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 끝, 최소 자금이라도 챙기자” 서울 신축 보류지도 ‘눈물의 할인’
“불장 끝, 최소 자금이라도 챙기자” 서울 신축 보류지도 ‘눈물의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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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로또’에서 ‘찬밥 신세’로 매각가 시세와 비슷, 매력 떨어져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 부담도 확대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서울 신축 아파트 보류지 중에서도 할인 매각에 나서는 곳이 나오고 있다. 보류지는 재건축·재개발조합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주택이다. 그간 보류지는 보유 주택 수와 관계없이 입찰이 가능하고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제2의 로또’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 매각가가 시세에 근접해진 데다, 대출 규제 강화로 수억원의 자금을 단기간 마련해야 하는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조합이 보류지를 매각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신축 보류지 시장 ‘찬바람’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은평구 수색동 수색7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18일 'DMC아트포레자이' 전용 84㎡, 59㎡ 보류지를 각각 12억3,000만원, 10억3,500만원에 매각한다고 공고를 냈다. 이 조합은 지난달 말 해당 보류지 매각을 한 차례 시도한 바 있다. 당시 매각가는 각각 12억5,000만원, 10억5,000만원이었다. 조합은 불과 3주 만에 보류지 매각가를 2,000만원, 1,500만원씩 낮춰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DMC아트포레자이처럼 가격을 낮추거나 매각 조건을 완화하는 보류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2가 210-1번지 일대 '국제빌딩주변 제5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조합'은 최근 '호반써밋 에이디션' 전용 84㎡B(20층)와 오피스텔 전용 42㎡A(12층) 등 보류지에 대한 2차 매각을 시도하면서 최고가 매각 방식 대신 선착순 매각 방식으로 선회했다. 당초 이 보류지는 용산구의 신축이라는 희소성과 토허구역 규제 예외라는 특수로 순조롭게 매각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주인을 찾는 데 실패해 선착순 분양으로 바꿨다.
서울 강동구 '고덕 롯데캐슬베네루체' 보류지는 5년 만에 주인을 찾았다. 조합은 2021년 이후 8차례에 걸쳐 보류지 매각을 시도해 왔다. 최초 입찰가가 전용 59㎡ 13억원, 122㎡ 21억원이었으나 두 차례 유찰을 거치며 각각 12억6,000만원과 20억5,000만원으로 가격을 낮췄다. 그럼에도 이후 6차례 연속 유찰되며 매각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7월 열린 9차 입찰에서 보류지 3가구 중 2가구가 매각됐다. 매각된 물량은 전용 59㎡ 2가구로, 최저 입찰기준가 12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다만 나머지 전용 122㎡ 1가구는 여전히 매각되지 않고 있다.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대출 한도 뚝
보류지는 단지별 30세대 이하로 공급 규모가 적고 매각 전반에 대한 정비사업 조합의 권한이 크다보니 부동산 시장 호황기 때는 주변시세를 넘어서는 분양가 책정에도 입찰경쟁이 치열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었다. 청약 필수요건인 가점이 낮아도 상관없고, 다주택자도 돈만 있으면 입찰할 수 있다. 전매제한도 없어 낙찰받고 등기만 완성되면 매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항상 수요자로 북적였다. 하지만 최근 보류지 청약 수요는 예년 같지 않은 데다 대기수요가 많던 인기 지역도 유찰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분위기가 급변한 것은 2022년 하반기부터로,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해 조합의 공사비·금융비용 부담이 가파르게 증폭됐고, 그 압박이 보류지로 연쇄 전이되며 매수 심리를 급속히 냉각시켰다. 대출 규제 강화도 보류지 매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보류지 매각은 통상 계약금을 치른 뒤 1~2개월 안에 잔금을 치러야 해 단기간에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정부의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에 따라 대출을 받아 보류지를 사면 실거주 의무가 부과된다. 사실상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매)가 차단되는 셈이다.
최근 보류지 가격이 시세에 근접해졌다는 점도 매입 수요 위축의 이유로 꼽힌다. 보류지는 과거 실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에 시장에 나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조합에서 급등한 공사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시세와 엇비슷한 가격에 매각을 시도하고 일이 잦다. 실제 서울 은평구 수색동에 소재한 DMC파인시티자이 59㎡의 최근 실거래가는 지난 9월 23일 체결된 11억4,900만원으로 보류지 매각가와 큰 차이가 없었다. 아울러 보류지의 경우 동호수에 대한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 측면의 장점마저 크지 않자 매수자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보류지 입찰시장은 위축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매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조합이 최저 입찰가격을 대폭 낮추지 않는다면 급매물이나 경매보다 가격 이점이 떨어지고 한 번에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보류지 청약에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년 입주물량 24% 감소, 서울은 3만 가구 아래로
이 같은 수요 위축은 공급 측 의사결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최근 들어 향후 분양과 착공 계획이 연기되거나 철회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신규 공급 자체가 급감하는 흐름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은 21만387가구로, 올해(27만8,088가구)보다 6만7,701가구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간 전국 평균 입주물량(35만 가구)에 비해 60% 수준에 그치는 숫자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됐던 2022년부터 인허가나 분양 물량이 전년 대비 감소했는데, 이 추세가 수년 뒤 입주량 감소로 나타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수도권의 입주량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의 경우 올해 4만2,611가구에서 내년 2만9,161가구로, 32% 빠질 것으로 관측됐다. 인천은 올해 2만93가구에서 1만5161가구로 25% 감소, 경기도는 7만4,156가구에서 6만7,578가구로 9%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그다음으로 입주물량 증감률이 가장 큰 곳은 경남(2만2,724가구 →7,682가구) -66%, 제주(1,630가구→559가구) -66%, 경북(1만1,305가구 →5,286가구) -53%, 대전(1만1,861가구→6,667가구) -44% 순이다.
수도권 입주량은 향후 3년간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R114는 올해 13만6,860가구에서 내년 11만1,900가구로, 2027년 10만8,191가구, 2028년 9만8,487가구 순으로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내년 입주물량 감소는 시작에 불과하고, 장기적으로는 더 심화할 것"이라며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 지역에서는 전·월세 수급 불균형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R114는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예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정비 사업 이주 수요가 맞물리거나 신규 공급 공백이 발생하는 일부 지역에서는 단기적으로 공급 부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