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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가 드러낸 美 방산업 취약 고리, 탈중국 공급망 재편 전략도 시험대

희토류가 드러낸 美 방산업 취약 고리, 탈중국 공급망 재편 전략도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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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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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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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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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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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무기 체계 내 희토류 의존도 확인
대안 없는 미국, 공급망 재편 최소 5년
중국과 외교 마찰 시 공급 불확실성 ↑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미국 방산 공급망의 취약성이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드러났다. 유도무기와 전투기 등 핵심 무기 체계에 쓰이는 희토류 공급이 막히면서 미국 방산업계는 수십 년 동안 창고에 보관돼 있던 재고를 긴급 공수해 생산을 이어가야 하는 형국이다. 이 같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공급망 재편에는 최소 수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의 사례처럼 자립 노력이 상당히 진행된 국가조차 외교적 변수 앞에서는 긴장 완화 메시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함께 부각되는 모습이다. 

생산 일정 고강도 압박

29일(이하 현지시각) 현지 매체 시애틀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최첨단 유도무기 생산 라인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여파로 멈춰 설 위기에 처했다. 매체는 “정밀 유도 미사일의 방향 제어에 쓰이는 고성능 자석에는 사마륨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데, 중국 당국의 수출 관리 강화 이후 신규 물량 확보가 사실상 막히면서 기존 생산 계획이 연쇄적으로 흔들렸다”며 “일부 방산업체는 계약 일정 조정과 납품 지연 가능성을 동시에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마륨은 고온·고압 환경에서도 자기 성능을 유지하는 사마륨-코발트 자석의 핵심 재료다. 해당 자석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F-35 전투기를 비롯한 각종 정밀 유도무기와 레이더 구동부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그간 미국 방산업계는 이 같은 사마륨을 상당 부분이 중국으로부터 공수한 탓에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막대한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중국의 사마륨-코발트 자석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하며, 일본이 10% 이하를 차지한다. 중국이 희토류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지정하고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하면, 일본의 비중은 한층 쪼그라들 전망이다. 

앞서 지난 26일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승인에 대응해 미국 방산기업과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제재 조치를 공식 발표했다. 노스럽그루먼과 L3해리스의 해양 부문, 보잉 세인트루이스 지사, 깁스앤드콕스 등 방산기업 20곳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으며, 중국 내 자산 동결과 중국 기업과의 거래 금지가 동시에 적용됐다. 이는 그간의 희토 수출 통제 조치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미국 내 방산 기업을 직접 겨냥한 제재라는 점에서 그 파급력이 한층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됐다. 

공급 차질이 가시화되자, 미국 방산업계는 전 세계 공급망을 가동해 비상 대응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영국 희토류 업체 레스 커먼 메탈스가 프랑스 라로셸 지역에 위치한 솔베이 공장 창고에서 수십 년간 보관돼 있던 사마륨 질산염 재고를 찾아냈다. 해당 재고는 1970년대부터 축적된 물량으로, 정상적인 상업 공급망과는 동떨어진 까닭에 무사히 남아 있던 예외적 사례다. 미국 방산 부품업체들은 해당 물량을 전량 구매해 영국에서 금속화했고, 이후 다시 미국으로 들여오는 복잡한 경로를 택해야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응급 수혈’은 근본적 해법이라기보다는 시간을 벌기 위한 임시 조치에 가깝다. 한 방산 업체 관계자는 “이번에 확보한 물량으로 버틸 수 있는 생산 기간은 1년 안팎에 불과할 것”이라며 “이후에도 중국 공급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엔 추가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안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방산 공급망이 특정 국가의 원자재 수출 정책에 얼마나 취약한지, 그리고 단기 대응 여력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동시에 드러낸 장면으로 읽힌다. 

채굴·정제 체계 구축에 장기간 소요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의 공급망 다변화가 현실로 이뤄지기까지는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업계 안팎의 비관적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미 에너지부(DOE)는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갈륨·게르마늄 등 희토류에 대한 대체 공급망 구축에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까지도 필요할 전망”이라고 짚었다. 신규 광산 개발에는 환경영향평가와 인허가 절차 등에 수년이 소요되고, 이후 정제·분리·합금·자석 제조로 이어지는 후방 공정 또한 단계적으로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채굴 이후 단계는 미국이 겪는 시간 압박의 핵심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미 지질조사국(USGS)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원광 생산의 약 38%, 정제 공정의 84%, 자석 제조의 92%를 점유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미국이 자체 광산을 확보하더라도 정제와 자석 단계에서 다시 병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 내 유일한 대형 희토류 광산인 MP머티리얼스 역시 캘리포니아 광산에서 원광 채굴한 후 정제 공정은 대부분 중국 설비를 이용했다. 

미국 정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직접 공급망 재편에 개입했다. 지난 7월 미 국방부는 MP머티리얼스와 10년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에 대해 킬로그램(kg)당 110달러(약 15만9,000원)의 가격 하한을 보장했다. 연방정부가 핵심 광산 기업의 주요 주주로 참여해 생산과 가격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불칸엘리먼츠, 리엘리먼트 같은 정제·재활용 기업에도 정부 자본이 투입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런 조치로도 단기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외교적 선택지를 둘러싼 논의도 함께 본격화하는 형국이다. 중국의 공급 축소 및 허가 절차 지연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이 동맹국 협력만으로 공백을 상쇄하기는 쉽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다. 과거 중국이 갈륨 수출을 중단했을 당시 국제 가격이 40% 넘게 급등한 사례 역시 대체 공급망의 취약성을 확인할 때 빈번히 인용된다. 미국이 당장의 생산 유지라는 압박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완전한 공급망 재편 전까지는 중국에 긴장 완화의 제스처를 보낼 수밖에 없다는 게 외교계와 산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자립 수준 별개로 외교 변수 영향 지속

미국보다 앞서 공급망 재편에 나선 일본의 사례는 탈중국 전략이 내포한 현실적 한계를 보다 선명히 보여준다. 일본은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중국의 희토류 대일 수출 제한을 직접 경험한 바 있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진 공급 차질은 일본 제조업 전반에 즉각적인 충격을 줬고, 특정 원소의 공급 통로가 막히면 생산 공정 전체가 흔들린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이를 계기로 일본은 희토류를 국가 차원의 관리 대상 자원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후 장기간에 걸쳐 공급망 다변화에 자원을 투입했다. 

그 결과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는 2010년 85%에서 최근 60%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는 한국(80% 이상), 미국(75% 이상), 유럽(95% 이상) 등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지난 10월부터는 호주 광산 기업 라이너스가 채굴한 중희토류를 공급받으면서 추가 의존도 완화를 서둘렀다. 라이너스는 자국에서 채굴한 원광을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디스프로슘(Dy), 테르븀(Tb) 등으로 분리·정제해 일본에 공급한다. 라이너스와의 거래는 일본이 중국 외 국가에서 중희토류를 들여오는 첫 사례다.

다만 공급망이 일부 다변화됐다고 해서 외교 변수의 영향에서 자유로워졌다는 뜻은 아니다. 절반을 넘는 비중이 여전히 중국에 묶여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탓이다. 실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중국의 일본 기업 대상 희토류 수출 허가 절차가 지연되는 흐름을 보인 바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고의적인 조치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지만, 허가 지연 자체만으로도 기업은 재고 확보와 생산 일정 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결국 다카이치 총리는 자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전략적 호혜 관계를 포괄적으로 추진하고 건설적이며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하겠다”며 문제의 단초가 된 발언을 반성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일·중 사이에 다양한 과제가 산적한 만큼 의사소통이 중요하고, 양국 정상 간 조율을 전제로 더 큰 뜻을 이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공급망을 상당 부분 다변화했음에도 중대한 외교적 변수 앞에서 일본이 유화적 메시지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씁쓸한 현실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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