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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을' 중국] 中, 대규모 수요 앞세워 철광석부터 반도체까지 '구매자 권력' 확장

[슈퍼 '을' 중국] 中, 대규모 수요 앞세워 철광석부터 반도체까지 '구매자 권력'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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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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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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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CMRG, 통합 구매로 전례 없는 가격 협상력 발휘
2028년엔 시만두 광산으로 자체 공급 기반까지 확보
반도체 시장에선 구매하지 않는 카드로 공급처 압박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 중국 국영기업 중국광물자원그룹(CMRG)이 원자재 시장을 뒤흔드는 '수퍼 바이어(super buyer)'로 부상하고 있다. 철광석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지배력을 토대로 호주와 브라질의 거대 광산 기업을 상대로 전례 없는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등 거래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구매자 권력'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은 이미 반도체 장비와 첨단 칩 시장에서 대규모 수요를 무기로 공급망에 진입한 뒤, 기술 축적과 내재화를 통해 주도권을 확대해 온 전례가 있다. 철광석 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패턴이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FT "中 CMRG, 철광석 시장의 가장 큰 위험 요인"

14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CMRG가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의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철광석 가격 협상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글로벌 광산기업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MRG는 중국 정부가 철광석 수입 창구를 단일화해 사실상 공동구매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2년 설립한 철광석 트레이딩 회사다. 중국 철강사의 수요를 묶어 협상력을 키우고, 수입선 다변화와 국영 차원의 비축 및 재고 관리를 통해 가격 급등을 완화하는 것이 CMRG의 핵심 임무다.

중국은 전 세계 철광석의 70%를 소비하면서도 호주·브라질의 광산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극심한 가격 변동성에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 왔다. 이에 지난 2021년 중국 정부와 철강협회(CISA)는 철광석을 국가의 안보 자원으로 규정하고 해외 광산 투자 확대, 국내 생산 증대, 스크랩 활용 확대와 더불어 중앙 구매 기구 설립을 추진했다. 이러한 취지에서 출범한 CMRG는 현재 중국 연간 철광석 수입 물량의 절반을 확보하며, 중국 철광석 시장의 최대 트레이더이자, 시장 지배적인 중개자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광산업계에도 위협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 4위의 철광석 생산업체인 호주 포테스큐(Fortescue)의 디노 오트란토 최고경영자(CEO)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글로벌 철광석 시장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바로 CMRG"라며 "공급은 늘어나는 반면, 수요는 위축되는 상황이라 협상의 주도권이 구매자에게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이야말로 구매자 그룹이 힘을 과시할 최적기"라고 진단했다. 호주 BHP, 브라질 발레(Vale) 등 주요 광산기업들은 올해 판매 계약을 두고 CMRG와 지루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CMRG는 전년 대비 최대 20% 등 전례 없는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 차이나알루미늄공사(Chinalco)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니 시만두 광산 전경/사진=Chinalco

철광석 가격 줄다리기에 호주 광물 수출 급감

CMRG의 핵심 전략은 공급자 간 경쟁을 유도하는 분리 협상 방식이다. 과거 개별 제철소 단위로 진행하던 수입 창구를 하나로 통일한 CMRG는 BHP·발레 등 거대 광산기업을 상대로 각개격파식 전술을 구사하며 협상력을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캐나다 왕립은행(RBC)의 칸 페커 애널리스트는 "CMRG가 광산기업들을 선별적으로 공략하며 서로 경쟁을 유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CMRG는 최근 호주산 일부 제품의 구매를 중단했는데, 이는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공급자를 압박하고 길들이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가격 협상의 주도권을 잡게 되면서 이미 호주 경제에는 그 여파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호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호주의 수출액은 전월 대비 3% 줄었다. 특히 금속과 광물 부문 수출이 9% 급감했다. 아슈윈 클라크 커먼웰스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BHP와 CMRG 사이의 가격 분쟁 탓에 수출 물량이 줄어든 결과"라고 설명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호주산 철광석이 아무런 방해 없이 중국으로 수출되기를 바란다"며 우려를 나타냈지만, 중국의 자원 무기화 전략 앞에서는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국이 이처럼 강경한 기조를 고수할 수 있는 배경에는 시만두(Simandou) 광산이 있다. 아프리카 기니에 위치한 시만두 광산은 2028년부터 전 세계 물량의 7%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철광석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시만두 광석은 철분이 65% 이상 포함된 고품질 원료로, 철강 생산 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유리해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최적의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중국은 시만두 프로젝트 지분 70% 이상을 확보하고 있어 남의 나라 자원을 비싸게 사 오는 대신 직접 채굴하는 자원으로 시장 가격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시장에서도 시만두 광산의 본격 가동 시점이 철광석 가격 체제를 재편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철광석 가격은 톤당 10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시만두 광산의 물량이 시장에 공급되면 톤당 85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CMRG를 통한 통합 구매와 시만두 광산이라는 새로운 공급처, 이 두 개의 지렛대를 동시에 사용해 글로벌 철광석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며 "결국 2028년이 되면 철광석 시장의 주도권은 공급자가 아닌 구매자인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기술 내재화로 반도체 장비 시장서 주도권 확보

중국이 철광석 시장에서 보여주는 이 같은 행보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과거에도 중국은 대규모 구매력을 바탕으로 슈퍼 바이어의 지위를 확보한 뒤 공급망 주도권을 흡수한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분야가 반도체 장비 산업이다.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며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한 중국은 네덜란드 ASML을 비롯한 글로벌 장비업체에 있어 핵심 매출 시장이자 전략적 거점으로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미국과 네덜란드가 대중국 수출을 통제하기 전까지 구매자 지위를 활용해 장비 공급사들과 밀착 관계를 형성하고 기술 접근성을 높여 왔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장기적으로 공급자의 협상력을 약화시켰다는 점이다. 특히 ASML 중국 법인에서 발생한 기술 유출 사건은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글로벌 장비 업체들이 통제하기 어려운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당장은 첨단 장비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더라도 구매를 통해 확보한 운영 경험과 축적된 기술 정보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국산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슈퍼 바이어로 시장에 진입한 뒤 기존 공급자가 쥐고 있던 주도권을 흡수해 가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AI 칩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했지만, 중국은 오히려 자체적으로 수입을 제한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중국 당국은 대학 연구소 등 필요한 경우에 한해 H200의 구매를 허용한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아 사실상 수입 통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중 관계 변화에 따라 언제든 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면서도, 자국 기업이 해외 첨단 칩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런 중국의 선택은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산업 주도권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엔비디아 칩 도입보다는 화웨이, 캠브리콘 등 자국 AI 칩 생태계 육성에 전략적 우선순위를 둔 것이다. 이를 두고 반도체업계에서는 중국이 중국 매출 비중이 큰 엔비디아에 '사주지 않는 선택지' 자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을 잃을 수 없다는 점이 압박으로 작용하지만, 중국은 이미 기술 흡수와 내재화를 상당 부분 진행한 만큼 구매를 줄이거나 제한하는 쪽이 오히려 유리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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