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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안보 산업정책이 바꾸는 교육의 조건

[딥폴리시] 안보 산업정책이 바꾸는 교육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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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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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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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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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산업정책 확산으로 교육 운영 환경 변화
반도체·디지털 규제를 중심으로 대학과 연구 현장 영향 확대
교육·연구를 유지하기 위한 명확한 관리 기준 필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5년 10월 15일 기준 주요20개국(G20) 전반에서 시행된 수입 제한 조치는 약 4조15억 달러(약 5,799조원) 규모의 교역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G20 전체 수입의 22%에 해당한다. 세계무역기구(WTO)는 해당 규모를 전 세계 수입의 16.9%로 집계하며, 이러한 흐름이 단기적 대응을 넘어 중장기 정책 기조로 굳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국 시장으로 유입되는 재화와 기술이 정책 판단에 따라 조정되면서, 필요한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산업 영역에 그치지 않는다. 안보를 명분으로 한 산업정책은 자원 조달과 기술 활용 기준을 재설정하며 교육 분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라인 교육 시스템과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 실험실 장비 확보, 해외 대학·연구 기관과의 공동 연구는 개별 기관의 판단만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사안이 됐다. 공급망 상황과 국가 정책이 선행 조건으로 작용하면서, 교육정책 역시 전략 환경과 분리해 설계하기 어려운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산업정책의 방향 전환은 교육과 연구가 다루는 핵심 분야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위성, 클라우드 플랫폼은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교육·연구 환경을 좌우하는 기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들 분야에 대한 접근 제약은 연구 주제 선정과 실습 환경 구성, 협력 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교육 현장은 이러한 제약을 전제로 운영 방식을 조정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에 따라 교육의 과제도 달라지고 있다. 경쟁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필요한 역량을 안정적으로 축적하면서 위험이 관리 가능한 영역에서는 협력과 교류를 유지할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정책 변화에 따라 교육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협력 범위는 점진적으로 재정리되고 있다.

안보 산업정책과 교육 역할 변화

안보 산업정책의 영향은 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컴퓨터 칩은 산업과 연구 전반의 핵심 투입재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 육성과 관련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해 대규모 재정을 투입했다. 해당 법은 생산 설비 확충과 함께 이를 운영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와 인력 양성을 주요 정책 축으로 설정했다. 유럽도 유사한 방향을 택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반도체법은 공공 재정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투자를 포함하며, 2030년까지 정책 주도의 공공·민간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숙련 인력 양성은 정책 설계의 핵심 조건으로 다뤄지고 있다.

안보 산업정책은 첨단 물자에 대한 접근 조건도 강화하고 있다. 2025년 초 미국 상무부는 고성능 컴퓨팅 칩에 대한 규제를 추가로 도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산업 자재에 대한 수출 통제는 꾸준히 증가했으며, 특히 2023년에 새로운 제한 조치가 집중됐다. 동시에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희토류 등 핵심 자재의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연구 환경의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 실험 장비 확보와 연구 기획 과정은 이전보다 제약을 받는 구조로 바뀌었고, 공급 안정성은 교육기관 운영에서 중요한 변수로 자리 잡았다.

2016~2025년 수입 제한 조치 추이
주: 규제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필요한 자원과 장비는 시장이 아니라 정책 판단에 따라 좌우되기 시작했다. 이는 안보 산업정책이 작동하는 지점이다.

전략 자산이 된 대학

안보 산업정책이 강화되면서 대학의 역할도 재정의되고 있다. 대학은 중립적인 인재 배출 기관을 넘어, 국내 산업 기반을 뒷받침하는 전략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숙련 인력 공급과 연구 성과의 산업 연결 기능이 정책 목표에 포함되면서, 정부는 민감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 협력과 근로 형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국제 인재는 대학과 연구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남아 있다. 오픈 도어스(Open Doors)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미국 고등교육기관에 등록한 유학생 수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며, 주요 출신 국가는 인도와 중국이었다. 선택적 실무 연수(OPT) 참여자 수도 사상 최대를 기록해, 대학 교육과 노동시장이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를 일괄적으로 위험 요소로 간주할 경우, 대학이 축적해 온 인적 자산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2024~2025년 미국 유학생의 노동 경험 경로
주: 전체 유학생 117만7,766명 가운데 선택적 실무 연수(OPT)가 약 25%(29만4,253명)를 차지한다. 유학생 이동은 학업에 그치지 않고 노동시장으로 이어지는 통로이며, 안보 산업정책은 이 경로에 점차 개입하고 있다.

재정 측면에서도 영향은 분명하다. 2024년 교육 관련 지출은 최근 수년 중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유학생은 등록금 수입뿐 아니라 연구실 운영과 지역 경제에도 중요한 재원이다. 같은 기간 유학생의 경제 기여는 수십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며, 이는 연구 인력 유지와 시설 투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구조를 고려하면 전면적 개방이나 전면적 차단은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국제 인재 수용과 연구 협력 관리에 대해 명확한 기준과 공정한 심사 절차, 실효성 있는 준법 지원 체계를 적용하는 방식이 요구된다.

대학 차원의 대응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안보 산업정책을 상시 운영 조건으로 인식하고, 연구실별 장비 사용과 협력 범위를 점검하는 체계가 논의되고 있다. 구성원이 따를 수 있는 규칙을 마련하고 감독 기능을 중앙화함으로써 연구 지연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기초과학과 사회과학 등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영역은 구분해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들 분야의 개방성은 연구의 신뢰성과 교육의 질을 뒷받침한다. 규제가 기관별로 엇갈릴 경우 취약점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대학 간 정보 공유와 공동 대응도 중요하다. 정부가 역량 확대를 목표로 한다면, 연구와 교육 투자와 함께 거버넌스 구축에도 재원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규제로 확장되는 안보 산업정책

안보 산업정책은 제조와 수출 통제를 넘어, 규제를 통해 디지털 플랫폼 질서까지 재편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대형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을 제한하고 경쟁 환경을 조정하고 있다. 플랫폼에 적용되는 규칙이 달라지면, 어떤 서비스와 기술이 확산될 수 있는지도 함께 바뀐다. EU가 일부 대형 플랫폼을 ‘게이트키퍼(gatekeeper)’로 지정한 것은 규제를 통해 디지털 산업 구조를 관리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교육 분야는 이러한 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교육기관은 학습 플랫폼, 클라우드 저장소, 인공지능 기반 도구, 행정 시스템 등 디지털 인프라에 광범위하게 의존하고 있다. 규제가 변경되면 플랫폼 사업자의 운영 범위가 조정되고, 그에 따라 교육 환경도 함께 바뀐다. 기능 구조와 데이터 처리 방식이 달라지면서, 캠퍼스 정보기술(IT) 운영과 준법 관리 부담은 확대되는 흐름이다.

이로 인해 교육기관의 운영 판단도 달라지고 있다. 디지털 조달과 시스템 선택은 정책 환경 변화를 전제로 검토되고 있으며, 특정 플랫폼에 대한 의존을 낮추기 위한 대체 수단과 분산 전략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정책 차원에서는 교육 규칙을 디지털 규제 환경과 연동해 설계함으로써, 일방적인 시스템 변경이나 구조적 종속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규제가 산업 질서를 형성하는 환경에서, 교육 역시 그 조건을 고려한 운영 체계를 갖춰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교육의 운영 원칙

안보 산업정책의 확산은 교육의 역할과 운영 범위를 직접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기관의 대응은 명확한 운영 기준을 설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산업과 연구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내용을 교육 과정에 반영하고, 기술과 연구 주제가 어떤 규제 환경에 놓이는지 분명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학생은 정책 변화가 산업 구조와 연구 기획에 어떤 제약을 주는지 이해해야 하며, 교육기관은 연구자와 직원이 따를 수 있는 통일된 규칙을 마련해 연구 활동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정책 결정권자의 역할도 분명하다. 규제 대상과 예외 범위를 명확히 하고, 위험이 낮은 연구와 교육 영역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연구 지원과 인력 양성 정책 역시 단기 대응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구조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건이 갖춰질 때, 교육은 안보 산업정책 환경에서도 본래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교육은 학습과 연구가 지속되기 위한 공적 기반이다. 안보 산업정책이 확산되는 환경에서도, 이 원칙은 교육 운영의 기준으로 유지돼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Security Industrial Policy Is Now Education Policy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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