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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우위에 선 PEF, IPO 경색에 힘의 균형 이동

대기업 우위에 선 PEF, IPO 경색에 힘의 균형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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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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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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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급등·증시 변동성 확대에 '상장 무산' 행렬
11번가·CJ CGV·LSEVK 등 PEF와 갈등 사례 잇따라
PEF, 투자 계약 시 자금 회수 위한 '안전장치' 마련

2023년 이후 기업공개(IPO) 시장이 급격히 경색되면서 기업과 사모펀드(PEF) 간 갈등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1번가, CJ CGV, LS전선, SK에코플랜트 등 대기업 계열사까지 투자 원금 회수와 보장 수익률,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등을 둘러싼 논란에 휘말린 가운데, 기업들의 투자 유치 난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모습이다. 이러한 흐름 속 한때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던 PEF는 이제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활용하며 대기업 투자에서 영향력을 확대, 재계의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LSEVK, 상장 무산에 PEF와 법적 갈등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전선·케이블 기업 LS전선은 지난해 말 PEF 운용사 케이스톤파트너스가 제기한 LS이브이코리아(LSEVK) 풋옵션 이행 소송과 관련해 반소를 제기했다. 해당 반소는 LSEVK 투자 유치와 상장 추진 과정에서 상장 무산에 대한 LS전선의 책임 부존재 및 그에 따른 풋옵션 채무 부존재의 확인을 구하는 소송으로, LS전선은 투자 계약상 권리·의무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SEVK는 LS전선의 전기차 부품 자회사로, 케이스톤파트너스는 2020년부터 LSEVK에 투자해 현재 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당시 투자 계약에는 상장 추진 협조 의무, 상장 무산 시 제한적으로 행사 가능한 풋옵션, 케이스톤파트너스의 공동매각권에 대응하는 LS전선의 우선매수협의권이 포함됐다. LSEVK는 지난해 9월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예비심사를 진행했으나, 심사 과정에서 신청이 반려되며 상장 절차가 중단됐다. 케이스톤파트너스가 의무보유확약을 이행하지 않아 신청이 반려됐다는 게 LS전선의 입장이다. 반면 케이스톤파트너스는 지난해 10월 LS전선을 상대로 투자원금 400억원에 연 복리 15%를 적용한 759억원 규모의 풋옵션 이행 소송을 제기했다.

기업 상장을 둘러싼 기업과 투자자 간 분쟁 조짐은 환경·에너지 기업 SK에코플랜트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2년 프리 IPO(상장 전 투자유치) 당시 이음프라이빗에쿼티, 큐캐피탈파트너스 등 다수의 PEF로부터 총 1조원을 유치했다. 당시 계약에는 올해 7월까지 상장에 실패할 경우, 투자금에 이자를 더해 상환하거나 보장 수익률을 연 5%대에서 10% 초반까지 상향하는 페널티 조항이 포함됐다. 변경된 수익률이 2022년 투자 시점부터 소급 적용되는 구조인 만큼, 페널티가 적용되면 회사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SK에코플랜트는 이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자회사 회계 처리 위반으로 과징금 부과 등 중과실 조치를 받은 전력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 가이드라인은 질적 심사 요건으로 회계처리 투명성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 3년간 과징금 부과 사례가 있다면 상장 거부 사유가 될 수 있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회사가 상장 성사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주주 간 의무를 형식적으로 이행하는 데 그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11번가 상장 무산에도 FI는 원금 회수

기업과 PEF 간 갈등 사례는 상장 여건이 급격히 악화된 2023년부터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긴축 기조 속에 금리가 급등하고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IPO 시장이 사실상 경색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 시기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은 훨씬 까다로워진 심사 기준과 급변한 밸류에이션 환경에 직면했고, 이는 결국 상장 실패로 이어졌다. 실제로 2022년 160여 개 기업이 상장되며 공모 총액이 12조원을 넘어섰지만, 2023년 132개사, 2024년 108개사, 2025년 76개사로 상장 건수가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IPO 문턱이 높아지면서 상장 실패 시 투자 원금에 이자를 더해 상환하도록 한 페널티 조항이 기업에 현실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11번가는 2017년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이 출자한 H&Q코리아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는 조건으로 2023년 9월까지 IPO를 완료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커머스 업황 악화와 기업가치 하락으로 상장 추진이 중단되자, 최대 주주인 SK스퀘어는 콜옵션을 포기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11번가 지분 100%를 자회사인 SK플래닛에 매각했고, 재무적 투자자(FI)들은 투자 원금 전액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CJ CGV는 2016년 튀르키예·홍콩 자회사 상장을 전제로 PEF로부터 4,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유치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 산업이 급격히 위축되며 상장이 잇따라 무산됐다. 당초 약속했던 상장 시점이 지나자, FI는 계약에 따라 드래그얼롱 행사 가능성을 검토하며 투자금회수(엑시트) 절차에 착수했고, 이에 CGV는 일부 지분을 되사오는 방식으로 대응했으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지난해 MBK파트너스와 미래에셋증권PE가 CJ CGV 아시아 법인 지분에 대한 드래그얼롱 행사 의사를 공식 통보하며 현재 매각 절차가 개시된 상태다.

SK그룹 계열사들도 상장 환경 악화로 투자 유치 조건이 강화되는 상황을 맞았다. 과거에는 대기업 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낮은 수준의 보장 수익률로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시장 불확실성을 반영해 높은 보장 수익률이 요구되고 있다. 일례로 원스토어는 2023년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이전보다 상향된 보장 수익률을 제시하며 협의를 진행했고, SK온과 SK팜테코 등도 유사한 흐름 속에서 자금을 확보했다. 해당 투자 계약은 FI 지분 인수와 신주 발행이 동시에 포함돼 투자금 회수 기회를 보장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PEF 출자 약정액, 7년 새 2배 넘게 증가

이처럼 PEF의 존재감이 최근 몇 년간 급격히 확대되면서 한때 기업 사냥꾼이라는 오명을 쓰던 PEF는 이제 대기업과 주요 산업을 대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계 큰손으로 자리 잡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기관 전용 PEF의 출자 약정액은 153조6,000억원으로, 2017년(62조6,000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정부가 주주가치 제고를 목표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PEF의 위상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투자 방식도 과거 단순 지분 투자에서 진화했다. PEF는 기업이 IPO에 실패하거나 업황 악화로 현금 회수가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해 RCPS, 풋옵션, 드래그얼롱 등 다양한 구조의 안전장치를 활용하며 수익을 보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 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SK E&S와의 합병 과정에서 3조원 규모 RCPS 보장 수익률을 기존보다 최대 2.4%포인트 상향했고, 맥쿼리PE는 LG CNS 투자 시 IPO 약속과 풋옵션을 포함해 투자금을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했다.

다만 PEF 투자 성과는 기업과 업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국내 PEF인 IMM프라이빗에쿼티가 투자한 에어퍼스트는 매출과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하며 성공적 엑시트를 기록했지만, 한샘은 인수가 대비 주가가 75%가량 하락하며 부진했다. MBK파트너스가 투자한 홈플러스와 롯데카드도 엑시트가 지연되고 있으며, 홍콩계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투자한 컬리, 카카오엔터, 라인게임즈 등 성장 기업들도 상장 불확실성과 경영 리스크로 엑시트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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