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혼다 글로벌 감산 돌입, 넥스페리아 반도체 쇼크에 전기차 침체로 부담 가중
日 혼다 글로벌 감산 돌입, 넥스페리아 반도체 쇼크에 전기차 침체로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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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재고 부족, 필요 물량 확보 실패 북미 공장 이어 중국·일본 공장도 중단 전기차 수요 둔화에 美 공장도 생산 축소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가 올해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글로벌 생산 조정에 나섰다. 차량용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를 둘러싼 중국과 네덜란드·미국 간 갈등으로 반도체 공급 차질이 발생한 데다,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라는 구조적 부담까지 겹치면서 일본을 비롯해 중국·북미·동남아시아 주요 공장에서 감산과 생산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정이 단기적 대응을 넘어 혼다의 중장기 생산 전략과 글로벌 시장 재편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넥스페리아 반도체 의존도 높아 생산 차질 발생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혼다는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올해 12월 말부터 내년 1월 초까지 일본과 중국 공장에서 생산 중단 및 감산을 실시한다. 중국에서는 광저우자동차그룹과의 합작법인 광기혼다(GAC Honda) 산하 공장 3곳이 오는 29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5일간 차량 생산을 전면 중단한다. 또 일본 내에서는 스즈카와 사이타마 제작소 2곳이 내년 1월 5일과 6일의 이틀간 가동을 멈추고, 같은 달 7일부터 9일까지는 기존 계획보다 생산량을 줄일 예정이다.
이번 생산 조정은 네덜란드 소재 중국 자본 반도체 제조업체 넥스페리아의 출하 중단에서 비롯됐다. 혼다는 자동차 부품 일부에 넥스페리아가 생산하는 범용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으며, 특정 부품의 경우 해당 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이다. 이에 혼다는 지난 10월부터 북미 지역 주요 공장에서 주력 차종의 생산량을 줄여왔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앨리스턴 공장은 10월 27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생산량을 절반으로 축소했고, 멕시코 과나후아토주 셀라야 공장은 10월 28일부터 HR-V 등 SUV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혼다 측은 "최근 넥스페리아의 반도체 출하가 재개됐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품절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시장 유통 물량과 대체품을 포함해 재고 확보를 위해 노력했지만, 필요한 전량을 확보하지 못한 유동적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혼다는 앞서 북미 반도체 부족 사태의 영향으로 2026년 3월 기준 영업이익이 1,500억 엔(약 1조4,2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번 추가 감산 영향은 아직 실적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中, 네덜란드 정부 개입에 '수출 제한'으로 대응
혼다의 감산을 촉발한 넥스페리아 사태는 중국과 네덜란드 간의 갈등이 발단이 됐다. 넥스페리아는 네덜란드 네이메헌(Nijmegen)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이지만, 지난 2019년 중국 전자기업 윙테크 테크놀로지가 이를 인수하며 중국 자본이 실질적 지배권을 확보했다. 이듬해인 2020년에는 윙테크의 설립자이자 지배주주인 장쉐정이 넥스페리아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했다. 그러나 네덜란드 정부는 올해 9월 30일, 냉전 시대 국가 안보법인 ‘물자가용성법’을 사상 처음으로 발동해 넥스페리아의 임시 경영권을 장악하고 장 CEO의 권한을 정지시켰다. 이어 10월 13일에는 암스테르담 기업 법원이 거버넌스 위반을 이유로 그의 해임을 공식화했다.
네덜란드 정부의 이례적인 조치를 두고 업계에서는 미국의 강력한 압박에 따른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미 정부는 윙테크를 수출 통제 명단에 올렸다. 이후 넥스페리아가 중국 모회사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을 경우 민감한 기술 이전 위험이 커진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해 왔다. 미 행정부와 정치권도 넥스페리아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가 해제되기 위해서는 장 CEO의 해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네덜란드 정부와 넥스페리아 경영진 측에 여러 차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네덜란드 정부의 개입을 ‘정치적 간섭’으로 규정하며 즉각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넥스페리아 둥관 공장에서 생산되는 약 500억 개의 반도체에 대해 수출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해당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며 네덜란드에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했다. 넥스페리아는 전 세계 자동차용 전력·신호 반도체의 60%를 공급하는 핵심 업체로, 중국발 수입 경로가 막히자 유럽과 미국 전역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대체 공급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당시 블룸버그통신은 칩 부족 충격이 수일 내 주요 부품업체를 거쳐, 10~20일 이내 자동차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사태가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번지자, 미국은 확전 차단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0월 말 부산 회동에서 일종의 휴전에 합의했으며, 미국은 넥스페리아 관련 제재 적용을 1년간 유예하고 중국은 수출 통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이에 네덜란드 정부도 지난달 19일 넥스페리아에 대한 경영 개입을 일시 중단했다. 다만 중국은 네덜란드 정부의 경영 통제 ‘완전 철회’와 법원의 CEO 직무 정지 판결 취소를 요구하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혼다, 전기차 수요 악화로 해외 생산거점 축소
그러나 혼다의 이번 감산 결정은 단순히 넥스페리아발 반도체 공급 부족이라는 단기 변수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 전반의 수요 둔화라는 구조적 요인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혼다는 이미 지난해부터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주요 아시아 시장에서 생산 거점을 축소하며 사업 재편에 나선 상태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현지에서 운영 중이던 7개 생산 공장 가운데 3곳의 운영을 순차적으로 중단했다. 이에 따라 광둥성 광저우 공장 2곳과 후베이성 우한 공장 1곳이 문을 닫았으며, 연간 생산 목표도 149만 대에서 100만 대로 대폭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인력 자발적 퇴직도 병행됐다.
동남아에서는 중국 신흥 브랜드들과의 경쟁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들 업체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빠르게 라인업을 확대하며 일본 브랜드가 장악해 온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에 혼다 태국 공장 생산량은 2019년 22만8,000대에서 2023년까지 15만 대 미만으로 감소했고, 판매량 역시 최근 4년간 연 10만 대를 밑돌았다. 이에 혼다는 지난해 7월 태국 아유타야 공장의 생산을 중단하고, 쁘라친부리 공장으로 생산을 통합했다. 당시 혼다 대변인은 "일본 자동차업계는 BYD 등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와의 경쟁에 직면해 있다"며 "태국에서 인도로의 수출 감소도 감축 결정을 내리게 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 환경도 혼다의 전기차 비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조 바이든 전임 정부가 도입한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제도를 전면 폐지하기로 하면서,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당분간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혼다는 지난 9월 미국에서 GM에 생산을 위탁했던 프리미엄 브랜드 아큐라의 전기차 ZDX 생산을 종료했다. 혼다는 이에 대해 “수요와 시장 환경을 고려해 라인업을 최적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NHK는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일본 자동차 업체들 사이에서 전기차 전략을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