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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4 성능 개선해라" 엔비디아 주문에 희비 엇갈린 삼성-SK하이닉스, 엔비디아는 '미소'

"HBM4 성능 개선해라" 엔비디아 주문에 희비 엇갈린 삼성-SK하이닉스, 엔비디아는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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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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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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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HBM4 납품 기준 상향, 속도·로직 다이 경쟁 격화
파운드리 경쟁력으로 치고 나가는 삼성, SK하이닉스는 TSMC 병목 부담
공급사 경쟁 유도, HBM 가격 협상력 확보 위한 전략인가

엔비디아가 올해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을 이끌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납품 기준을 대폭 끌어올렸다. 공급사들에 기존보다 높은 데이터 전송 속도를 요구, 사실상 로직 다이 설계 역량 강화를 주문한 것이다. 자체 기술력 확보 여부에 따라 엔비디아의 핵심 HBM 납품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희비가 교차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 같은 엔비디아의 행보가 시장 경쟁을 부추겨 가격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라는 평이 나온다.

HBM4 납품 문턱 높아져

1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플랫폼 ‘루빈(Rubin)’에 탑재할 HBM4 납품 기준을 상향 조정해 전달했다. 8~10Gbps(초당 기가비트) 수준이었던 HBM4 데이터 전송 속도 초기 표준 규격을 11Gbps 이상으로 변경한 것이다. 이에 따라 HBM4 본격 양산 시점은 당초 예상됐던 올 1분기에서 2분기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며, 상반기 시장은 기존 주력 제품인 5세대 HBM(HBM3E)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이 같은 요구로 인해 HBM 성능 경쟁이 로직 다이 설계 역량으로 확장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HBM은 여러 장의 D램 다이를 수직으로 쌓아 올린(스택) 구조다. 로직 다이는 이 스택의 맨 아래(바닥)에 붙는 칩으로, D램 다이만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데이터 전송 타이밍·경로 조정, 전력 관리 등의 기능을 맡아 수행한다. 특히 엔비디아가 요구한 11Gb/s 이상 고속 구간에서는 HBM에서 발생하는 열, 전력 변동이 곧바로 데이터 처리 오류로 이어질 수 있기에 이를 제어하는 로직 다이의 사양이 필수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발열 제어와 성능 향상에 초점을 맞춰 로직 다이의 설계를 수정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와 협업해 개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HBM4에 1cnm(10나노급) 공정을 적용하고, 베이스 다이에 자사 파운드리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미 경쟁사 대비 개발 이점을 확보한 상태다. 트렌드포스는 이 같은 접근법이 더 높은 전송 속도 구현에 유리하며, 향후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HBM4 공급 자격을 획득하고 루빈 상위 제품군 공급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여유 부족한 TSMC, SK하이닉스 '비상'

반면 SK하이닉스의 경우 데이터 전송 속도 개선 과정에서 난항을 겪게 될 가능성이 있다. 자체 파운드리 시설 및 기술을 보유 중인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로직 다이 기술 상당 부분을 대만 TSMC에 의존 중이기 때문이다. 몰려드는 최선단 반도체 공정 수요를 겨우 감당 중인 TSMC 입장에서 로직 다이에 대한 설비 투자, 라인 확장은 비교적 후순위 문제다. SK하이닉스의 성능 개선 주문이 공정에 즉각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TSMC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팹리스 기업들의 최첨단 칩 생산을 도맡아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5나노 이하 미세공정 라인 가동률이 포화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AI 가속기와 HPC(고성능 컴퓨팅) 칩 주문이 급증하면서 3나노 공정을 중심으로 공급 병목 현상이 가시화한 것이다. TSMC 측도 이 같은 문제를 인정한 상태다. 앞서 TSMC 웨이저자 회장은 지난해 11월 반도체 산업 협회 행사에서 "첨단 노드 용량이 주요 고객 수요의 약 3배 부족하다"고 시인했다.

이 같은 생산 능력 부족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는 추세다. 15일 IT 전문지 디인포메이션은 TSMC가 최근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에 반도체 생산 라인을 필요한 만큼 배정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대형 고객사들의 추가 파운드리 주문을 직접적으로 거부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자체 설계한 GPU 등의 생산을, 브로드컴은 구글과 협력해 개발한 텐서 프로세서(TPU)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을 TSMC에 맡기고 있다.

HBM 가격 인상 제한될까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성능 향상 요구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경쟁을 부추겨 가격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HBM 가격은 AI 패권 경쟁이 격화함에 따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존 고객사와 HBM3E 12단 공급 재계약 시 기존 대비 50% 이상 높은 가격을 제시 중이다. HBM3E 12단의 가격은 칩당 약 300달러(약 44만원)대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재계약한 기업들은 500달러(약 73만원)대 가격을 지불 중이라는 전언이다. 신규 고객사의 경우 이보다 더 비싼 가격을 제시해야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을 유도하면 가격 협상의 우위가 일부분 엔비디아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 HBM처럼 공급이 빠듯한 제품이라도 가격 인상 속도가 둔화되거나, 인상폭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중장기적으로는 이 같은 효과가 한층 분명해진다. 두 기업이 수율 개선·패키징 대응 속도 제고를 위해 가격 외 조건(장기 공급 계약, 우선 공급, 커스터마이징 등) 경쟁을 펼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HBM 평균판매가격(ASP)의 상승 여력은 자연스럽게 제한된다.

엔비디아가 이처럼 대담한 전략을 채택할 수 있는 것은 HBM 시장의 압도적인 '큰손' 고객이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최초의 HBM4 소비자이고 당분간 다른 업체가 HBM4를 쓸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며 "HBM4의 유일한 소비자로서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그는 이어 "엔비디아의 수요가 매우 높기 때문에 모든 HBM 공급업체가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며 "우리 모두 잘 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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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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