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중간 규모 지진 피해의 숨은 비용, 장기 경제 부담으로 이어지다
[딥파이낸셜] 중간 규모 지진 피해의 숨은 비용, 장기 경제 부담으로 이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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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규모 지진이 누적시키는 통계 밖의 경제 손실 복구 지연이 성장 둔화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 사전 대응을 강화하는 재난 복구 금융 필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진은 단발성 대형 참사로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반복적인 피해를 통해 경제 체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는 재난이다. 전 세계가 지진으로 인해 입는 직접 피해만 해도 연간 약 2,020억 달러(약 299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학교 수업 중단, 생산 차질, 건강 악화, 생태계 훼손 등 간접 손실까지 포함하면 총비용은 2조3,000억 달러(약 3,406조원)로 공식 통계의 거의 열 배에 달한다.
재정 여력이 취약한 국가에서는 이러한 누적 손실이 성장 둔화와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중간 규모(moderate)’ 지진은 신속하고 표적화된 복구 재원이 마련돼 있지 않은 국가에서 가장 큰 경제적 부담을 남긴다. 피해 복구가 지연될수록 공공 서비스와 민간 활동은 동시에 위축되고, 단기 충격은 구조적 손실로 굳어진다. 이를 완화하려면 초기 단계의 재난 복구 금융을 사전에 구축해 복구 지연을 줄이고, 학교 운영과 경제 활동의 연속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중간 규모 지진이 더 큰 부담이 되는 이유
경제에 장기적인 부담을 주는 것은 초대형 지진만이 아니다. 전체 지진 데이터를 살펴보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중간 규모 지진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진이 발생한 해에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하락하며, 저소득 국가일수록 회복이 수년간 지연된다. 고소득 국가는 내진 기준과 보험 보급, 금융 접근성이 뒷받침돼 충격을 비교적 빠르게 흡수하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는 피해가 장기 손실로 이어진다.
금융시장 반응도 같은 흐름을 보인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지진 발생 이후 한두 달 내 차입 비용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재정 여력이 부족하고 정책 신뢰도가 낮은 국가에 집중된다. 반대로 재정 기반이 안정된 국가는 차입 비용 변동이 제한되거나 일시적으로 완화되기도 한다. 시장은 지진의 물리적 규모보다 재난 이후 자금을 동원하고 집행할 수 있는 국가의 대응 능력을 평가한다.
보험 공백은 이러한 부담을 더 키운다. 2024년 전 세계 재난 피해액은 약 3,180억 달러(약 471조원)였지만, 이 가운데 57%는 보험으로 보장되지 않았다. 무보험 손실만 약 1,810억 달러(약 268조원)에 이른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재난 피해의 90% 이상이 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사전 재원이 부족할 경우 복구 지출은 교육과 보건을 포함한 필수 공공 서비스 재정을 직접 압박하게 된다. 결국 지진의 ‘중간 규모’ 여부는 물리적 강도보다 재정 대응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주: USGS은 EM-DAT보다 훨씬 많은 중간 규모 지진을 포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실제 재난 위험의 중심은 중간 구간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이 구간은 예산 편성과 보험 설계에서 상대적으로 간과돼 왔다.
재난 복구 금융이 놓치는 비용
재난 피해는 복구가 지연되는 과정에서 추가 비용을 만들어낸다. 초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피해는 시설 복구를 넘어 경제 전반의 부담으로 확산된다. 이로 인해 재난 복구 금융이 복구 속도와 범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회복에 필요한 재원은 반복적으로 부족해진다.
학교 폐쇄는 이러한 구조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2024년 한 해 동안 85개국에서 최소 2억4,200만 명의 학생이 기상·기후 요인으로 정상적인 수업을 받지 못했다. 2022년 이후 극한 기후의 영향을 받은 학생은 약 4억 명에 달한다. 지진 발생 시에는 건물 안전 점검과 대피 공간 전환으로 학교 운영 중단이 더 확대된다. 수업 공백이 길어질수록 학업 성취 회복은 어려워지고 교육 격차도 커진다. 이러한 손실은 시간이 지나며 노동력의 질과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재난 대응 과정에서 학교 정상화가 중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교육 관련 복구 자금이 신속히 집행될 수 있어야 한다.
부채 역시 복구 과정에서 누적되는 비용이다. 재정 완충 장치가 부족한 국가는 재난 발생 직후 차입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차입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 결과 재정 운용의 유연성은 줄어들고 회복 속도는 더 늦어진다. 최근 연구는 재난이 반복될수록 재정 부담이 확대되고 보험 활용 여건과 대응 능력이 함께 약화되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수록 피해 규모는 점차 커진다.

주: 위험도를 기준으로 분석하면 저소득 국가일수록 1인당 GDP 하락 폭이 크고 회복까지 걸리는 기간도 길다. 이는 회복 속도가 지진의 물리적 강도보다 재정 여력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재난 복구 금융의 재설계
이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재난 이후의 대응 구조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재난 대응의 성패는 복구 자금이 얼마나 신속하고 예측 가능하게 집행되는지에 달려 있다. 재난 복구 금융은 사전 대비와 신속 집행, 피해 확산 억제를 기준으로 설계돼야 한다. 건축 기준 강화와 내진 보강을 통해 피해 규모를 줄이고, 재난 발생 직후 즉시 집행 가능한 재원을 확보하며, 경제 기능의 중단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함께 마련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요소는 절차와 책임, 예산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체계로 작동해야 한다.
자금 운용은 위험 수준에 따라 구분하는 접근이 효과적이다. 발생 빈도가 높은 소규모 피해는 비축 기금으로 대응하고, 중간 규모 피해는 사전에 설정된 신용공여와 예산 지원이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한다. 대규모이면서 발생 빈도가 낮은 재난은 보험과 재난채권을 활용해 위험을 분산한다. 이러한 구분은 재난 규모에 따라 자금 집행이 지연되는 문제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
사회적 지원도 같은 원칙 아래 설계돼야 한다. 일정 수준의 진동이 감지되면 피해 지역으로 지원이 즉시 전달될 수 있도록 기준을 명확히 하는 방식이다. 교육, 보건, 지역 경제의 기능이 동시에 멈추지 않도록 소득 보전과 소규모 지원을 연동하면 복구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중간 위험에 맞춘 실행 전략
재난 대응은 발생 빈도가 높은 중간 위험을 중심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중간 규모 지진은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재난 대비 기금과 비상 재원 운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관련 데이터는 이러한 사건이 소득 손실을 누적시키는 주요 요인임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보유 자금 수준과 비상 차입 여력, 민간으로 이전할 위험의 범위를 함께 조정해야 한다. 공공 자금은 복구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기능이 우선 회복되도록 배분돼야 한다.
보험은 이러한 체계를 보완하는 수단이다. 보험 보장이 충분하지 않은 국가는 재난 발생 시 재정 부담이 급격히 확대된다. 여러 국가가 위험을 분담하거나 공공 재보험을 활용하는 방식은 보장 범위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사전 대비가 부족할 경우 보험 비용은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
복구 현장의 준비 수준 역시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시설 점검과 보수, 자재 조달 절차가 사전에 정리돼 있을수록 복구는 빠르게 진행된다. 재난 강도에 따라 집행 기준을 미리 설정하면 행정 판단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인력과 공공 서비스의 연속성이 유지될수록 지역 경제 정상화도 앞당겨진다.
사전 대비가 부족한 국가는 재난 이후 차입 의존도가 높아지고 회복 속도도 늦어진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위험 수준에 따라 대응 기준을 정리하고 자금 집행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위험을 관리 가능한 범위로 낮추고, 민간 수단이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하는 데 있다.
중간 규모 지진은 과소평가돼 왔고, 그 결과는 성장 둔화와 재정 부담, 교육 성과 약화로 누적됐다. 재난을 예외적 사건으로 다루는 접근은 대응 지연을 반복시킨다. 재난 복구 금융은 이러한 인식을 전환한다. 빈번한 위험을 전제로 사전 대비를 강화하고, 발생 직후 핵심 공공 기능으로 자금이 신속히 이동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재난 대응의 초점은 위험 관리에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Pricing the Quiet Quake: Rebuilding Risk, Not Debt, with Disaster Recovery Financing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