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 "MB식 접근인가" 환매 보증으로 지방 미분양 해소 시도하는 정부, 건설 경기 회복 여부는 '불투명'
[부동산 대책] "MB식 접근인가" 환매 보증으로 지방 미분양 해소 시도하는 정부, 건설 경기 회복 여부는 '불투명'
입력
수정
정부, 주택 환매 보증제 앞세워 지방 미분양 해소 나서 이명박 정부식 미분양 대책과 닮은꼴, 건설 경기 회복 효과는 제한 전망 자금 경색 속 구조적 침체 겪는 건설업계, 폐업 속출·고용 냉각

정부가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미분양 대책을 내놨다. 소비자에게 추후 미분양 주택을 정해진 가격에 되팔 수 있는 일종의 권리를 제공해 부동산 시장의 매수 심리 회복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의 구상이 지난 이명박 정부가 펼쳤던 지방 미분양 해소 정책과 닮아 있으나, 당시처럼 건설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를 내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데 전망이 일치한다.
정부, 지방 미분양 주택 환매 보증한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9일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주택 환매 보증제(가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주택 수분양자가 일정 기간 주택을 보유한 뒤 정해진 가격으로 주택매입 리츠에 분양주택을 환매할 수 있도록 조치해, 실수요자에게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수분양자에게 일종의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자산을 팔 수 있는 권리)을 부여하는 셈이다.
사업 구조를 살펴보면 주택을 공급하는 시행사는 금융기관 등과 함께 ‘주택매입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들은 미분양 주택 등을 공급할 때 수분양자에게 매수청구권을 부여한다. 수분양자는 2~3년 동안 주택을 소유하다가 매수청구권 만기가 도래하면 주택을 분양받은 가격 그대로 주택매입기구에 되팔지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주택을 되판다면 주택매입기구는 리츠 등을 통해 해당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운용하거나 재분양한다.
정부는 이 같은 주택 환매 보증제가 지방 부동산 시장의 매수 심리를 회복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라 기대 중이다. 실제 이와 유사한 '부동산 보호약정 서비스'를 도입했던 군산의 e편한세상 디오션루체의 경우, 도입 초기 58.5%에 불과했던 분양률이 8개월 만에 81.5%까지 상승한 전례가 있다. 같은 기간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은 인근 7개 단지의 평균 분양률은 73.1%에서 81.0%로 소폭 뛰는 데 그쳤다.
여기에 더해 환매 주체가 건설사가 아닌 리츠라는 부분도 시장 우려를 경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리츠가 환매 주체가 되면 건설사의 부도나 사업 실패와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환매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주택 환매 보증제가 공공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운용하는 기존 모델보다 한 단계 진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의 지방 미분양 해소 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해당 안이 앞서 이명박 정부가 펼쳤던 부동산 정책과 일부분 유사성을 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명박 정부도 환매 등을 앞세워 지방 미분양 문제를 해소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는 7~8년 동안 급등하던 집값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본격 하락 전환하던 시기였다. 시장이 과열되던 시기 마구잡이로 지은 아파트들은 지방 비인기 지역에서부터 적체되기 시작했고, 미분양 주택은 사상 최대인 16만 가구를 넘어섰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2008년 ‘6·11 지방 미분양 해소 대책’을 발표해 1년간 지방 비투기지역 미분양 주택 매입 시 취득·등록세를 50%까지 감면해 주고, 양도세가 면제되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의 중복 보유 허용 기간도 1년에서 2년으로 완화했다. 분양가를 10% 내린 주택에 대한 LTV도 상향 조정(60%→70%)됐다. 이후 8·21 대책에는 시세의 70~75% 수준에서 지방미분양주택을 3조원까지 환매 조건부 매입하고, 수도권 전매제한 기간을 완화(5~10년→1~7년)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밖에도 11·3 대책(지방에서 미분양 아파트 매입 시 양도세 중과 배제, 서울 강남3구 제외한 수도권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 2009년 2·12 대책(서울 등 과밀억제권역을 제외한 지역 미분양 양도세 5년간 전액 면제) 등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한 방안이 다수 등장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점진적으로 감소 흐름을 보였고, 자금 경색에 빠진 건설사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자금 부담을 일부분 덜어낼 수 있었다.

먹구름 드리운 건설업계
다만 현 정부의 주택 환매 보증제가 이명박 정부 당시처럼 건설 경기 회복을 견인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건설업계 업황이 완전히 침체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12월 10일 종합공사업 폐업 신고 건수는 610건에 달했다. 한 달에 50건 이상, 하루 1.6건 이상의 폐업 신고가 발생한 셈이다. 이는 2005년 이래 최대 규모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 기반이 약한 소형 건설사를 넘어 중견 건설사들까지 무너뜨렸다. 지난해 신동아건설과 대저건설, 삼부토건 등 9곳에 이르는 중견 건설사들이 회생절차를 진행했고, 조기 회생에 성공한 곳은 신동아건설뿐이었다.
고용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6월 건설업 취업자 수는 193만9,000명으로 1년 전 대비 14만6,000명 감소했다. 건설업 부문 취업자 수가 200만 명 밑으로 하락한 것은 5년 만이다. 감소 폭은 외환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1999년 상반기(-27만4,000명) 이후 26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하반기(-10만6,000명)보다도 컸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해 건설업 연간 취업자 수가 2024년보다 4.8%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했는데, 이 같은 전망을 기반으로 단순 계산하면 작년 하반기에는 약 10만 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사라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건설업 업황이 악화한 핵심 원인으로는 유동성 악화가 꼽힌다. 미분양이 잇따라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금융권의 건설·부동산 익스포저 관리 강화로 브릿지론(연계자금)과 본PF 심사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금 흐름이 경색된 것이다. 자재 가격·인건비 등 공사비 상승도 치명적 악재로 꼽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2.45를 기록하며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공사비가 오르면 건설사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착공이 줄며 침체가 더 빠르게 확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