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만㎡ 태릉CC 개발 카드 꺼낸 정부, 서울 주택 공급 부족에 정면 대응
83만㎡ 태릉CC 개발 카드 꺼낸 정부, 서울 주택 공급 부족에 정면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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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내 사실상 마지막 대규모 국유지
장기간 표류에 정책 신뢰도 저하 전례
정부 등 협의 지연 시 공급 공백 불가피

정부가 서울 내 유휴 국유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준비하면서 태릉컨트리클럽(CC) 부지를 포함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최대 1만 가구가 들어설 수 있는 ‘미니 신도시’급의 해당 부지는 그 규모 등에서 정부 공급 정책의 상징적 카드로 평가된다. 다만 과거 논의 과정에서 반복된 주민 반발과 절차 지연의 전례, 그리고 국토부와 서울시 간 협의 속도에 따라 실제 사업 추진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지목된다.
‘도심 총력 공급’ 패키지 성격
21일 관계 부처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 내 유일한 정규 코스를 갖춘 골프장인 태릉CC 부지를 유휴 국유지 복합개발 대상에 포함하기로 최근 가닥을 잡았다. 83만㎡ 규모의 해당 부지에 공급되는 아파트 물량은 최대 6,000가구 수준으로 알려졌다. 건설 가능한 물량은 1만 가구에 달하지만, 녹지공원 등 주거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해 주택 공급 물량을 조정했다는 전언이다. 관련 공급대책은 이르면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이다.
태릉CC 개발 구상은 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을 위해 유휴 국유지와 공공 부지를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는 이번 공급대책에서 태릉CC를 포함해 용산캠프, 노후 공공청사, 고층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묶은 ‘도심 총력 공급’ 패키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기대 이상 부동산 공급대책이 곧 나올 것”이라며 전례 없는 대규모 택지가 포함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수도권 전체로는 약 26만 가구 공급 구상이 유력한 상황이다.
아울러 정부는 태릉CC 외에도 도심 내 노후 공공청사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 중이다. 관악구 신림동 관악세무서, 성동구 성수동 경찰기마대 부지, 양천구 목동 출입국관리사무소 부지 등이 대표적이다. 관악세무서는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청사로, 기존 세무 기능은 유지하면서 상부 공간을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성수동 경찰기마대 부지에는 청년주택 약 400가구, 목동 출입국관리사무소 부지에는 약 300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이 예상된다.
군 시설 이전, 녹지 훼손, 교통·교육 인프라 부담
태릉CC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은 2020년대 초반 처음으로 제기됐다. 해당 구상은 문재인 정부가 2020년 8월 발표한 이른바 ‘8·4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공식화되며 본격적인 정책 테이블에 올랐다. 당시 정부는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에 1만 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이를 ‘서울 태릉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해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울 도심 내 대규모 신규 택지가 사실상 고갈된 상황에서 군 골프장이라는 특수한 성격의 부지를 활용해 공급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즉각 반대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태릉·강릉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릉이라는 점, 장기간 녹지로 유지돼 온 공간을 주거지로 전환하는 데 따른 환경 훼손 우려, 이미 혼잡한 노원 일대 교통 여건 등이 반대 명분으로 동시에 제기됐다. 지역 주민 사이에서도 반대 여론이 우세했고, 당시 야당이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물론,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공개적인 반대 의견이 나왔다. 정책 추진 초기부터 정치권과 지역 사회 전반에 걸쳐 합의 기반이 취약했던 셈이다.
정부는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취했다. 이듬해 8월, 국토부는 태릉 공공주택지구의 주택 공급 규모를 당초 1만 가구에서 6,800가구로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녹지 확보와 저밀 개발, 교통 문제 등을 고려해 불가피한 조정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대신 정부는 수락산역 역세권 도심복합사업과 노원구 내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약 3,100가구의 대체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보완책을 함께 제시했다. 하지만 공급 축소에도 불구하고 주민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사업 추진 속도 역시 눈에 띄게 늦어졌다.
사업 지연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계획상으로는 2022년 상반기 중 지구 지정이 이뤄져야 했지만, 지방선거 일정과 맞물리며 주민 설명회와 공청회가 잇따라 연기됐다. 뒤늦게 열린 공청회에서도 반대 측의 강한 성토가 이어지며 정상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못했다. 주요 의제였던 교통 대책에 대한 설명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부랴부랴 추가 공청회를 기약하는 촌극마저 연출됐다. 같은 해 7월 개원한 11대 서울시의회에는 ‘노원구 공릉동 서울 태릉골프장 일대 공공주택지구 지정 반대에 관한 청원’이 1호 안건으로 접수됐고, 해당 청원에는 공릉동 주민 약 3,000명이 서명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정책 환경도 달라졌다. 초기에는 주택 공급 부족과 집값 상승이 정책 추진의 명분이었지만,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굳이 태릉CC를 수천 가구 규모의 주거지로 개발해야 하느냐’는 회의론에도 무게가 실렸다. 특히 윤석열 정부 접어들어서는 원희룡 당시 국토부 장관이 “주민 호응도가 떨어지는 사업은 덜어낼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사업은 사실상 멈춰 서게 됐다. 이 때문에 태릉CC를 둘러싼 과거의 경험은 지역 수용성·행정 절차·정치적 합의라는 복합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정부 정책이 얼마나 쉽게 멈춰 설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주요 사례로 언급된다.

반복된 공회전에 공급 시점 연기 우려
같은 맥락에서 시장은 정부와 서울시의 협력 속도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태릉CC를 포함한 도심 주택 공급 구상은 단일 부지 개발 문제가 넘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인허가·도시계획·규제 조정 전반을 얼마나 빠르게 맞춰 나가느냐에 따라 실제 공급 시점이 크게 달라지는 구조다. 특히 서울 도심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개발은 국토부의 주택 공급 정책 기조와 서울시의 도시계획 권한이 동시에 작동하는 영역인 까닭에 양측 협력이 지연될 경우 계획은 쉽게 공회전에 빠질 수 있다는 게 시장 전반의 인식이다.
실제 사례에서도 국토부와 서울시는 잦은 이견을 보여 왔다. 서울 내 주택 공급 확대 수단으로 제시된 ‘용적이양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서울시는 제도 도입을 위해 조례 제정을 추진하며 제도의 개념과 절차, 관리 방안을 담은 운영안을 공개했다. 국토부는 용적이양제가 기존 국토계획 체계와 맞지 않고, 고밀 개발이 가능한 지역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수혜 지역 집값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하며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후로도 서울시와 국토부의 신경전은 계속됐고, 지난해 8월을 마지막으로 협의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제도는 도입 단계조차 넘어서지 못했다.
이처럼 중앙과 지방 간 조율이 길어질수록 시장이 체감하는 공급 효과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도심 주택 공급은 발표 시점보다 인허가에서 지구 지정, 착공까지 이어지는 시간표가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협의가 지연될 경우 착공 시점이 늦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태릉CC처럼 군 부지 이전과 문화재 인접 지역 관리, 교통 대책 수립 등 복합 절차가 필요한 사업은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동시에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어렵다. 시장에서 “정책 발표가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실제 입주 물량은 늘지 않는다”는 인식이 쌓일수록 가격 안정 또한 멀어질 수밖에 없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둘러싼 혼선 역시 협력 속도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사례다. 지난해 말 서울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시점을 두고 국토부와 서울시가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국토부는 “논의한 바 없다”며 공식 해명에 나섰다. 이처럼 엇갈린 메시지는 향후 정책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시장 불확실성을 키운다. 협력 속도가 곧 공급 속도로 이어지는 도심 개발의 특성상 양측의 조율 능력은 이번 태릉CC 개발의 성패를 넘어 향후 서울 주택 공급 정책 전반의 신뢰도를 좌우할 변수가 될 것이란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