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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바이오] 패스트 팔로워에서 핵심 허브로, 미국 턱밑 추격

[중국 바이오] 패스트 팔로워에서 핵심 허브로, 미국 턱밑 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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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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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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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약 임상 및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 급증
혁신 기술로 글로벌 바이오 시장 선점 가속
중국 바이오 기술 수출 잇달아, 미 기업과도 빅딜

중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신약 개발의 전초 기지이자 핵심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낡은 허울을 벗어던지고 글로벌 바이오 혁신의 발신지로 거듭나며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기술 자립화를 향한 중국 정부의 집요한 행보가 글로벌 공급망의 최상단에서 미국의 독점적 지위를 해체하는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세계 최대 수준으로 진입한 임상 시험 인프라

21일 글로벌 제약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와 세계 최대 수준의 임상시험 생태계를 바탕으로 신약 혁신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은 지난 2011년 12차 5개년 계획을 기점으로 바이오·의약 분야를 국가 전략 산업 축으로 격상하고 지속해서 육성해 왔다. 2015년에는 바이오를 ‘7대 전략적 신흥 산업’으로 지정하며 산업적 위상을 공식화했다.

중국 정부의 바이오 육성은 규제 완화에 그치지 않았다.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동시에 이뤄졌다. 중국의 R&D 투자 비중은 2000년대 초반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안팎에서 2024년 2.68%까지 상승하며 미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 결과 다국적 제약사들의 글로벌 임상시험과 공동 연구가 중국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레오 루이 중국제약기업협회(CPEA) 상임이사는 "10년 전만 해도 다국적 제약사가 수입한 신약이 대부분이었지만, 지난해 상반기 중국에서 허가된 78개 신약 중 48개는 자국 개발 신약"이라며 "정부의 R&D 인센티브가 신약 창출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제도적 전환도 병행됐다. 2017년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에 가입하며 글로벌 규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확보했고, 이후 임상시험 및 허가 제도를 국제 기준에 맞춰 빠르게 정비했다. 2018년 전후로는 ‘묵시적 승인(implied approval)’ 제도를 본격 적용해 규제 당국이 정해진 기간 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임상시험이 자동 개시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에 드는 초기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이러한 속도 개편은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2024년 기준 세계보건기구(WHO) 국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중국의 임상 시험 건수는 7,100건을 돌파하며 미국 기록(약 6,000건)을 이미 넘어섰다.

대규모 고급 인력 풀·상용화 속도 제고도 혁신 가속

글로벌 인재들의 귀환도 중국 바이오의 비약적 성장을 견인했다. 지난 10년간 미국과 유럽에서 경험을 쌓은 과학자들이 대거 귀국했는데, 특히 중국계 해외 석학 1,000명 유치를 목표로 한 '천인계획(千人計劃)'을 통해 대형 제약사 출신 과학자 7,000명 이상이 해외에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전역에 조성된 10여 곳 이상의 바이오 혁신 허브도 성장의 토대다. 정부의 집중적인 R&D 지원과 규제 혁신을 바탕으로 신약의 보험 등재 기간이 단축되면서 시장 확대 속도가 빨라졌다. 중국발 라이선스아웃 거래 규모(총 계약가 기준)는 2019년 이후 가파르게 증가해 2024년에는 500억 달러(약 73조5,000억원) 안팎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 구조도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과거 제네릭·원료의약품(API) 중심의 제조 경쟁력에서 벗어나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삼중항체, 세포유전자치료제(CGT), RNA 기반 치료제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 이에 중국의 대형 바이오 기업들은 위탁개발생산(CDMO)을 넘어 자체 파이프라인 확보와 글로벌 기술이전을 병행하는 ‘연구–개발–생산’ 일체형 모델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 정부 바이오 산업 육성 정책 기조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말 열린 국무원 상무회의에서는 ‘약품관리법 시행 관련 규정’을 심의·통과시키며 약품 개발·등록 제도 개선과 혁신 치료제 심사·승인 가속화를 공식화했다. 중국은 혁신 치료제 지정, 조건부 승인, 우선 심사·승인 등 다양한 가속 심사 제도를 활용해 임상 수요가 높은 의약품의 조기 시판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임상시험 데이터 보호와 시장 독점 기간 제도를 정비해 혁신 성과 보호를 강화하고, 외국 자본의 의약 혁신 분야 투자와 R&D 참여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미국·유럽 등 글로벌 빅파마도 잇단 러브콜

이 같은 중국의 분전은 기술이전 시장에서의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2026)' 기간 동안 중국 기업의 대형 계약 소식이 연이어 전해졌다. 미국 제약사 애브비(AbbVie)는 중국 바이오기업 레미젠(RemeGen)과 이중항체 항암제 후보물질 ‘RC148’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으며 계약 규모는 56억 달러(약 8조2,000억원)에 달한다. RC148은 PD-1과 혈관내피성장인자(VEGF)를 동시에 표적으로 삼는 차세대 항암제 후보물질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애브비는 중화권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RC148을 개발, 제조, 상업화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확보했다.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Novartis) 역시 행사 기간 중국 기업과 2건의 기술 도입 계약을 맺었다. 노바티스는 먼저 12일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인 중국계 바이오 벤처 기업 사이뉴로 파마슈티컬스(Sineuro Pharmaceuticals)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뇌로 전달하는 항체 기술을 최대 17억 달러(약 2조5,000억원)에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13일에는 중국 존센펩립바이오텍(Zonsen PepLib Biotech)로부터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RLT)의 도입 계약을 맺었다. 미국·유럽 내부에서만 혁신을 찾기 어려워진 빅파마(대형 제약사)들이 미중 갈등 부담에도 불구하고 실리를 추구하기 위해 중국 제약사들과 손을 맞잡은 것이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중국 바이오기업에 주목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중국은 복제약과 원료의약품(API) 중심의 생산기지로 인식됐지만, 면역항암·세포치료제 등 일부 혁신 분야에서 성과가 나타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탐색적 협력과 접점이 늘기 시작했다. 2017년 존슨앤드존슨 계열사 얀센(Janssen)이 중국 레전드 바이오텍(Legend Biotech)의 키메릭항원수용체-T세포(CAR-T) 후보물질 ‘LCAR-B38M’에 대해 전 세계 공동개발·상업화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얀센은 대중화권을 제외한 글로벌 권리를 확보하며 선급금 3억5,000만 달러(약 5,100억원)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산은 이후 다발골수종 치료제 ‘실타캡타젠 오토류셀(cilta-cel)’로 개발돼 글로벌 상업화에 성공했다. 중국 바이오 기술이 글로벌 빅파마의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성장한 초기 사례다.

중국의 성장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 의약품 시장 규모는 2,773억 달러(약 407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혁신 신약 부문은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전체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에 미국 내부에서는 향후 3년 안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바이오 리더십이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최근 미국 신흥 바이오기술 국가안보위원회(NSCEB)는 중국이 제약·바이오 분야의 지배력을 강화하며 미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20년 동안 바이오기술을 전략적 우선순위로 삼았던 가운데, 빠르게 바이오 기술 지배 위치로 부상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향후 5년 동안 최소 150억 달러(약 22조원)를 투자해 미국 바이오기술 부문에 더 많은 민간 자본이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NSCEB는 현재 추세가 가속화될 경우 2040년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는 신약의 35%를 중국산 의약품이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미국의 보건 안보가 중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위험 신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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