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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전력망·규제가 좌우하는 AI 경쟁

[딥폴리시] 전력망·규제가 좌우하는 AI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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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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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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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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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경쟁 기준, 전력·제도로 이동
美 전력망 부담·인허가 지연이 확장 병목으로 부상
국가 차원 인프라·규제 정비 여부가 경쟁력 좌우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주도권 경쟁의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인재와 알고리즘, 반도체 확보 능력이 경쟁력을 설명하는 핵심 요소로 제시돼 왔지만, AI 활용이 확산되면서 전력망과 인허가, 규제 환경 같은 인프라 조건이 확장의 속도와 범위를 결정하는 변수로 부상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노후화된 전력망과 지역별로 상이한 제도는 대규모 확장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너지 공급과 전력망 구축, 인허가를 분리해 대응하는 정책 기조가 이어지면서 단기적 조치만 반복되는 한계도 드러난다. AI 경쟁은 이제 연산 수요를 안정적으로 감당할 전력과 제도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정비할 수 있는지에 의해 좌우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AI 인프라 확장의 정책 조건

AI 인프라 논의에서 규제는 행정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 제도 설계 방식에 따라 대규모 컴퓨팅 시설의 입지와 확장 속도가 직접적으로 달라진다. 승인 기준과 행정 절차가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될 경우, 기업은 인허가가 빠르고 비용 부담이 낮은 지역을 선택하게 되고, 이는 데이터센터 배치와 지역 경제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공공의 이익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구축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 정비가 핵심 정책 과제로 부상한 이유다. 이러한 인식 아래, 최근 백악관은 주 정부와 함께 전력망 문제를 논의하며 협력에 나섰다. 전력 공급과 제도 정비가 분리된 사안이 아니라, AI 인프라 확장을 위한 하나의 정책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수요 압박은 이미 수치로 확인된다. 미국 데이터센터는 2023년 약 176테라와트시(TWh)의 전력을 사용해 전체 전력 소비의 약 4~4.5%를 차지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2028년까지 재생에너지가 미국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1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인허가 지연과 전력망 접속 문제, 지역 간 비용 부담 조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 확장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기업들이 제도적 예측 가능성이 높은 지역과 국가를 선호하게 되고, 정책 정합성의 차이가 경쟁력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2018~2028년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추이
주: AI 성장은 더 이상 알고리즘이 아니라 전력 공급과 전력망 확장 속도에 의해 제한되고 있다.

전력망 문제의 정치화

미국 전력망은 AI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집중되면서 전력 시스템은 정책 판단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EIA는 미국 전력 수요가 2020년대 중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27년까지 높은 수준의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력 공급 여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발전 설비 감축이 이어질 경우, 정전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부담은 이미 정책 결정에 반영되고 있다. 2026년 1월 백악관은 주 정부와 전력망 현안을 논의하며 신규 전원 접속 속도 제고와 설비 용량 확충을 요구했다. 대형 기술 기업에 전력망 확충 비용의 추가 부담을 요청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데이터센터는 짧은 기간에 대규모 전력 수요를 발생시키는 특성이 있어 기존 송전망에 상당한 압력을 가한다.

전력망의 기술적 한계는 곧 정책 갈등으로 이어진다. 전기요금 상승과 가격 변동성이 확대된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규제 강화와 프로젝트 보류, 추가 비용 부과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전력망 확충 비용을 둘러싼 이견이 커지면서 시장은 지역 단위로 나뉘는 양상이다. 국가 차원의 기준과 비용 분담 원칙이 마련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전력망 투자와 대규모 설비 계획은 추진되기 어렵다. 이전 행정부가 데이터센터의 전력 계약 참여나 전력망 확충 기여를 요구한 것도 이러한 갈등을 완화하려는 시도였다. 다만 연방 차원의 조정 권한과 신속한 전력망 접속 절차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재정적 장치만으로는 구조적 충돌을 해소하기 어렵다.

국가별 접근 방법

미국의 제도적 제약은 규제 권한이 연방과 주, 개별 기관으로 분산돼 있다는 점에서 두드러진다. 적용 기준과 절차가 일관되지 않다 보니 기업들은 중복 요건과 일정 불확실성에 직면한다. 단일한 국가 기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중국은 중앙정부 주도로 인프라와 데이터 흐름을 통합적으로 조정한다. 전력망과 컴퓨팅 인프라 투자가 같은 정책 틀 안에서 추진되면서 승인 과정이 단순화되고, 대규모 운영 비용도 낮아진다. 이러한 체계는 대형 AI 시스템을 빠르게 구축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유럽은 보호와 기준 설정에 중점을 둔 규제 경로를 선택했다. EU의 AI법과 디지털 규제는 법적 명확성을 높였지만, 동시에 행정 부담과 비용을 확대시켰다. 이로 인해 연산 집약적 연구와 호스팅 일부가 규제가 상대적으로 완화된 지역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스위스는 안정적인 제도와 연구 기반을 바탕으로 특정 분야의 연구와 운영을 유치하고 있으나,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를 수용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주요 국가별AI 규제 일관성 및 확장 여건 비교
주: 규제가 분산된 환경에서는 인재와 자본이 뒷받침돼도 규모 확대 비용이 커진다.

교육기관과 정부의 역할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대학과 공공기관은 컴퓨팅 인프라를 전제 조건으로 운영 방식을 재정비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안정적인 전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연구와 교육의 지속성도 위협받는다. 클라우드 기업이나 지역 단위 협력체와의 연계를 통해 장기 전력 계약을 검토하고, 캠퍼스 IT 계획에 전력과 설비 투자를 함께 반영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데이터 과학 교육 역시 알고리즘 중심에서 벗어나 전력 사용 한계와 제도적 책임을 함께 다루는 방향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역할은 더 분명하다. 전국 어디에서든 대규모 컴퓨팅 시설을 구축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비하는 일이다. 지역마다 다른 데이터 관리 기준과 안전 규칙을 연방 차원에서 통합하고, 전력망 접속 절차를 단순화해 사업 일정의 불확실성을 낮춰야 한다. 전력망 확충 비용이 특정 지역 주민의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부담 구조를 명확히 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개인정보 보호와 안전, 환경 부담에 대한 우려가 뒤따르는 것은 불가피하다. 다만 인프라 확장은 보호 수준을 유지한 채 추진될 수 있다. 전력 수요 증가는 청정에너지 투자와 효율 기준 강화로 관리할 수 있으며, 제도 통합은 행정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될 수 있다. 국가 차원의 조정이 쉽지 않다는 점은 현실이지만, 그 자체가 대응을 미룰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책 정비

입법부의 역할은 최소한의 공통 기준을 정리하는 데 있다. 주 정부의 권한은 유지하되, 데이터센터가 따라야 할 국가 차원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는 모델 안전 기준, 데이터 이동 원칙, 에너지 효율 요건, 지역 기여 조건이 포함될 수 있다. 이를 충족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연방 차원의 인허가 절차를 적용해 사업 불확실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

전력 분야에서는 접속 속도와 투자 예측 가능성이 관건이다. 전력망 접속 절차에 명확한 일정과 책임을 부여하고, 대규모 컴퓨팅 시설을 수용하는 지역에는 송전망 투자에 대한 연방 지원을 연계해야 한다. 데이터센터가 단기 전력 시장에 의존하지 않도록 장기 계약을 유도하고, 확보한 전력을 실제로 사용하거나 공유하도록 하는 규칙을 병행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교육과 공공 부문에서는 지역 단위 협력이 효과적이다. 대학과 병원, 중소기업의 수요를 결집해 공동 컴퓨팅 구역을 조성하고, 전력 조건을 함께 협상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이나 냉각 기술 개선에 대한 공동 투자도 검토 대상이다. 연방 연구비가 투입되는 AI 프로젝트에는 전력 사용 계획과 에너지 절감 방안, 연산 규모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지역 기술 역량을 함께 키우는 협력 구조를 포함시키는 접근이 필요하다.

AI 경쟁은 모델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전력과 전력망, 제도가 함께 뒷받침될 때 경쟁력이 형성된다. 미국은 인재와 자본, 연구 역량에서 강점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력망 부담과 인허가 지연, 지역별 규제 분산이 지속될 경우 주도적 위치를 지키기 어렵다. AI 인프라 정책은 국가 전략의 핵심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 일관된 제도와 투자 방향을 조기에 마련할수록 공공의 가치와 경쟁력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 대응이 늦어질수록 인프라와 제도를 먼저 정비한 국가가 우위를 점할 가능성은 커진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y AI Infrastructure Policy — not chips alone — will decide who leads in AI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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