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자원·유통·데이터 모두 갖춘 ‘제미나이’, 챗GPT 추격 넘어 역전 가능성 무게
모델·자원·유통·데이터 모두 갖춘 ‘제미나이’, 챗GPT 추격 넘어 역전 가능성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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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제미나이’, 오픈AI ‘챗GPT’ 독주에 제동 “가장 완성도 높은 포트폴리오 갖춘 기업” 평가 글로벌 AI 생태계 장악 속도 ‘시간문제’

구글의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Gemini)’가 기술력과 자원, 유통망, 데이터 접근성까지 고루 갖추며 오픈AI를 비롯한 경쟁사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챗GPT의 등장으로 한때 주도권을 빼앗겼던 구글이 불과 3년 만에 AI 경쟁의 중심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다. AI 경쟁 무게추가 구글로 기우는 가운데, 구글은 애플 시리(Siri)까지 장악하며 패권을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역습의 제미나이, 자체 칩으로 AI 왕좌 쟁취 코앞
1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제미나이가 승기를 잡고 있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구글이 AI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요소들을 사실상 모두 확보한 유일한 기업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더버지는 AI 경쟁에서 결정적 우위를 확보하려면 최고 수준의 모델 성능, 대규모 연산 자원, 실제 사용자가 많은 서비스, 방대한 이용자 데이터 접근권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짚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연산 자원에만 수조 달러가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해 온 배경도 이 때문이다.
이 기준에 비춰볼 때 구글은 가장 완성도 높은 포트폴리오를 갖춘 기업이다. 구글은 지난해 공개한 차세대 AI 모델 ‘제미나이 3’를 통해 현재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대형언어모델(LLM) 중 하나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종 벤치마크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기록했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작업에서 최상위권 성능을 보인다는 데 이견이 크지 않다. 실제 제미나이 3는 멀티모달 처리 성능과 복잡한 추론 능력에서 이미 오픈AI의 GPT-5.1을 앞서기 시작했다. 이미지 생성 모델 '나노 바나나(Nano Banana)'도 포토샵이 필요 없을 정도의 성능을 자랑한다.
제미나이 3의 경쟁력 배경으로는 구글이 수년간 자체 개발해 온 TPU가 꼽힌다. TPU는 텐서처리장치(Tensor Processing Unit)의 약자로, 구글이 AI 연산을 위해 직접 설계한 전용 반도체다. 구글은 10년 전부터 TPU를 제조해 왔다. 이 덕에 구글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망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자체 칩을 활용해 AI 학습과 추론을 최적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더버지는 “구글만이 AI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통제하는 풀스택 구조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제미나이 3 사용자 폭발적 성장
제미나이의 진격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글로벌 웹 분석업체 시밀러웹 자료를 보면, 1년 전 6% 미만이었던 제미나이의 웹 트래픽 점유율은 이달 초 기준 21%를 넘어섰다. 반면 같은 기간 챗GPT의 점유율은 85%에서 65%로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제미나이 3 출시 후 6주간 챗GPT 트래픽은 22% 줄었고 주간활성이용자수(WAU)도 1억5,800만 명가량 줄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잎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 캔터피츠제럴드의 디팍 마티바난(Deepak Mathivanan)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두 개의 AI 비서가 공존할 여지가 있다고 보지만 경쟁의 핵심 해자는 ‘모델의 지능’에서 ‘실질적인 유용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부분에서는 검색을 개선하고 상용화하는 데 10년 넘게 투자해 온 구글이 상당한 우위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리콘밸리의 거물급 인사들도 구글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지난달 세일즈포스 CEO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는 “3년간 매일 챗GPT를 썼지만, 제미나이 3를 써보고 다시는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며 “구글의 도약은 미친 수준”이라고 극찬했다.
오픈AI도 제미나이를 앞세운 구글의 공세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앞서 올트먼 CEO는 지난해 10월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챗GPT WAU가 8억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지만 이후 경쟁 심화와 비용 부담 가중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고성능 모델 유지를 위해 투입되는 막대한 연산 비용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탓이 크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오픈AI의 현금 소진액이 지난해 90억 달러(약 13조2,500억원)에서 올해 170억 달러(약 25조원)로 급증할 것이라 전망했다. 올트먼 CEO가 지난달 초 ‘코드 레드(비상 상황)’를 발령한 배경이다.
반면 구글은 이미 오픈AI보다 데이터량 우위에 있어 장기전에서도 높은 승산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AI가 계속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학습에 필요한 자료인 다방면의 데이터가 꼭 필요하다. 오픈AI는 챗GPT에서 나오는 사용자 데이터 외 다른 데이터는 다 외부에서 가져와야 하지만 구글은 세계 1위 검색엔진과 동영상 플랫폼(유튜브)을 갖고 있어 대량의 데이터가 매일매일 산더미로 쌓인다. 특히 AI가 실제 세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로봇 등에 두루 쓰이려면 센서 데이터 등 현실과 연관된 여러 자료를 입수해야 하는데, 구글은 스마트폰 등 IT 하드웨어 사업부와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까지 갖고 있어 이런 데이터 다변화 경쟁에서도 훨씬 유리하다.

‘하드웨어 빈손’ 오픈AI 위기
사용자 도달률 면에서도 구글은 오픈AI보다 우위에 서 있다. 자체 AI 개발을 고수하며 버텨온 애플이 지난 12일 구글과 손을 잡으면서다. 애플은 자체 AI(애플 인텔리전스, Apple Intelligence)의 한계를 보완할 파트너가 급했고, 구글은 오픈AI의 추격을 따돌릴 확실한 우군이 필요했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양사는 검색 제휴를 넘어 제미나이를 매개로 한 'AI 연합전선'을 구축하게 됐다.
이로써 구글은 전 세계 30억 대에 달하는 안드로이드 진영에 더해 20억 대 수준인 애플의 활성 기기(아이폰·아이패드 등)까지 잠재적인 제미나이 영역에 편입했다. 기기별 적용 속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사실상 지구상에 존재하는 스마트폰 대부분을 구글 AI가 관통하는 구조가 완성된 셈이다.
이는 오픈AI에 있어 치명적이다. 아무리 모델 성능이 뛰어나도, 사용자 손바닥 위인 모바일을 장악한 OS 내장형 AI와의 '디폴트(기본값) 전쟁'에서는 이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챗GPT가 앱스토어 순위권에 있더라도 OS 차원에서 구동되는 순정 AI와의 접근성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구글의 승부수는 또 있다. 최근 공개된 ‘퍼스널 인텔리전스(Personal Intelligence)’ 기능이다. 이 기능은 이용자가 선택할 경우 제미나이가 검색 기록, 유튜브 시청 내역, 지메일, 사진, 파일 등 구글이 보유한 개인 데이터를 활용해 응답을 생성하도록 한다. 이는 구글이 이미 알고 있던 방대한 개인 정보가 이제 제미나이의 지능이 됐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자가 매번 맥락을 설명하지 않아도 제미나이가 개인화된 답변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챗봇과는 차원이 다른 접근이라는 것이다. 현재 이 기능은 유료 이용자 일부를 대상으로 시험 운영 중이지만 구글은 이를 검색 서비스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 IT 전문가는 “제미나이를 개인 데이터와 인터넷, 세계 정보를 모두 연결하는 관문으로 만들려는 구글의 구상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