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주택 침체 대안으로 떠오른 데이터센터, 건설업계 수주 지형 바뀐다
[AI 인프라] 주택 침체 대안으로 떠오른 데이터센터, 건설업계 수주 지형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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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사업 한계 돌파구로 데이터센터 부상
IT 인프라 이해 필수 요건, 대형사에 유리
자금력·기술 난도 장벽에 양극화 심화 전망

국내 주택 분양 시장의 냉각기가 이어지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무게중심이 데이터센터 건설로 이동하고 있다. 착공 감소와 미분양 누적으로 주거용 건축물 중심 사업 구조의 한계가 드러난 가운데, 인공지능(AI)·클라우드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면서다. 업계는 건설사들의 데이터센터 진출이 수요 확대 영역으로의 ‘방어적 이동’에 가깝다고 진단하면서도 고난도 기술과 대규모 자본이 요구되는 특성상 대형사 중심의 시장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장기 포트폴리오 조정 대상으로 주목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우건설은 전남 11개 민간기관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총 수전용량 500메가와트(MW) 규모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조성에 나섰다. 이후 컨소시엄의 핵심 시공 파트너로 참여해 설계·조달·시공(EPC) 등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지난달 전남 장성의 데이터센터 착공식에 직접 참석해 “데이터센터는 AI 시대를 선도하는 핵심 인프라로, 지역 경제 활성화와 국가 경쟁력 강화의 중추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국내 데이터센터 시공 최다 실적을 보유한 현대건설은 일찌감치 금융결제원 분당센터를 비롯해 KT 목동 IDC, NH·KB 통합 IT센터 등 주요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이에 따라 관련 매출도 크게 늘었다. 현대건설의 데이터센터 매출은 2021년 1,000억원에서 2022년 3,000억원, 2023년 3,800억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6,500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3·4분기 누적 실적만 3,800억원에 달한다. 현대건설은 향후 기획·설계 단계부터 참여하는 ‘프리컨스트럭션 서비스(PCS)’를 통해 기계·전력·수배전 최적화와 공정 효율화를 이룬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데이터센터 시장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주된 수익원이던 주택 사업 경기가 장기간 침체해 있는 까닭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의하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건설기성액은 12조4,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4% 감소했다. 여기에 정부가 제시한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시장 규제마저 강화되면서 건설사들의 사업 전망은 더욱 어두워진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이달 초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표면적인 건설 수주 현황과 달리 실제 건설로 이어지는 사업장은 소수에 그치면서 건설투자 또한 감소세를 지속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데이터센터 시장은 해마다 매섭게 몸집을 키우는 추세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의 연구에서 국내 민간 데이터센터의 공급량은 2010년 이후 연평균 20.3%씩 성장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8년에는 연간 10조9,000억원 규모의 민간 데이터센터 시장이 열리고, 2033년에는 그 규모가 14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시야를 넓히면 성장세는 한층 두드러진다. 부동산서비스 기업 알스퀘어는 세계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가 2023년 3,728억 달러(약 518조원)에서 2029년 6,241억 달러(약 86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 건설사 기술 내재화 흐름
아파트로 대표되는 주거용 건축물이 브랜드 경쟁과 분양 성과를 중심으로 설계와 시공이 분절되는 것과 달리 데이터센터는 기획 단계부터 설계와 시공, 운영 조건이 동시에 맞물리는 구조를 전제로 한다. 주택 시장에서 대기업 브랜드가 사업을 주도하더라도 실제 시공은 다수의 중소 협력사가 나눠 맡는 형태가 일반적이라면, 데이터센터는 전력 수급부터 기계·전기 설계, 통신 연계, 보안 체계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발주처는 시공 경험과 통합 관리 역량을 동시에 갖춘 대형 건설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기술 요건 역시 주거용 건축물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많게는 수백 MW급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데다, 정전 발생 시에도 무중단 전원을 유지하기 위한 다중 백업 체계를 갖춰야 하는 까닭이다. 여기에 서버 집적도가 높아질수록 발열 관리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공랭식 냉각을 비롯해 액침 냉각, 수열·외기 활용 냉각 등 고도화된 기술 적용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실제 삼성물산은 자체 개발한 차세대 냉각 시스템을 통해 기존 공랭식 대비 전력 소비를 80% 이상 절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데이터센터가 소형모듈원전(SMR)을 비롯한 원자력 발전과 재생에너지 등 여타 대형 인프라 사업과의 연계성이 높다는 점도 대형 건설사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는 지난해 11월 우리 정부가 참여 의사를 밝힌 아랍에미리트(UAE)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AI 데이터센터와 원자력·가스·재생에너지 전력망을 통합 구축하는 사업으로 원전 시공 경험을 보유한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춘 영역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에너지 인프라를 포괄하는 통합 사업 구조가 확산하면서 기술 난도 자체가 시장의 진입선으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다만 이 같은 구조는 역설적으로 사업 진행 속도를 더디게 만들기도 한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송·변전 설비 확충이 필수적인데, 인허가 지연과 주민 반발로 전력망 구축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탓이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송·변전 설비 건설사업 가운데 55%가 당초 계획 대비 지연 또는 지연 예상 상태로 분류됐다. 기술 난도가 높아질수록 대형 건설사 중심의 시장 재편이 가속하는 이면에는 인프라 병목과 관련한 사업 리스크가 자리한 셈이다.
중소 건설사는 선택지 축소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 중심의 신규 수주 시장은 건설업계 내 대형사와 중소사의 격차를 한층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전망이다. 단순 시공 역량만으로 접근 가능한 주택·상업시설과 달리 설계와 조달, 시공 실적과 글로벌 발주처 네트워크를 이미 축적한 대형 건설사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가 요구하는 공기 준수와 향후 증설 가능성까지 반영한 설계 경험은 과거 원전이나 반도체 공장 같은 대형 플랜트 수행 이력을 갖춘 대형사들만 확보한 조건이다.
자금력의 차이도 중소·중견 건설사의 진입을 막는다. 데이터센터는 분양을 통한 자금 회수가 불가능한 장기 임대형 자산인 탓에 임차 기업 확보 실패 시 수익성 훼손 위험이 크다. 여기에 국내 금융권이 조 단위 데이터센터 자산에 대한 투자 경험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이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단계에서부터 해외 인프라 펀드나 글로벌 사모펀드가 주도권을 쥐는 구조를 의미하며, 시공 파트너 역시 글로벌 기준을 충족한 EPC 역량 보유 대형사로 수렴된다. 중소 건설사는 컨소시엄 핵심에서 배제되거나 하도급 수준의 제한적 참여에 머물 공산이 크다.
결과적으로 데이터센터 시장 확대는 건설업 전반의 회복 신호라기보다 업계 내부 격차를 강화하는 변수에 가깝다. 장기화한 주택 경기 침체 속에서 고난도 인프라로 이동하지 못한 중소 건설사는 사업 축소나 철수 압박에 직면한 반면, 대형사는 AI 데이터센터를 축으로 정비사업과 대형 인프라를 병행하며 방어력을 높인다. AI 투자 사이클이 반복될수록 EPC 역량과 자본력을 갖춘 소수 기업 중심의 수주 구조가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데이터센터는 새로운 성장 동력인 동시에 건설업 양극화를 가속하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