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대법원 상호관세 판결 임박, 트럼프 “패소 시 파국” vs 재무부 “재정 충분”
美 연방대법원 상호관세 판결 임박, 트럼프 “패소 시 파국” vs 재무부 “재정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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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선고 임박, 보수 대법관 "조세는 의회 권한" 회의적 기류 트럼프 "미국 재정 무너진다" 경고, 재무는 "현금 여력 충분" 반박 기업 잇단 가처분 신청, 美 정부 관세 확정돼도 환급과는 무관

미국 연방대법원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기반 상호관세의 적법성에 대한 최종 판결이 임박한 가운데, 패소 시 파장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재무부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환급에 따른 재정 위기를 경고했으나, 재무부는 가용 재원이 충분하다며 이를 일축했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미 기업들은 관세 확정(Liquidation) 절차 중단 가처분 신청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선 데 이어, 법원으로부터 정부가 향후 입장을 번복할 수 없도록 하는 '금반언 원칙' 적용을 이끌어내며 환급을 위한 실질적인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美 대법원 판결 임박, 트럼프 'IEEPA 상호관세' 적법성 최종 결론
1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대법원은 이르면 14일 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IEEPA 기반 상호관세 적법성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전방위적인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다. IEEPA는 국가 비상사태 시 대통령에게 무역·수입 통제 권한을 부여하지만, 관세라는 과세 행위까지 포함되는지는 명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직후인 지난해 4월 미국의 무역 적자와 펜타닐 유입을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IEEPA를 근거로 의회 승인 없이 세계 각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캐나다·멕시코·중국 등에는 펜타닐 차단을 명분으로 추가 관세도 적용했다. 이에 미국 수입업체들과 12개 주 정부는 관세 부과가 헌법상 의회의 고유 권한인 만큼,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근거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인 뉴욕 국제무역법원과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모두 'IEEPA를 근거로 한 전면적 관세 부과는 위법'이라며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6대 3의 보수 우위 구도임에도 보수 성향인 존 로버츠 대법관조차 지난해 11월 첫 구두변론에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언제나 의회의 핵심 권한이었다”고 지적하는 등 회의적인 기류가 역력하다. 특히 구조적인 무역 불균형이라는 장기 문제를 '비상사태 대응법'으로 상시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만약 대법원이 상호관세를 합법으로 인정할 경우 단기적인 법적 불확실성은 해소되겠지만, 대통령의 관세 무기화가 사법부의 공인을 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관세를 무효화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혼란이 불가피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 더 나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세 체계는 유지되더라도, 향후 대통령이 정치·외교·재정 목적에 따라 관세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선례가 굳어질 수 있어서다.
트럼프 美 재정 파탄 경고, 재무장관은 "여력 있어"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의 판결 결과와 관계없이 보호무역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미 패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무역확장법 232조(국가안보)나 무역법 301조 등을 활용해 대체 관세를 즉각 가동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자동차(15%), 철강·알루미늄(50%)에 적용 중인 품목 관세를 다른 산업으로 확대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위헌 판결을 내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제한적일 것이며 행정부의 정책 동력 또한 약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감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이코노믹 클럽' 연설을 통해 여론전에 나섰다. 그는 관세가 국가안보의 핵심임을 강조하며, 비평가들의 우려와 달리 정책 부작용이 실현되지 않았고 관세 부담 역시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번 대법원 소송이 중국을 대변하는 세력에 의해 제기됐다고 규정하며, 반(反)관세론자들을 친중(親中)주의자로 몰아세우는 등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어 지난 1년간 인플레이션 완화와 경제 성장 성과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는데, 이는 다가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물가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을 잠재우고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려는 정치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송 패소 시 발생할 경제적 파장을 부각하며 사법부를 향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그는 13일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대법원이 불리한 판결을 내릴 경우, 당장 환급해야 할 금액만 수천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각국 정부와 기업이 관세 회피를 위해 단행한 공장 및 설비 투자액까지 합산하면 그 규모는 수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관세 조치를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에 비유하면서 대법원 판결로 이것이 무력화된다면 미국은 결국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수조 달러'는 언론과 전문 기관 추산치를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패소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과장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 로이터 추산에 따르면 앞으로 미국 정부 패소 판결이 대법원에 내려질 경우를 가정한 관세 환급액 규모는 1,500억 달러(약 221조원) 안팎이다.
이에 대해 미국 재무부는 재정적 위기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8일 기준 재무부가 보유한 현금은 7,740억 달러(약 1,143조원) 수준이라며 환급이 결정되더라도 감당 가능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또한 환급이 일시불이 아니라 몇 주, 몇 달, 혹은 1년 넘게 걸쳐 분할 지급될 수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우려하는 국가 재정 위기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베선트 장관은 재정 문제보다는 대통령의 통상 권한 축소를 주요 쟁점으로 꼽았다. 그는 "재정보다 더 큰 문제는 관세를 국가 안보와 협상의 수단(Leverage)으로 활용해 온 대통령의 유연성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부과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상대국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취해 왔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관세율 자체가 아니라, 대통령이 보유했던 협상력이 유지될 수 있느냐에 있다. 이는 기존 무역 합의의 법적 안정성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환급 절차 첩첩산중, 美기업 관세 확정 중단 가처분 신청 잇따라
이런 가운데 미국 행정당국은 대법원 판결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환급 사태에 대비해 행정 절차 정비에 착수했다. 연방 관보(Federal Register)에 따르면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오는 2월 6일부터 관세 환급 방식을 기존 수표 발행에서 자동청산결제(ACH) 기반의 전자 이체 방식으로 일괄 전환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통상적인 절차인 동시에, 판결 이후 쇄도할 수 있는 환급 요청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사전 준비 차원으로 해석된다.
다만 시스템 정비와 별개로 실제 환급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앞서 베선트 장관이 지적한 대로 대법원이 환급 범위와 시점을 명확히 적시하지 않을 경우, 행정 절차와 소송이 장기화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미 의회조사국(CRS)은 환급의 핵심 요건으로 '관세 확정'과 '이의제기(Protest)' 기한 준수를 꼽았다. 통상적으로 관세 확정 후 180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해야만 환급 청구권이 인정되므로, 향후 기업과 정부 간에 이를 둘러싼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아울러 한국,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이 체결한 기존의 시장 접근 및 투자 약속들이 관세의 법적 근거 상실 후에도 유효할지에 대한 논의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처럼 환급 절차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미국 기업들은 선제적인 권리 확보에 나섰다. 코스트코(Costco), AGS를 비롯한 여러 미국 사업자들은 관세가 행정적으로 확정될 경우 향후 위헌 판결을 받더라도 환급이 차단될 것을 우려해, 미 국제무역법원(CIT)에 관세 확정 절차 중단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에 미 법무부(DOJ)는 답변서를 통해 관세 확정 여부와 무관하게 향후 법원의 환급 명령을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긴급하고 즉각적이며 회복 불가능한 피해'라는 가처분신청의 요건을 미충족했다고 판단해 AGS의 신청을 기각했으나, 동시에 금반언 원칙을 적용해 정부가 향후 입장을 번복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정부가 추후 관세 확정을 이유로 환급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실질적인 법적 안전장치를 확보하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