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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도 넘은 연준 흔들기, 글로벌 자산 재편 ‘트리거’로

트럼프의 도 넘은 연준 흔들기, 글로벌 자산 재편 ‘트리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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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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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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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먼·BNY CEO 집단 경고, “연준 독립성은 시장의 초석”
트럼프 “파월 무능·부패” 또 공개 공격, 후임 지명 강행 방침도
금융권서 우려 확산, 연준 독립성 훼손 시 달러 위상도 추락

월가 수장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압박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연준 독립성 수호에 나섰다. 정치권의 개입이 오히려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하고 장기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경제계 간 정면충돌 양상이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연준 의장이 형사 수사의 대상이 된 상황은 미국 금융 질서의 제도적 기반을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압박에 월가 수장들 ‘독립성 수호’ 한목소리

1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4분기 실적 언론 보고회에서 법무부가 연준에 대배심 소환장을 발부한 것에 대해 “우리가 아는 모두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이번 일은 아마도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이고 아마도 시간에 걸쳐 금리를 상승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금융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재무부장관 후보로도 꼽혀온 다이먼 CEO는 지난해에도 “연준의 독립성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뉴욕멜론은행(BNY)의 로빈 빈스(Robin Vince) CEO도 같은 날 실적발표회에서 파월 의장 기소 시도와 관련해 “채권시장의 근간을 흔들지 말고, 잠재적으로 금리를 올릴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신뢰에 다소 부족함이 있다”고 비판했다. 빈스 CEO는 독자적으로 통화정책을 설정할 수 있는 독립적 중앙은행은 상당히 확립된 제도로 미국 경제의 장기적 이익에 매우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JP모건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제레미 바넘(Jeremy Barnum)도 "연준의 독립성 상실은 수익률 곡선을 더 가파르게 만들고 지속적인 경제 활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더 큰 문제는 미국 경제 전망과 더 나아가 세계 경제 안정에도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 11일 공개 성명을 내고 자신이 연준 청사 건물 개보수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수사를 받고 기소당할 상황에 부닥쳤다며 이번 수사가 연준의 독립성에 관한 전례 없는 행정부의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법무부는 파월 의장이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연준 본청 개·보수 공사 비용을 축소했다며 위증 혐의로 그를 수사 중이다.

그러나 개·보수 비용이나 증언은 구실일 뿐, 기소 압박은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 저항한 자신을 향한 ‘보복’이라는 게 파월 의장의 판단이다. 그는 “이 전례 없는 행위는 행정부의 위협과 지속적인 압박이라는 맥락에서 봐야 한다”며 “형사 기소 위협은 연준이 대통령의 선호를 따르기보다 공공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방향에 따라 금리를 결정해 왔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재취임 직후부터 노골적으로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했고, 파월 의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 웨이’ 행보를 걸었다. 지난 1년간 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 내려 현재는 연 3.5~3.75%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을 “너무 늦은 사람(Mr. Too late)”이라고 깎아내린 이유다.

트럼프 또 도 넘은 발언 “나쁜 파월 떠나라”

대통령이 국가 기관인 법무부를 움직여 또 다른 국가 기관인 연준의 수장을 공격한 이번 사안에 대해 월가뿐 아니라 미국 정치·경제계에서도 연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벤 버냉키(Ben Bernanke),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재닛 옐런(Janet Yellen) 등 역대 연준 의장과 경제학자 13명은 12일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수사를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공격”으로 규정하며 “이는 인플레이션과 경제 기능에 매우 부정적 결과를 수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존 튠(John Thune)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이 사안이 신속히 해결되고 연준에 대한 정치적 개입으로 비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준에 대한 국제적 지지 역시 이어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한국·영국·스웨덴·덴마크·스위스·호주·캐나다·브라질 중앙은행 수장들과 국제결제은행(BIS) 관계자들도 공동성명을 통해 파월 의장과 연준을 지지했다. 이들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 그리고 시민의 이익을 위한 경제 안정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다시 한번 연준 의장을 향해 공개 사퇴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는 13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포드 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그(파월 의장)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거나, 그보다 더 나쁘다”며 “곧 그 자리에서 물러나길 바란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어 “우리는 나쁜 연준 의장을 갖고 있다”며 “특히 금리를 너무 높게 했다는 점에서 나쁘다”고 비판했다. 그는 연준 본부 개보수 사업을 두고도 “작은 건물 하나를 고치는 데 역사상 가장 비싼 공사를 벌이고 있다”며 “나는 2,500만 달러(약 370억원)로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는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을 향해 “정말 뻣뻣한 사람(real stiff)”, “얼간이(jerk)”라고 표현하며 “나는 시장이 호황일 때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곧 떠나게 될 것”이라고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CBS 방송과의 인터뷰 중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몇몇 저명한 보수주의자들도 정치적 보복으로 보인다고 한다'는 지적에는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그걸 좋아한다. 반대보다 찬성하는 사람이 많다”고 반박하며 “어떻게 보이는지는 나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몇 주 안에 차기 연준 의장 지명을 발표하겠다”며, 법무부 수사가 인준 절차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선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부-중앙은행 갈등에, 달러 떠받치는 기둥 흔들

하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앞으로도 미국 중앙은행이 정치권의 지속적인 압박 아래 놓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앙은행장이 형사 수사의 표적이 되는 일은 미국 현대사에서 극히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주요 외신들이 “달러를 떠받치는 제도적 기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한 배경 역시 이 지점에 맞닿아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의 위상이 미국의 경제 규모 하나로 유지되는 체계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달러의 국제적 지위는 △금리 수준 △제도적 안정성 △통화정책 신뢰도라는 세 축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연준이 정치적 영향력에서 분리돼 있다는 인식이 유지돼야 정책 경로는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고, 미국 국채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무위험 자산으로 기능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이 세 가지 축을 동시에 흔들었다는 평가다. 정치가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달러의 핵심 무기인 '금리 프리미엄'과 '안전자산 프리미엄'이 동시에 약화될 수 있다.

최근 외환시장의 움직임도 이 같은 메커니즘을 그대로 반영했다. 11일 파월 의장 발언 이후 주요 6국(유로·일본·영국·캐나다·스웨덴·스위스)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전거래일보다 0.37% 내린 98.8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부 거래 시간대엔 0.2~0.3% 안팎의 조정도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압박하자 위험 회피를 위해 미국 자산을 파는 매도 거래가 늘어난 것이다.

연준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장기화할 경우 달러의 위상은 더 위태로워질 수 있다. UBS 자산운용이 지난해 전 세계 40여 국 중앙은행 외환보유고 관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연준에 대한 신뢰 약화 등으로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낮추겠다는 응답자는 29%에 달했다. 지난해 국제금융센터가 내놓은 ‘연준 독립성 관련 논란 평가’ 보고서 역시 “연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공격은 국채 수요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장기금리를 상승시키고, 달러의 가치를 약화시켜 증시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역사적으로도 중앙은행 독립성은 물가 안정과 통화 신뢰의 핵심 변수로 작용해 왔다. 국제금융센터가 155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화한 개혁은 이후 수년간 인플레이션을 0.5~1%포인트 낮췄으며, 중앙은행 임원의 임명·해임 절차의 독립성을 높인 개혁도 유사한 정량적 효과를 보였다. 장기적 관점에서 더 중요한 변수는 준비통화 수요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의 상당 부분을 달러로 유지하는 배경에는 미국 통화정책의 독립성과 법·제도적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신뢰가 훼손될 경우 보유 비중을 분산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될 수 있다. 달러에 대한 구조적 수요가 줄어들면, 약세 압력은 단기 조정을 넘어 체제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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