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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원자재는 아프리카에, 힘은 정제 공정에

[딥테크] 원자재는 아프리카에, 힘은 정제 공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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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onths 2 we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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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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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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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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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 다변화, 협상력은 정제 단계에 고정
정제·제조 공정, 희토류 공급망 통제력 결정
정제 없는 다변화, 의존 구조 반복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희토류 공급망에서 힘의 균형을 결정하는 핵심은 채굴 단계가 아니라 정제 역량에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 세계 희토류 산업에서 지배적 위치를 유지하는 배경도 매장량보다 가공 능력에 기반한다. 실제로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원소의 약 90%를 산업용 소재로 정제·가공하고 있으며, 이는 공급망의 중심이 여전히 정제와 후공정에 놓여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희토류는 채굴만으로 산업적 가치가 완성되지 않는다. 

분리·정제·금속화·자석 제조를 거치는 과정에서 비로소 활용 가능한 소재로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축적되는 공정 기술과 운영 경험이 곧 공급망에 대한 통제력으로 이어진다. 이런 구조를 감안하면 아프리카의 신규 희토류 개발은 공급 확대라는 의미는 갖지만, 정제와 후공정이 함께 구축되지 않는 한 통상 지형의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결국 희토류 산업의 경쟁력은 자원이 묻힌 위치가 아닌 이를 완성하는 공정에서 형성된다.

채굴 확대 한계, 협상력은 그대로

아프리카의 희토류 채굴 확대는 공급선 다변화라는 측면에서는 의미를 갖는다. 다만 이 흐름이 곧바로 협상력 강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희토류 산업에서 가격 결정력과 통제력이 형성되는 구간이 채굴 이후 단계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남부와 동부 아프리카에서는 네오디뮴(Neodymium, Nd)과 프라세오디뮴(Praseodymium, Pr)등 고성능 자석에 필요한 희토류 매장지가 다수 확인됐고, 일부 광석은 여러 핵심 원소를 동시에 포함해 경제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조건은 초기 투자 유치와 생산 확대에는 유리하게 작용해 왔다.

그러나 채굴 중심 구조가 유지되는 한, 환경 관리와 사회적 비용은 생산국에 남고, 정제와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는 외부로 이전되는 흐름이 반복된다. 그 결과 채굴 확대는 글로벌 물량 증가로는 이어졌지만, 공급망 내 역할과 교섭 위치를 바꾸는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희토류 공급망에서 가치가 형성되는 구간
희토류 산업에서 경제적·전략적 가치는 채굴(10%)보다 정제(35%), 금속·합금 생산(25%), 자석 제조(30%) 등 후공정에 집중돼 있다.

정제・제조에 쏠린 공급망 통제력

희토류 공급망에서 실질적인 통제력은 정제와 제조 단계에 집중돼 있다. 공급망은 채굴을 시작으로 농축, 화학적 분리, 금속·합금 생산, 자석 제조로 이어지는 구조를 가진다. 이 가운데 화학적 분리와 이후 공정은 기술 난도가 높고 대규모 자본 투입이 요구되는 구간으로 분류된다.

공정 조건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시약 품질을 관리하며, 폐기물과 부산물을 처리하는 정제 단계는 진입 장벽이 특히 높다. 중국은 이러한 부담을 장기간 감내하며 공정을 축적해 왔고, 그 과정에서 화학 기업과 장비 업체, 연구기관이 결합된 산업 생태계를 형성했다. 공정 개선과 인력 이동이 반복되면서 경험이 축적됐고, 비용과 품질 측면에서 경쟁력이 강화됐다.

그 결과 정제 능력의 지역 편중이 구조적으로 굳어졌다. 정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신규 생산국의 희토류 물량은 결국 기존 가공 거점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희토류 공급망 단계별 통제력 분포
희토류 채굴 단계에서는 중국의 점유율이 약 60%로 나타나지만, 정제 단계에서는 89%, 자석 생산 단계에서는 92%로 급격히 높아진다. 반면 기타 국가들의 비중은 정제(11%), 자석 생산(8%)에 그친다.

호주·인도 참여, 전환은 미완

호주와 인도는 아프리카 희토류 개발에 각각 역할을 더하고 있다. 호주는 탐사 자본을 제공하고 대형 자원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경험을 축적해 왔으며, 국제 환경 기준을 충족해 온 이력도 확인된다. 이 요소들은 초기 개발 단계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해 왔다.

인도에서는 전기차와 풍력, 방위 산업을 중심으로 자석과 고성능 합금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희토류 공급에 대한 필요성도 함께 커졌다. 이 같은 결합은 채굴을 넘어선 협력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구조 전환으로 이어지기에는 조건이 충분하지 않다. 호주의 강점은 상류 개발에 머물러 있고, 인도는 정제와 제조를 포함한 하류 공정에서 기술과 인력을 다시 축적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제·제조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기술 이전과 인력 양성, 장기 투자 구조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자본과 수요만으로는 공급망의 중심을 옮기기 어렵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정제 없는 다변화, 의존은 유지

희토류 공급망에서 선택지는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정제와 후공정에 투자해 구조를 바꾸는 방식과, 기존 가공 체제에 편입되는 방식이다. 현재로서는 단계적 산업 전략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고순도 산화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분리 설비를 출발점으로 삼고, 이후 금속·합금 공정으로 확장한 뒤 자석 제조 단계까지 순차적으로 이어가는 접근이다. 이 과정에서 각 단계는 설비 확충에 그치지 않고 기술 이전과 현지 인력 양성을 조건으로 설정돼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혼합 금융, 정부 보증, 공공 조달 같은 정책 수단이 초기 리스크를 낮추는 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는 변화는 피하기 어렵다. 다만 정제 능력을 통제하는 국가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된다. 결국 희토류 공급망의 힘은 매장지가 아닌 공정에서 형성된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 다변화는 통상적 의존을 완화하는 단계까지 이어지기 어렵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Raw Ground, Finished Power: Why Africa Will Not Break China’s Rare Earths Grip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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