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그린란드 집착’, 안보 명분에 가려진 진짜 야욕은
트럼프의 ‘그린란드 집착’, 안보 명분에 가려진 진짜 야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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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서 美·덴마크·그린란드 3자 회담 트럼프 “미국 아니면 러시아나 중국이 차지” 안보 명분 넘어선 장기 전략 계산 깔려있나

미국, 덴마크, 그린란드 측 고위급이 그린란드의 미국령 편입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DC에서 만났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와 북극 질서 관리를 명분으로 병합 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내자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영유권 불가침 원칙을 분명히 하며 정면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표면적으로는 군사 기지와 미사일 방어, 중국·러시아 견제가 논의의 전면에 놓였으나, 기존 협정만으로도 미국의 안보 요구가 상당 부분 충족되는 현실은 다른 동인의 존재를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美부통령·국무장관, 덴마크·그린란드 외무장관과 1시간 협의
14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라르스뢰케 라스무센(Lars Loekke Rasmussen) 덴마크 외무장관은 JD밴스 미 부통령 및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비비안 모츠펠트 그린란드 외무장관과 백악관에서 만나 1시간가량 대화한 뒤 “우리는 미국의 입장을 바꾸는 데 실패했다”며 “여전히 (미국과) 근본적인 의견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정복하고 싶어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라스무센 장관은 이어 미국의 안보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면서도 미국 또한 덴마크의 ‘레드라인’, 즉 그린란드 영유권 이양 불가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츠펠트 장관도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그렇다고 미국에 소유되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고위급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의사를 드러낸 뒤 처음으로 이뤄진 미국과 덴마크, 그린란드 간 3자 회담이었다. 이들 국가는 향후 2주 안에 첫 실무 회의를 열고 절충안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집권 1기부터 그린란드 매입 의향을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은 2기 들어서도 시시때때로 병합 가능성을 입에 올려 왔다. 이번 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국가 안보 목적을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우리가 그것을 얻도록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이어 미국이 그린란드를 확보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나 중국이 차지할 것이라며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고위급 회담 종료 뒤에도 “미국은 그린란드를 필요로 하며,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제대로 보호할 것으로 믿을 수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어 “그린란드는 덴마크를 포함한 여러 국가의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며 “문제는 러시아나 중국이 그린란드를 점령하려 한다면 덴마크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반면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며 “베네수엘라 사태에서 그 사실을 확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베네수엘라에 무력을 행사한 직후 그린란드 침공 가능성을 연일 입밖에 내뱉자, 그동안 설마설마하던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물론 유럽 전체까지 긴장에 휩싸인 상황이다.

트럼프, 러·중 견제 및 안보 명분 내세워 그린란드 가치 부각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눈독 들이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차지하기 위한 명분으로 국가안보 문제라고 내세우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러시아와 중국의 구축함과 잠수함이 그린란드 곳곳에서 활동한다며 “우리는 러시아나 중국을 이웃으로 두지 않겠다”고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가 미국이 건설 중인 골든돔에 필수 지역이라고 강조한다. 골든돔 계획은 이스라엘의 방공체계인 아이언돔을 본뜬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다. 중국과 러시아 등 잠재적 적대국의 위협에 대비해 미 전역을 방어한다는 구상으로, 400∼1,000기의 관측·추적 위성과 약 200기의 공격용 위성을 운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변 해역은 유럽·아시아·북미를 연결하는 최단 항로로 각광받고 있다. 이 북극항로(Arctic Sea Route)는 북동항로(NSR·Northern Sea Route)와 북서항로(NWP·Northwest Passage)로 나뉘는데, 북동항로는 러시아와 미국 알래스카 사이의 바다인 베링해를 지나 러시아 북극해를 통과해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항로며, 북서항로는 베링해를 지나 미국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극 해안을 가로질러 유럽에 도달하는 길로 해빙 감소가 적고 수심이 얕은 데다 크고 작은 섬이 많아 항로가 매우 복잡하다. 그린란드는 이 항로의 서쪽 끝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어 북미와 유럽을 잇는 물류 허브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으며, 미사일 경보 체제 등을 운영하기에도 적합한 지역으로 꼽힌다. 따라서 그린란드를 통제하면 북극 해상 교통과 물류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중국과 러시아도 그린란드에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양국은 지난 2023년 북극항로 개발을 위한 실무 그룹을 구성했으며 최근 합동 순찰을 시작으로 북극 해양법 집행을 공조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강한 우려를 피력해 왔다. 북극해에 대한 영향력이 ‘적성 국가’로 넘어가선 안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반복된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트럼프가 새롭게 명명한 이른바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19세기 먼로 독트린을 한층 공격적으로 재해석한 서반구 지배 전략) 사례로 보기도 한다. 먼로 독트린이 외세 배제를 목표로 했다면, 트럼프식 독트린은 미국이 서반구 질서를 직접 관리·통제할 수 있다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라이언 버그는 “트럼프는 서반구를 ‘아메리카 퍼스트’의 연장선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베네수엘라에 이어 그린란드는 북쪽 축에서 같은 논리가 적용되는 대상”이라고 분석했다.
알래스카 매입이 남긴 전략적 선례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명분만으로는 매입 논리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방위협정에 따라 그린란드에서 자유롭게 군사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영토를 소유하지 않아도 투자 협력이나 사업 계약을 통해 북극항로도 확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1867년 미국의 알래스카 매입 당시처럼 전략적 목적을 감춘 다른 동인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알래스카 매입은 미국이 당시 러시아의 통제력 약화를 기회로 삼아 영토 확대를 단행한 사례로, 미국 내부에서도 초기에는 비판이 우세했다. 미국은 러시아제국과 협상을 통해 알래스카의 땅 1헥타르(㏊)당 5센트로 환산해 720만 달러(현재 가치로 약 2,000억원)를 지불하고 알래스카를 사들였다. 이는 당시 미국 정부로서도 큰 금액이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이 "미국에 왜 이렇게 큰 얼음 박스(Ice Box)가 필요한 거냐", "바보짓(Seward Folly)이다", "북극곰의 정원(Polar Bear Garden)일 뿐"이라며 정부를 향해 조롱을 쏟아냈다.
하지만 매입 20년 후인 1987년 클론다이크 골드러시(Klondike Gold Rush)를 계기로 금광이 발견된 이후 석유, 석탄, 천연가스, 철 등 각종 지하자원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자, 알래스카는 '위대한 땅'으로 불리게 됐다. 이후 20세기 들어 석유, 천연가스, 어업 자원이 풍부한 곳으로 밝혀지면서 경제적 가치가 급등했다. 또한 알래스카는 태평양과 북극해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로서, 특히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 시대에는 소련과의 군사적 긴장 속에서 중요한 군사기지로 활용됐다. 이후 1959년 알래스카는 미국의 49번째 주로 승격되며 완전한 미국 영토로 자리잡았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는 진짜 이유도 자원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최근 기후변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희토류·우라늄·철 등의 자원에 접근이 쉬워졌다. 앞서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그린란드에 우라늄과 흑연 등 핵심 광물과 함께 약 314억 배럴 규모의 석유 환산 자원, 148조 입방피트(Tcf)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자원 가치와 지리적 중요성이 맞물리며, 그린란드의 전략적 위상이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