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호황 속 내수 경고등" 부동산 부진·수출 모델 한계에 신음하는 中, 당정 대응 착수
"수출 호황 속 내수 경고등" 부동산 부진·수출 모델 한계에 신음하는 中, 당정 대응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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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성장세 속 얼어붙은 中 내수, 부동산 침체가 소비·투자 끌어내려 중국식 '보조금 수출 모델'도 한계, 무역 긴장 속 성장 동력 '흔들' 中 당정, 내년 최우선 정책 과제로 '내수 진작' 제시

중국의 경제 성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유의미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 부동산 시장 침체·수출 모델의 한계 등으로 인해 내수 전반이 얼어붙으며 중국 정부의 성장 전략 전환 계획에 제동이 걸리는 양상이다. 이에 중국 당정은 내년 최우선 정책 과제로 내수 진작을 지목하며 시장 부양 의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수출-내수 불균형에 신음하는 中
22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1~11월 무역흑자는 1조760억 달러(약 1,590조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흑자액인 9,921억 달러(약 1,470조원)를 이미 넘어선 수준이자, 세계 어느 국가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해당 기간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고, 수입은 0.6% 감소했다. 관세 전쟁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도 뚜렷한 수출 성과를 낸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수출 성장이 내수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의 생산과 소비, 투자에는 줄줄이 경고등이 켜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산업 생산은 1년 전보다 4.8% 늘어나면서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소매 판매도 1.3% 증가하는 데 그치며 전망치(2.8%)를 크게 밑돌았다. 이는 코로나19 봉쇄 기간이던 2022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중국 최대 쇼핑 시즌 중 하나인 광군제(11월 11일)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 것이다.
투자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1~11월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는 1년 전보다 2.6% 감소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2.3%)와 1~10월(-1.7%) 평균 투자 감소 폭을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부동산 투자 감소 폭 역시 15.9%로 1~10월(-14.7%)보다 한층 커졌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의 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제 성장을 통해 세계 질서를 재편해 온 중국이 (투자 등에) 보수적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성장 전략 전환 목표와는 배치되는 흐름이다. 중국은 지난 2012년부터 수출·투자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성장 전략의 축을 돌리겠다고 선언해 왔다. 다만 지난 십여 년간 높은 저축과 낮은 민간 소비로 대표되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 왜곡은 오히려 한층 심화했다. 각종 국제 통계를 살펴보면 중국의 저축률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40% 수준으로, 세계 평균(약 24%)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반면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평균 30~40%에 머물러 60% 안팎인 세계 평균을 크게 밑돌며, 1인당 명목 GDP가 비슷한 국가들의 평균치보다도 20%p가량 낮다.
내수 시장 위기 왜 가중됐나
내수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는 위축된 부동산 시장이 꼽힌다. 현재 중국에서는 헝다(恒大·에버그란데)와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 가든) 등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에서 기인한 침체 흐름이 수년째 지속되는 중이다. 주택 가격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시장 수요도 급감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국의 부동산 투자와 주택 거래량은 1년 전보다 각각 24.1%와 18.8% 감소했다. 신규 착공과 시공, 준공 면적은 1년 전보다 각각 29.5%, 9.4%, 28.2% 줄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곧장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은 중국 가계 자산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와 양위안천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의 공동 연구에 의하면, 부동산과 관련 공급망은 중국 GDP의 약 4분의 1~3분의 1을 차지한다. 부동산이 무너지면 철강, 시멘트, 가전 등 연관 산업이 도미노처럼 쓰러지고, '역자산 효과'로 가계 소비 전반이 위축되며 내수가 가라앉는 구조다.
중국 수출 모델 특유의 한계 역시 시장 불안을 가중하는 요소다. 중국은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앞세워 자국 제조업 수출을 확대해 왔다. 철강부터 조선, 자동차, 화학 등 각종 산업에 보조금을 투입해 글로벌 시장에 저가 제품을 쏟아내는 식이다. 이 같은 행보는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주요국의 제조업 기반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부작용도 일으켰다. 골드만삭스 등에 따르면 중국의 GDP가 1%P 증가할 시 수출 경쟁 심화로 독일 등 주요 제조업 국가의 GDP 성장률이 0.1~0.3%P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더해 무역 파트너국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이 실질실효환율 절하를 초래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위안화 가치가 절하되면 수출업체에는 유리하지만 수입업체와 자국 소비자에게는 불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된다.
국제 사회는 중국의 행보에 연신 경고를 보내고 있다. 유럽연합(EU), 미국 등 서방국은 관세 장벽을 앞세워 중국산 제품이 자국 시장을 교란하는 것을 경계하고 나섰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중국과의 연례 협의 이후 “중국의 경제 규모가 너무 커 수출로만 큰 폭의 성장을 하기 어렵고, 수출 주도 성장에 계속 의존할 경우 세계 무역 긴장을 더욱 고조할 우려가 있다”며 “중국이 수출보다는 내수를 확대하는 ‘용감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력한 내수 시장 구축해야" 中 당정의 의지
내수 중심 경제로의 전환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 당정은 10~11일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경제정책방향회의)에서 내년 최우선 과제로 ‘내수 주도의 강대한 국내 시장 건설’을 제시했다. 지난해 경제공작회의 때 ‘소비를 적극 촉진하고 투자 효율성을 개선해 내수 확대를 도모한다’며 비교적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던 당정이 ‘내수 우선 원칙을 고수하고 강력한 내수 시장을 구축해야 한다’고 보다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내수 주도 경제 실현을 위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보조금 지급 등 소비 활성화 대책과 도농 주민 소득 증대 계획도 시행되며, 중앙정부 예산 내 투자 증대, 정책 금융 활용 등으로 움츠러든 소비 심리를 살리는 데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내년 금리 인하 시행과 함께 상당한 규모의 재정 적자를 감수할 것”이라며 “경기 부양을 위한 통화·재정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더해 중국 정부는 내수 확대를 위해 최저임금과 기업 임금을 인상하고, 교육과 복지 등 사회 안전망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복지 부문 투자를 통해 가계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가처분 소득을 늘려 구조적 측면에서 내수 확대를 유도하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는 단기적으로 내수 회복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조치들이지만, 글로벌 금융 시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 노무라, 씨티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공통적으로 “정책 지원은 강화됐지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부양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가 부채 부담을 우려해 큰 폭의 금리 인하나 재정 확장을 선택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사실상의 기준금리’로 불리는 중국의 대출우대금리(LPR)는 7개월 연속 동결 상태를 유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