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규제 이기려면 자립뿐" 정부 주도하에 발맞춰 달리는 中 반도체, 딥시크 V4도 신속 적용
"美 규제 이기려면 자립뿐" 정부 주도하에 발맞춰 달리는 中 반도체, 딥시크 V4도 신속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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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 업계, 딥시크 V4와의 호환성 확보에 총력 반도체 공급망 통합 이끄는 中 정부, 美 규제 속 정부 주도 성장 본격화 YMTC·CXMT 등 일부 기업은 글로벌 시장서도 두각 드러내

중국 주요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칩 제조사들이 자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최신 대형언어모델(LLM) 'V4' 적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강력한 규제에 대응해 반도체 공급망 통합 및 확대를 주도하는 가운데, 민간 기업들이 나란히 발을 맞춰 나가는 양상이다. 이들 업체는 단순 내수 시장에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격·물량 경쟁력을 앞세워 입지를 빠르게 키우는 중이다.
딥시크 V4-中 반도체, 단기간 내 호환
6일(이하 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 반도체 업계는 V4 모델과의 호환성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하는 업체는 중국의 전자제품 및 통신 장비 제조 기업 화웨이다. 화웨이는 자사의 '어센드(Ascend) 950PR' 칩 플랫폼에 V4를 완벽히 적응시켰으며, 이를 통해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 전용 칩인 'H20'보다 단일 카드 추론 성능을 최대 2.87배 높였다고 발표했다. 어센드 950 프로세서는 화웨이의 자체 개발 HBM을 탑재한 고성능 AI 칩으로,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텐센트 등 중국 3대 인터넷 그룹을 중심으로 강력한 수요를 증명한 제품이다.
AI 반도체 설계 업체 캠브리콘도 V4 출시 당일 풀스택 적응을 마치고 배포 코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팹리스 기업 무어 스레드 역시 V4 출시 첫날부터 호환성을 확보했으며, 자사의 플래그십 그래픽처리장치(GPU) 'MTT S5000'을 통해 컨텍스트 길이 확장 및 고급 추론 모드를 제공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알리바바의 칩 부문 자회사인 T-헤드 또한 8가지 칩 아키텍처 전반의 V4 호환성을 확인하며 이러한 흐름에 동참한 상태다.
이 밖에도 바이두의 AI 칩 자회사 쿤룬신은 대량 생산된 AI 칩을 자사 검색 인프라에 배치하며 V4를 수용했고, AMD로부터 x86 라이선스를 확보한 팹리스 기업 하이곤은 고급 중앙처리장치(CPU)와 심층 컴퓨팅 유닛(DCU)을 통해 호환성을 갖췄다. AI 칩 스타트업 인플레임은 목적형 가속기 설계인 'L600' 칩을 통해 V4 Pro 및 Flash 모델을 지원 중이며, GPU 설계 업체 일루바타르 코어엑스도 V4 전 제품군 호환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통합 계획의 일환으로 읽힌다. 중국 정부는 이전부터 반도체 업계에 직접 개입해 구조 재편에 힘을 쏟아 왔다. 중국이 지금껏 태양광·전기차 등의 분야에서 보여준 '국가 주도 산업 집중화' 전략이 재차 적용된 것이다. 전략의 중심축은 대규모 인수·합병(M&A)이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의 중신베이팡(SMNC) 편입이 꼽힌다. 앞서 SMIC는 지난해 12월 SMNC의 외부 지분 49%를 매입해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SMNC는 SMIC의 주요 생산 거점 중 하나다.
중국 2위 파운드리인 화훙반도체 역시 파운드리 기업 화리미크로 지분 97.5% 편입을 추진 중이다. 증설 대신 기존 자산 통합을 통해 생산 능력을 보강하려는 시도다. 해당 인수안은 이달 초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접수돼 실질 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소재·부품 영역에서도 비슷한 성격을 띠는 거래가 이어졌다. 일례로 반도체용 초고순도 금속 타깃재와 정밀 부품을 제조하는 장펑전자는 지난 2월 반도체용 석영 제품 업체 카이더스잉의 지분을 20% 이상 확보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러한 공급망 통합 및 대형화는 미국의 강력한 규제에 대응해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은 2022년 시행한 '반도체 및 과학법'을 통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이 독점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막은 바 있다. EUV 노광장비는 7나노(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이에 더해 현재 미 의회는 심자외선(DUV) 액침 노광장비 등 성숙 공정 핵심 설비까지 판매 금지 리스트에 올리는 내용의 법안까지 추진 중이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기댈 만한 외부 공급망이 속속 차단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생산 라인과 핵심 자산을 통합·확장해 독자적인 제조 기반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공급망 자립의 핵심 선결 조건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강자 韓에도 '도전장'
국가 차원의 자립 목표 역시 빠르게 수립돼 가는 추세다. 닛케이아시아는 5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제조 업체들이 사용하는 실리콘 웨이퍼의 70% 이상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중국 정부가 반도체 제조사들에 자국산 12인치(300㎜) 웨이퍼를 쓰라는 '무언의 명령'을 내리고 있으며, 해당 조치가 중국 반도체 자립의 핵심 분기점이 될 것이라 분석했다. 한 관계자는 "시장의 30%만 외국에 개방될 것"이라며 "레거시 칩 시장은 이미 중국 실리콘 웨이퍼 제품이 시장의 수요·요구 조건을 충족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부의 강력한 육성 의지에 힘입은 중국 기업들은 단순 내수 생태계에서 활약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파격적인 수준의 가격 경쟁력이 시장 수요를 끌어모으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지난달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대만경제연구원(TIER)의 아리사 류 연구원은 “중국 업체들이 동일 사양 제품 대비 15% 이상 저렴한 가격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유의 가격 경쟁력이 범용 서버, 가전 등 소비재 시장에서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업계는 물량 측면에서도 매서운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의 대표 메모리 업체인 YMTC와 CXMT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압도적 입지를 보유한 한국 기업을 추격하기 위해 생산 라인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특히 CXMT는 기업공개(IPO)로 확보한 자금 중 약 1조6,000억원을 웨이퍼 양산 라인 고도화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 속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빠르게 치솟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YMTC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세계 출하량 비중은 13%까지 뛰었다. CXMT도 최근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4~5%대까지 끌어올리며 대만 난야를 제치고 세계 4위권에 안착했다.