가로 이어지면서 중개사들의 생계를 위협했다. 현재 공인중개사들의 법정 수수료율은 주거용 부동산 임대차 기준 0.3~0.8%로 책정돼 있다. 전세는 보증금액에 이를 그대로 곱하면 되지만, 월세는 계산법이 조금 복잡하다. 월셋값에 100을 곱하고 그 금액에 보증금을 더한 것을 기준으로 한다. 통상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시장에서는 보증금 1억원당 월세 30만~40만원을 적용한다. 1억원의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최소 30만원을 수수료로 부과할 수 있다. 반면 이를 전부 월세로 바꿀 때 보증금으로 인정되는 금액은 월세 30만원에 100을 곱한 3,000만원에 불과하다. 그 결과 중개사가 요구할 수 있는 수수료도 9만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업계 일각에선 자격증 과잉 배출 구조를 문제 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과거 고용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자격증이 대량 배출되면서 공급 과잉 구조가 굳어졌다”며 “공인중개사 자격 취득자가 50만 명을 넘어서는 가운데 실제 개업률은 2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그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공인중개사 시험 2차 기준 합격자는 2021년 2만6,913명에서 2022년 2만7,916명으로 소폭 늘었고, 폐업이 본격화한 직후인 2023년(1만5,157명), 2024년(1만4,850명) 급감했다가 지난해 1만8,901명으로 다시 반등했다.

일본식 ‘버블 붕괴’ 우려도

문제는 이러한 환경이 단기간 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 자산 시장이 과도한 쏠림 현상으로 전형적인 ‘버블 붕괴 직전’의 형태를 띠는 탓이다. 한국은행의 집계에서 지난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00.7%로 2018년(177.2%)과 비교해 크게 뛰었다. 이는 일본의 민간신용 비율이 1985년 162%에서 1990년 버블 붕괴 직전 208%로 급등했던 흐름과 유사한 궤적이다. 민간부채에서 가계부채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45%를 기록하며 버블 붕괴 직전 일본의 32%를 웃돌았다. 

대출 구성에서도 유사성이 확인된다. 지난해 말 국내 기업 대출 가운데 건설·부동산업 비중은 28.8%로 10년 전 20.5%에서 대폭 확대됐다. 같은 기간 제조업 대출 비중은 34.6%에서 24.9%로 낮아졌다. 이처럼 자금이 생산성 높은 부문보다 부동산으로 집중될수록 거래 구조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일본처럼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언급한 배경 역시 이 같은 쏠림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에 가깝다. 제한된 자산에 유동성이 몰릴 경우, 가격 왜곡은 심화하고 거래량은 오히려 증발한다는 우려다. 

소비자 심리 역시 이 같은 시장 왜곡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본 버블 당시 “토지 불패 신화”라는 구호가 확산했던 것처럼 국내에서도 “부동산 불패”에 대한 기대가 불러올 파급력은 작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정부가 6·27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급락했던 주택가격전망지수가 8월과 9월 두 달 연속 상승했다는 점을 근거로 반등을 기대하는 낙관론 또한 제기되지만, 지수 회복이 곧바로 거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점이 문제다. 강남과 같은 극히 일부 지역에 집중된 가격 급등과 다수 지역 침체가 병존하는 구간에서는 기반 산업 전반이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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